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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후견과 임의후견

    2017스515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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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17. 6. 1.자 2017스515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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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대법원 결정

     

    1. 사실관계

    사건본인이 고령으로 인지능력에 제약이 있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되었고 1심 법원은 2016년 8월 29일 사건본인에 대하여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였다. 그러자 사건본인이 이에 항고하면서 항고심 계속 중인 2016년 11월 24일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12월 26일 후견계약 등기가 마쳐지자 2016년 12월 28일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심판을 청구하고, 이를 이유로 한정후견개시심판 절차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항고심 법원은 2017년 1월 13일 사건본인의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사건본인이 위 결정에 대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가. 민법 제959조의20 규정은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후견계약을 우선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 한하여 법정후견에 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후견계약의 등기 시점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이 본인에 대해 이미 한정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서 종전 한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제1항은 본인에 대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한정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다.

     

    나.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정한‘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의후견인이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 기타 후견계약과 본인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의 보호에 충분하지 아니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II.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의 관계

     

    1. 법률의 규정

    민법(이하 조문으로만 표시한다) 제959조의20 제1항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후견계약은 본인이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 종료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본인이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또는 피특정후견인인 경우에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에 있어서 종전의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여야 한다. 다만,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조치의 계속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후견계약과 효력발생시기

    민법이 도입한 성년후견제도에는 법정후견을 대체할 수 있는 후견계약이 있다. 후견계약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다(제959조의14 제1항). 민법은 후견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제959조의14 제2항), 등기하도록 정하였다(제959조15 제1항 참조). 나아가 등기를 하거나 계약에서 후견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정한 계약효력발생시점에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제959조의14 제3항).

     

    강학상 후견계약을‘즉효형 후견계약’과‘장래형 후견계약’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자는 이미 보호가 필요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임의후견계약의 체결과 동시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여 곧바로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를 시작하는 유형이다. 후자는 향후 자신의 판단능력이 악화되었을 경우에 대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후견계약을 미리 체결하되 계약의 효력은 장래에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으로써 발생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민법은 어떠한 유형의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즉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는 시기를 당사자들이 후견계약의 내용에 정한다고 하더라도 임의후견의 효력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인을 선임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도록 설계되었다.

     

    3. 법정후견의 보충성   

    가. 의의

    자신의 사무는 자신이 가장 잘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임의후견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성년후견의 이념에 부합하려면 임의후견을 법정후견으로 변경하는 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제959조의20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을 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나.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후견계약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다면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정후견의 보충성 원칙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이 청구된 경우에만 위 조문이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상결정은 제959조의20 규정에 비추어 보면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절차가 진행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해 법정후견 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은 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복리를 고려할 때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보다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요청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고, 이미 개시한 법정후견을 유지하기 위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않는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견계약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종료될 것이다. 

     

    제959조의20 제1항은‘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의후견만으로는 본인 보호에 불충분하거나 공백이 있거나 미흡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대상 결정은 그 의미를 구체화화였다.

     

    라. 임의후견의 남용가능성

    가정법원은 피후견인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밖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정후견인을 선임하는데(제936조 제4항, 제959조의3 제2항), 법정후견 개시 사건의 심리진행 중에 비로소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것은 가정법원의 적절한 법정후견인 선임을 방해하고 심리절차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남용 또는 악용될 수도 있다. 즉, 법정후견개시 심판 사건에서 이미 심리가 충분히 진행되었음에도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경우에 무조건 법정후견심판절차가 중단된다고 하면 임의후견제도는 법정후견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보호가 필요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중시하여 임의후견의 정당성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임의후견이 법정후견절차를 방해하고 지연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도록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마. 효과

    본인에게 법정후견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임의후견으로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본인에게 법정후견 심판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동일하다. 이 경우 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고 법정후견의 종료심판을 하여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본인의 의사에 근거한 임의후견이 법정후견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은 본인이 법정후견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경우에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이나 법정후견개시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은 법정후견이 계속되거나 법정후견의 개시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후견계약이 존재함에도 법원이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면 후견계약은 종료한다. 다만 강학상 장래형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만 아직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라면 그러하지 않다고 해석된다. 


    III. 대상 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 따라 후견계약이 법정후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법정후견의 보충성원칙에 대해 최초로 판시하였고, 위 원칙은 법정후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후견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나아가 후견계약의 등기에도 불구하고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한 판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