[2020.09.21.]
강제추행, 강간 등 성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중년의 사업가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이를 적극 변론하여 최근에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해당업계와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던 분이라 엄청난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사회활동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다가 우리 법인에 사건을 의뢰한 것이었다.
사실 이 분은 상대방 여성과 수 년 전부터 알던 사이었는데, 작년부터 어떤 계기로 사귀기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된 것인데, 상대방 여성이 작년 연말부터 돌변하여 약물로 정신을 잃게 한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고소를 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의뢰인으로서는 성범죄로 고소를 당한 사실 자체만으로 더욱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상대방 여성도 이를 악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자연스러운 교제로 볼 수 있는 사진과 문자메시지, SNS게시물을 정리하여 제출하고, 상대방 여성이 강제로 당하였다는 시점에 함께 만나서 어울렸던 제3자들의 사실확인서도 제출하였다.
특히 의뢰인의 휴대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하면서 디지털포렌식을 요청하였고, 상대방의 휴대폰에 대해서도 역시 디지털포렌식을 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상대방 여성이 약물주입을 주장하고 있으니 상대방 여성에 대한 소변과 모발감정도 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의뢰인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다행히 경찰과 검찰에서 우리측 주장을 받아 들여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종류의 범죄이건 그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특히 성범죄의 경우 당사자만의 은밀한 상황과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양 당사자간 의미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개연성이 농후한 점 등으로 인하여 진상규명이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이러한 경우 형사사법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도식적 구조로 사건을 이해하고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실체적 진실과 반대의 결론을 낼 수 있고, 그것은 사건 당사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므로, 인간의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되는 동기는 복잡다단하고 가변적이며 때로는 불합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편견 없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사건 당사자가 직면하게 되는 개별 사건의 진실은 모두 다른 것이고, 결국 사건의 수만큼이나 사건의 진실의 수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이상욱 변호사 (swlee@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