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1.]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정년을 연장하지 않은 채 만 55세 이상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가 효력이 있는지 문제된 사건에서, 해당 회사가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조항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고령자고용법이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의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3)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다투는 유사 소송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최근 하급심 판례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2.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최근 하급심 판례의 동향
가. 정년보장형(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최근 판례의 태도
이미 정해진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즉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법리가 적용됨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닌 바, 대상판결이 제시한 여러 판단요소(즉,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 대상조치의 유무 등)를 고려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 이후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22. 8. 19. 선고 2021나2049858 판결[1]에서 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시행한 임금피크제(2급 이상 직원의 경우 정년유지형, 3급 이하 직원의 경우 정년연장형)에 대해 2급 이상 직원들이 그 무효를 주장하였던 사안에서, 1)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일반직 신입공채와 별도로 임금피크제 관련 신규채용을 실시한 점, 2)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그 경력, 능력, 자격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도록 하고, 2019년 4월부터는 임금피크 대상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점, 3)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게 창업, 구직 등 전직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전문위원직 제도를 도입하여 임금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하였던 점, 4) 피고는 공공기관으로서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의무를 부담하는 바, 3급 이하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으므로 이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각주1] 상고심 계속 중
위 판결 이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0. 27. 선고 2020가합113172 판결에서도 법원은 1) 임금피크제에는 ‘정년연장형’ 뿐 아니라 ‘정년보장형’도 포함되는 점, 2) 공공기관인 피고는 정부의 권고 및 경영상 위기에 따라 노사 협약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점, 3) 정년이 연장되지 않은 것은 고령자고용법 개정 전부터 이미 60세 정년이라는 유리한 규정을 적용 받고 있음으로 인한 반사적 효과에 불과한 점, 4) 고용보험법상 지원금 수령을 통해 임금감액율이 현저히 완화된 점, 5)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및 감액율이 과도하지 않은 점, 6) 임금 삭감 이외의 나머지 사항에 관하여는 불이익이 없도록 한 점, 7) 퇴직예정자 공로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 점, 8)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를 별도 직군으로 분류하여 별도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점 등을 근거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정년 60세로 종전과 동일, 2년간 임금감액)의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위 서울고등법원 2021나2049858 판결과 동일하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시행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2급 이상 직원들이 그 무효를 주장하였던 사안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임금삭감에 따른 충분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고 보아 2급 이상 직원에 대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1. 11. 선고2020가합119555 판결[2]).
[각주2] 항소심 계속 중
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최근 판례의 태도
대상판결의 법리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바, 대상판결 선고 이후의 하급심 판례는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다만, 종래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그것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근거하여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하여 도입한 것이라면,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예컨대 서울고등법원 2021. 9. 8. 선고 2019나2016657 판결)가 아닌 한 대체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유효성을 인정해 왔던 바[3], 이러한 경향은 대상판결 선고 이후에도 대체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주3] 서울고등법원 2021. 12. 14. 선고 2019나202939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12. 8. 선고 2020나2021662 판결, 인천지방법원 2022. 2. 23. 선고 2019가합61600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20가합238 판결 등
대상판결이 선고된 바로 다음날 선고된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4]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만 56~59세 피크임금 대비 60% 지급)에 대하여, 1)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해서만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여 불이익 변경이 아닌 점, 2) 퇴직금 중간정산,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교육 실시 등 불이익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 점, 3)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와 그 취지를 같이하고 있으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조치에 해당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하는 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각주4] 항소 없이 그대로 확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6. 16. 선고 2019가합592028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참고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아 대상 판결의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하였는데, 1) 관련 법령은 정년 60세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었던 점, 2) 회사의 인력구조 및 경영사정에 비추어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였던 점, 3) 정년연장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고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되었던 점, 4)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인 점, 5) 고용안정센터로부터 지원금을 지급받았고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삭감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 조치를 마련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위 판결의 판시내용 및 결론은 최근 선고된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1. 18. 선고 2022나2025057 판결[5])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각주5] 상고심 계속 중(대법원 2023다211550)
나아가 최근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22가합51752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0가합604507 판결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해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업무량·업무강도 등에 대한 저감조치를 수반하지 않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유효하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대전고등법원(청주) 2022. 12. 7. 선고 2022나50254 판결은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정년 이전 3년간 임금을 90~60%로 조정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대상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므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다만,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해당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판단을 추가하여 설시하였습니다).
3. 마치며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 선고 이후 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대상판결의 법리를 적용하되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하고 있는 바, 임금삭감에 대응하는 대상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를 주된 판단요소로 삼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대상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 하급심 판결이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대체로 대상판결의 법리를 참고하되 종래의 주류적인 경향과 마찬가지로 그 유효성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대법원 판결을 통해 관련 법리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법원의 입장을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응의 기준인 대상판결의 법리를 참조하여,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따라 삭감된 임금에 상응하는 여러 대상조치(예컨대 근로시간의 단축, 업무강도의 경감, 별도 직무 개발 및 부여 등)를 마련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여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성수 변호사 (sskim@jipyong.com)
양지윤 변호사 (jyyang@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