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1.]
들어가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전까지 위 (차)목과 관련하여 적용 요건을 제시한 바가 없었는데, 최근 이를 설시한 판례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사안
치킨배달점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갑 회사는 광고업 등을 영위하는 을 회사에 출시 예정인 치킨 제품의 네이밍 등 광고용역을 의뢰하였습니다. 그런데 갑 회사는 이후 을 회사로부터 광고용역 결과물(네이밍, TV 광고 콘티)을 제출받고는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은 채, 병 회사와 새롭게 광고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위 을 회사가 제공한 결과물을 광고에 사용하고 신제품을 출시·판매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갑 회사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또는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을 회사의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긍정하였습니다.
판례의 요지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적용요건을 설시하였는데, 먼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는 “아이디어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행위’에 관하여는 “①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②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③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④ 아이디어 정보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아이디어 정보 사용 등의 행위가 아이디어 정보 제공자와의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신뢰관계 등을 위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2018. 4. 17.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 시에 신설된 조문입니다. 이는 기존에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탈취당하고도 구제받기 어려웠던 아이디어 권리자의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차)목의 적용요건을 설시함과 동시에 아이디어 권리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및 (카)목과 관련하여 지식재산권리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였던 최근 대법원의 태도를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이 사건의 경우에도 갑 회사와 을 회사가 체결한 광고용역계약상 갑 회사가 광고용역 결과물에 대하여 제작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한 이를 사용할 권한이 없었던 것이므로, 아이디어 권리자로서는 아이디어 제공 계약시 그 제공 목적과 대가의 지급 등을 명문화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진우 변호사 (jwpark@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