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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국제조약안 제정에 참고될 수 있는 한국법도 소개”

    박기갑 유엔 국제법위원회(ILC) 위원

    홍윤지 기자 hyj@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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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법 전문가' 박기갑(64·사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012년부터 유엔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 IL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故) 지정일 한양대 교수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다.


    ILC는 1947년 설립된 UN 총회 부속기관이다. UN 총회가 국제법의 점진적 발전과 법전화(法典化)를 장려해야 한다고 명시한 UN 헌장 제4장 제13조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3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ILC는 해양법, 국가책임, 외교관계, 영사관계, 국가승계 관련 조약과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의 초안을 마련한다. 모두 국제법의 기초가 되는 작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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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마무리한 주제로 '외국인 추방', '인도에 반하는 죄', '재난시 인간의 보호', '국제관습법의 식별', '대기의 보호'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죠. 현재 검토 중인 주제로는 '국가공무원의 외국형사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와 '국제법 관련 해수면 상승'이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 문제는 전(全) 지구적 현안이어서 모든 국가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ILC 위원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대한국제법학회에서 내부 선거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후 외교부가 후보를 최종 확정해 UN 사무국에 등록하면, 국가 간 치열한 선거운동 끝에 UN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박 교수는 2016년 재선에 도전해 성공했다.

     

     유학과정 익힌 프랑스어가 

    ILC 위원 선거에 도움


    박 교수는 "ILC 위원이 된 것은 제 자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으며,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한 외교부의 덕"이라며 "국제법학회가 저를 믿고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에 학계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ILC 위원은 원칙적으로는 자국 훈령을 받지 않고 UN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원이 속한 국가의 지역,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특히 역사적으로 국제법 발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했는지 여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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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ILC 위원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국제조약안이나 기타 문서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한국법을 소개해 그와 충돌되는 내용의 조약 초안이나 법적 문서가 가급적 성안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이익이 국제사회의 발전 방향과 조화될 수 있도록 미흡하게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박 교수는 고려대 법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1989년 파리2대학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에는 '국제법의 수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법아카데미에서 필기·구술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자격증(디플로마)을 취득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 유학 과정에서 습득한 프랑스어 구사 능력은 2011년 ILC 위원 선거 당시 프랑스어권 국가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위원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심으려 노력


    172937_3.jpg그는 UN 등 국제기구로 진출을 희망하는 법조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법학전공자 또는 법조인 앞에는 몇 가지 길이 있습니다. 선거를 통한 선출직(국제재판관 또는 위원회의 위원직 등),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일정 기간 국제기구에 파견근무하는 경우, 개별 국제기구 공채채용 제도에 응시하는 경우입니다. 외교부의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제도 역시 도움이 됩니다.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전문성과 경력을 쌓아둬야 합니다. 저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1991년부터 정부대표단 일원으로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경험을 쌓은 것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박 교수는 내년 ILC에서 두 번의 임기를 모두 마친다. 교직 정년퇴임도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해온 원자력손해배상법과 관련해 국제기구에서 당분간 계속 활동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은 국제법 지식과 국제사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이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과 법조인들에게 재능기부할 생각입니다.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후학과 사회에 베풀어야겠지요. 코로나19 대유행이 수그러들고 기회가 된다면 개발도상국 대학에서도 국제법 강의 재능기부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