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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다시 학문의 길에 전념”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

    국가경찰委를 ‘합의제 치안장관’으로 만들어야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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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의 수준은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선명한 지표입니다."

    오는 19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박정훈(朴正勳·63·사법연수원 15기·사진) 제10대 국가경찰위원장의 말이다. 행정법학자 출신 첫 국가경찰위원장인 그는 경찰에 대한 행정법적 통제와 관리감독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을 거듭 강조했다. 국가경찰위는 주요 치안정책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1991년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비상임 장관급인 위원장의 주재로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제청 동의권도 행사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제8기 국가경찰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박 위원장은 "앞으로 국가경찰위가 합의제 치안장관으로 자리매김해, 거대 권력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그 토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경찰대 졸업식부터 순경 임관식까지 경찰 구성원들에게 국가경찰위원장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자리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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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 출신으로, 수십 명의 석학 제자들을 배출한 행정법 교수이자, 탁월한 법철학자이기도 한 박정훈(63·사법연수원 15기·사진) 제10대 국가경찰위원장은 도깨비 같다.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면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답을 척척 내놓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 너털웃음과 함께 슬쩍 넘어가는 요술을 부린다. 대화를 나누면 도깨비에 홀린 듯 시간이 훌쩍 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 판사직을 일찍 내려놓고 법학의 세계로 뛰어들어, 수십년간 행정법학자이자 법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튼튼한 법사상적 토대를 구축해온 저력이 느껴진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행정법은 저의 첫사랑입니다. 행정법은 횡으로는 모든 국가와 사회영역을, 종으로는 헌법·법령·판례·조례·훈령·지침을 아우릅니다. 민사법·형사법·소송법과 넓게 만나면서도, 행정학·정치학·경제학 등 인접학문과 교류합니다. 학부시절 행정법의 매력에 끌리면서 비교법을 알게 됐고,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도 배우게 됐습니다. 법관 연수를 통해 독일에 가서는 법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연수원 수석수료 후 판사로

    ‘공부하는 판사’ 꿈꿔

     

    대구 출신인 박 위원장은 공무원 아버지와 교육열 높은 어머니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사실 '도깨비'는 서울대 대학원 시절 그를 가르친 스승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똑똑한 친구가 가끔 도깨비처럼 엉뚱한 발상과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방으로 뻗어가는 호기심과 한번 꽂히면 깊이 파고들어 끝장을 보는 끈기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하고, '공부하는 판사'를 꿈꿨던 그는 독일에서 법관 연수를 하던 중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박 위원장은 1989년 서울민사지법에서, 1991년 서울형사지법에서 근무한 엘리트 판사 출신이다. 법원은 임관서열 3등인 그를 독일 유학까지 보내줬다. 그런 그가 1993년 돌연 사표를 내자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해외연수 비용을 국가에 반환하는 데 10년 공무원 퇴직금을 다 내어 주고, 남은 30만원으로 밤새 술을 마셨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는 대구에서 손꼽히는 수재였지만 문학과 역사를 좋아했고, 기타 연주와 친구 사귀기를 즐겼다.

     

    독일에서 법관연수 하던 중

    사표내고 학문의 길로 

     

    "집안의 기대와 성적에 따라 판사로 임관하면서도 반드시 법실무와 법학공부를 병행하겠다고 작정했습니다. 배석판사로 근무한 첫해인 1989년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학점 절반을 법철학 분야로 수강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바로 '법철학'을 기초로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과중한 재판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몸이 상했고, 이대로는 양쪽 모두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법관연수로 독일 체류 중 최소 1년간 휴직을 허가하겠다던 법원행정처로부터 대법원장 사퇴 문제를 이유로 돌아오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인사심의관이었던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에게 항의했다가 귀국하든지 사표를 내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오히려 학문에 전념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습니다. 독일에서 파견판사 자격으로 차지하던 연구실을 반납하고 대학 근처에 원룸을 구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하루를 이틀같이 공부하던 그 시절은 비록 가난하고 고됐지만 행복했습니다. 흔쾌히 동의하고 응원해준 아내에게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행정법학자로서는

    처음 국가경찰위원장 중임 맡아

     

    그는 모교인 서울대 로스쿨에서 20여년간 연구와 후학을 양성에 전념해왔다. 2011~2014년 제8기 국가경찰위원을 맡았고 2018년 출범한 제10기에서는 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행정법학자가 국가경찰위원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박 위원장은 "경찰개혁은 시대적 요청이자 국가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년간의 법 개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거쳐 경찰이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됐지만 이를 견제할 법적 장치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치경찰제도와 정보경찰 개혁 등 후속 경찰개혁 작업에도 미진함이 보인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주권자 국민(민주)의 공동체(공화국)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서와 안전이 필요하므로 경찰의 헌법적 근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한 헌법 제1조 1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치(法治)를 넘어 민주(民主)의 관점에서 경찰을 바라봐야 한다"며 국가 3단계 발전이론을 제시하면서 행정법적 시스템이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역할이 범죄수사 차원을 넘어 공공안녕의 확보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체'라고하면

    국가경찰위원회는 ‘뇌’에 해당

     

    "국가발전 1단계에서는 내적혼란을 진압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범법자를 체포·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해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형사법과 검사가 주역이 됩니다. 2단계에서는 재산상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임무입니다. 민사법과 판사가 중심이 됩니다. 3단계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어야 정당성을 갖게 됩니다. 국가임무 수행을 위해 행정조직이 활동하고 권한을 부여하면서 부여된 권한을 통제하는 행정법이 국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때 다른 어떤 직군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높은 자질을 갖춘 경찰이 주된 역할을 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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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박 위원장은 "(경찰권은) 엄밀한 법적 근거에 따라 행사되어야 진정한 법치가 이루어진다. 행정법학자의 눈으로 보면 법과 현실, 원칙과 실무 간 괴리가 심하다"며 "경찰을 신체에 비유할 때 국가경찰위는 뇌에 해당한다. 뇌수술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경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치권, 언론, 국민 모두 행안부장관을 '경찰장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가 우리 경찰제도의 최대 난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입법을 통해 국가경찰위를 명실상부한 '독립적 합의제 치안장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3단계에 걸친 국가경찰위 실질화 플랜을 제시했다.


    경찰개혁은 시대적 요청

    막강 권한 견제장치 미비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91년 경찰개혁을 통해 경찰청을 내무부 외청으로 독립시키면서, 내무부장관의 치안 관련 권한을 없앴습니다. 이를 위해 심의·의결을 통해 경찰행정을 관리·감독하는 경찰위원회를 설치한 것입니다. 하지만 행안부가 경찰위원회 업무의 독자성을 부정하고 행정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안부장관에게 (사실은)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입법을 통해 국가경찰위를 명실상부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만들어, 행안부장관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원천 적으로 배제해야 합니다. 1단계는 경찰청장을 향한 균형 및 견제 기능의 실질화 입니다. 하위법령과 경찰 자체규정을 개선해 (행안부 외청인) 경찰에 대한 행안부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합니다. 2단계는 국가경찰위의 권한 및 위상 실질화 입니다. 비상임인 위원장을 상임으로 바꾸고, 7명인 위원 수와 1명인 상임위원 수를 함께 늘리는 한편, 경찰 직원에 대한 지휘권을 높여 경찰청장에 대한 견제·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행안부장관이 경찰을 지휘하는 길을 사실상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3단계는 국가경찰위 소속을 대통령, 적어도 국무총리 소속으로 높여 실질적으로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최고경찰기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3단계에서는 경찰법령이 현행 행안부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령으로 제정하되, 행안부장관이 경찰 인사 등 경찰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모두 삭제되어야 합니다."


    행안부장관을 ‘경찰 장관’으로

    모두가 잘못 인식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경찰위에는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권, 경찰 주요 치안정책 심의·의결권 등이 부여되어 있다. 2018년 국가경찰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최소한 법조문에 규정돼 있는 만큼은 국가경찰위의 권한과 위상을 끌어올리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1991년 설립된 국가경찰위는 약 28년간 경찰청 건물을 사용해 왔다. 박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찰청 인근에 독립된 사무실을 구해 국가경찰위를 이전했다. 대통령령인 경찰위원회규정을 개정해 정기회의를 반드시 월 2회 하도록 명시해 회의 빈도도 크게 늘렸다. 특히 국가경찰위 심의에 경찰의 비밀·대외비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예컨대 올해 9월부터는 'n번방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랜덤 채팅방에서 경찰 수사관이 신분비공개수사 등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을 통해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 종료 즉시 국가경찰위에 관련 자료를 보고하게 됐다. 

     

    교수는 停年이 아니라

    ‘定年의 날’ 만들어야

     

    박 위원장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행안부장관이 경찰에 지휘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고, 법리와 제도 연혁을 짚어보면 그러한 권한도 없는데, 본인이 취임하기 전에는 행안부장관이 경찰에게 직접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며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장치인 국가경찰위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행안부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법조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하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을 지휘할 수 있지만, 경찰청장은 법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습니다. 오직 사후적 통제만 받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경찰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경찰은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해 경찰권이 발동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고압적인 자세로 임의동행만을 요구하던 경찰은 과거에 묻어야 합니다."


    향후 행정법학적 의미 있는 사건

    탐구하고 싶어

     

    171857_1.jpg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법제처장직을 제의 받았지만 거절했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시절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직도 여러차례 고사했고, 후보에 오르면 검증에 비동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수락한 역할에는 교수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비상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말년의 소망은

    철학 등과 접목 인문학적 법학연구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명수(62·15기)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에 취임하던 지난 2017년 초가을, 그는 제자들 앞에서 자신이 만든 말인 '대교수장(大敎授長)'에 취임했노라고 선포했다. "교수는 정년(停年)이 아니라 정년(定年·미리 정한 날)을 맞아야 한다"며 2023년 8월 31일 정년까지 대법원장 임기와 같은 6년 동안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배출한 행정법학자는 박사 23명, 석사 89명이며, 그 중 15명은 현직 교수이다. 그의 목표는 박사 40명, 석사 100명, 교수 25명이라고 한다.

     

    "평생을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에는 변호사로서 행정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파헤쳐 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나, 마지막은 학자로 사는 것입니다. 행정법이 전공이지만 비교법과 법철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0여개의 외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고, 그 중 7~8개는 괜찮은 편입니다. 학창 시절 유난히 역사와 철학, 문학과 외국어를 좋아한 저의 말년 소망은 이것들을 법학과 접목시킨 '인문학적 법학'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10년전 아내의 건강을 위해 지리산으로 이사하면서 지금까지 매주 서울과 전남 구례를 오가고 있습니다. 은퇴하면 아내 곁에서 서당을 운영하면서 법학과 철학을 연구하고, 제자들과 지역 주민을 상대로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와 고대희랍어 문헌을 강독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