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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사례

    빵집서 손상된 할머니 밍크코트는 아들의 마지막 선물, 인간적 아픔 듣고 슬픔을 위로하도록 한 후 조정성립

    분류 : 민사소송/민사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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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들어가면서
    오래 전에 밀란 쿤데라의 원작 소설에 기한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에서도 모든 일이 워낙 빨리 진행되다 보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일을 소홀히 하여 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명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주문한 할머니가 커피 잔이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은 일로 커피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그 이후 그 커피점에서 두꺼운 마분지를 컵 옆면에 끼워 커피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소한 사고 원인들이 때론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너무 소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조심스러움이 없어서도 안 되므로 아래 사례를 소개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갑’ 할머니는 아들이 선물해준 밍크코트를 입고 동네 빵집에 빵을 사러 갔다. 주문한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던 중 빵집 주인 ‘을’이 외부에서 빵 식판을 들고 데스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므로 갑 할머니는 벽 쪽으로 비켜서게 되었는데, 그 때 벽에 걸려있던 벽걸이식의 전열기에 밍크코트가 손상되었다.
    빵집 주인이 영업배상책임보험을 든 ‘병’ 손해보험회사와 ‘갑’ 할머니가 합의를 추진하였으나 잘 되지 않자 보험회사는 할머니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조정신청을 제기하였다.
    나. 이 사건에 있어 빵집 내부를 비추는 CCTV 영상 CD가 증거로 제출되어 상황을 잘 살필 수 있었다. 문제가 된 빵집은 그야말로 좁은 동네 빵집이었는데, 사고 경위는 할머니의 주장대로 빵집 주인이 식판을 들고 오자 할머니가 벽 쪽으로 피해주다가 전열기에 깜짝 놀라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 초기 합의 과정에서 보험회사가 200만원을 제시함에 반하여 ‘갑’할머니는 1,000만원 이상을 요구하여 결렬된 것이었다.

    3. 조정경과
    가. ‘갑’할머니는 아주 점잖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밍크코트의 손상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조정 과정에서 계속하여 눈물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밍크코트는 할머니의 아들이 1,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들여 선물한 것이었는데, 그만 이번 사고로 손상을 입어 제대로 입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합의를 하고 수선을 하든지 새로 하나 장만하든지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였으나 눈물을 그치지 않는 것이었다.
    나. 그 연유를 캐물으니 안타깝게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밍크코트 손상 사건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험처리가 되지도 않는 사건이었고, 유족인 할머니는 보상금도 변변히 받지 못하고 합의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사정이 그리 되다 보니 아들이 사준 밍크코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 되었는데 손상당하고 보니 아들도 잃고 밍크코트도 잃게 되어 그 슬픔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조정성립
    상임조정위원은 한참 동안 그 슬픔을 밖으로 끄집어내게 한 후 적절한 합의를 하고 아들을 잘 떠나보내도록 권유하였고, 할머니도 어느 정도 동의하였다. 다만 보험회사에서 직권조정형태를 원하여 금 350만원에 합의하도록 직권 조정한 결과 양측 이의가 없어 조정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이 사건 조정은 금액이나 합의조건을 떠나 당사자의 인간적인 아픔을 듣고 슬픔을 표현하도록 한 후 적절한 금액으로 조정성립을 할 수 있었다.
    나. 문제는 빵집 주인의 사소한 실수 즉, 빵 식판을 들고 데스크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열기가 없는 쪽으로 잠깐 피해달라고 부탁하기만 하였으면 피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이다. 사소한 피해 같아 보이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엄청난 슬픔을 어떻게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다. 위 사건 외에도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자주 다니는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지하 주차장에 남아있던 살얼음에 넘어져 요추압박골절상을 입은 사건(650만원에 합의), 엄마와 함께 전철 에스컬레이터 탑승 중 에스컬레이터 옆면의 보호 커버가 떨어져 나가 다친 사건(500만원에 합의), 영화관에서 전화받으러 나가다가 넘어져 다친 사건(200만원에 합의) 등의 사례가 조정센터에서 있었다. 또한 대규모 유통센터에서 바닥의 물이나 젤 등에 미끄러져 다친 사건, 공사 현장 출입구에서 나오는 화물차에 충격당한 사건 등 다중 집합시설에서 다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라. 기본적으로 이런 다중 시설의 이용자들도 사고를 막기 위해 방어적 보행이나 안전규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 시설들의 소유, 관리자들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단순히 추상적인 최선의 노력만을 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하여 좀 더 과학적인 예측을 하여 상당한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큰 법적 책임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마. 조정과정에서는 사건관계자들에게 이러한 안전에 관한 인식 및 대책의 필요성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상호간 공유된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의사접근은 한층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