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적극적인 외자 유치를 통해 단기간에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로 성장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환경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당초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인건비의 상승, 고용 조건의 악화, 토지사용 규제, 환경 규제 등 경영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 철수 내지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합법적 철수가 아닌 이른바 '야반도주'식의 무단 철수를 단행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살펴보기로 한다.
① 미이행 출자의무 관련 리스크
중국은 이른바 자본금인납제(认缴制)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특수업종에 종사하는 회사 외의 일반 회사는 자본금 납입기한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며 정부에서 간섭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납 자본금(실제로 납입한 자본금)'과 '인납 자본금(정관에서 납입하기로 한 자본금)', '미납 자본금(정관에서 납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납입하지 않은 자본금)' 등의 개념이 존재한다.
회사의 주주는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출자의무를 이행하면 되지만 만일 회사의 주주가 출자의무를 모두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회사의 주주에게 직접 미납 자본금의 범위 내에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회사법 사법해석3 제13조 제1항). 주주가 어느 채권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상환을 한 경우에는 이미 상환 범위내에서 출자한 것으로 간주되어 다른 채권자가 위 조항에 따라 채무 상환을 청구를 하더라도 주주는 이를 상환할 의무가 없다(회사법 사법해석3 제13조 제1항).
따라서 중국 내 자회사에 대한 출자의무가 모두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주주인 한국 모회사에 채무 상환 청구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인납 자본금이 실제 사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된 법인의 경우 이와 관련된 리스크가 큰데 최저 자본금에 대한 규정이 있는 업종(투자 관리 컨설팅, 무역업, 포워딩, 국제가공무역, 부동산 관리업, 과학기술투자관리사, 일정 급수 이상의 건설시공업 등)의 경우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다.
② 중국법인 임원 등의 출국정지문제
적절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 철수 결정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이나 그간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여러 유형의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다수의 소송에 대한 절차적 대응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정대표인 등 한국인 실무자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출국제한은 민사판결이 확정된 상태에서 법원의 강제집행명령에 불응할 경우 취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당사자 또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는 아직 민사소송이 진행 전이거나 진행 중이라도 상대방(채권자)이 출국 금지 신청을 하고 법원이 명한 보증금을 공탁한 경우 법원은 심리와 집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법정대표, 기타 주요 임원에 대한 출국제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제28조). 단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회사가 청산절차에 돌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출국제한은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되고 따라서 채권자 등 제3자와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 채권자 등 관련자들 중에는 외국인과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출국정지 신청부터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출국제한 조치가 이뤄질 경우 1회 통지마다 3개월간 출국이 금지되며 기한 도래 전에 다시 3개월 단위로 재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실제 출국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우선 당사자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관련된 안건이 종결되기 전에 출국 금지한다고 통지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거주지 감시 또는 보석조치를 하거나 담보제공 내지 보증금 교부를 명하고 출국을 허가할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는 여권 또는 기타 유효한 출입국증명서류를 압류하게 된다(외국인과 중국 공민 출국제한 문제에 관한 제반 규정).
출국금지는 인도적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근래에는 법원에서도 외국인의 출국 제한 신청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민사소송 등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면 법정대표자 등 법적 책임이 있는 임원들은 가급적 조기에 출국하여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다. 출국금지를 막기 위해 퇴직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법정대표 변경에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다.
③ 법인 무단 말소 시의 손해배상
회사법 사법해석2 제20조에 따르면 회사의 해산 시에는 법에 따라서 청산을 완료하고 말소등기를 신청해야 하며 만일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청산을 할 수 없는 경우 유한책임의 지배주주, 이사, 실질지배자 등은 회사의 채무에 대한 상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법인의 주주인 한국의 모(母)법인이나 한국 투자자 개인에 대한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현지법인에 대한 합법적 구조조정 없이 무단 철수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므로 사업을 정리하고자 하는 경우 지분양도나 청산, 파산 등의 적법 절차를 진행하여 지분관계를 정리하거나 법인을 말소하는 것을 권장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시적 휴업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회사가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더라도 별도의 휴업신고 절차는 없다. 단 시장감독관리국에 매년 6월 말에 제출하는 기업연도보고(公司工商年报) 상의 기업 현황에 '歇业(휴업)'이라고 기재해야 한다. 일시적 휴업은 원칙적으로 6개월만 가능하고 이를 도과한 경우에는 공상국에서 영업집조를 취소할 수도 있으나(회사등기관리조례 제67조), 실무적으로 공상국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집조를 취소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영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수입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납세신고(온라인으로도 가능)는 해야 한다. 중국의 국가세무총국은 2022년 6월 14일 "국가세무총국의 시장주체 휴업 및 말소 절차 세무사항을 간소화할 것에 관한 공고(이하 '세무사항간소화공고')"를 반포하여 2022년 7월 14일부터 시행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사업자가 자연재해, 사고, 공중위생사건, 사회안전사건 등으로 인하여 경영이 어려워 일정 기간 휴업하고자 할 경우 휴업 상태에서 사업자가 이행해야 하는 납세의무, 원천징수의무와 관련하여 분기별로 기업소득세를 신고, 예납할 수 있다(기존에는 월별 신고였으나 간소화됨).
손덕중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상해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