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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니지판 조희팔’ 사건, 사기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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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1. ] 


    엔씨소프트의 PC MMORPG ‘리니지’ 게임 내에서 대규모 계정 거래를 중개하던 업체 대표가 갑작스레 영업을 중단하고 해외로 종적을 감추어 해당 업체를 통하여 계정을 구매하였던 다수의 계정구매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서비스 이용약관 상에서 유저 상호 간에 계정 및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유저들 사이에서는 계정 및 아이템 거래가 공공연히 행하여져 왔습니다. 이** 대표는 엔씨소프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주식회사 엔씨아이디엔터테인먼트(‘NCID’)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중개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리니지 게임 계정판매자와 계정구매자 간에 계정 및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거래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습니다.


    NCID 이모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20주년 업데이트인 리마스터 발표 후 리니지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초 계정판매자(소위 ‘1대’)들이 본인인증을 통하여 이미 판매한 계정을 무단으로 회수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에 따라 NCID가 피해를 본 계정구매자들에게 보상해주어야 할 금액이 많아지자 NCID 이모 대표는 자신이 중개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다른 리니지 계정에 접속해 무단으로 아이템을 현금화시키는 방식으로 일부 계정구매자들에게 보상할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자금사정이 더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폐업하고 미국 LA로 출국하였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주장사실이 진실이라고 가정한 뒤, 문제되는 몇 가지 법률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NCID가 계정 등의 판매를 중개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NCID-계정판매자, NCID-계정구매자 사이에 각 체결된 (계정이용 또는 계정매매)계약의 효력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모 대표는 NCID 명의로 계정판매자로부터 계정 등을 구입한 뒤, NCID가 이를 다시 계정구매자에게 되파는 형태로 계정 등 판매행위를 중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현행법상으로는 계정 및 아이템을 판매·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법률행위가 소위 ‘불법’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에 따라 NCID-계정판매자, NCID-계정구매자 사이에 각 체결된 계약은 유효합니다(매매계약이 아니라 이용계약이라고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위 계약 당사자들은 엔씨소프트와 사이에 체결한 이용약관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엔씨소프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NCID가 최초 계정판매자에게 보유하고 있는 약속어음 공정증서는 유효하며 집행이 가능한 것인가?


    NCID-최초 계정판매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유효하다면 그에 따른 약속어음 공정증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공정증서 상에 기재된 최초 계정판매자의 계약불이행 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그 공정증서가 집행권원이 되어, 원칙적으로 NCID는 별도의 소송 없이도 최초 계정판매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최초 계정판매자로서는 위 공정증서 작성 뒤에 다른 사유가 발생하여 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셋째, 이모 대표가 일부 계정 등을 무단으로 회수·현금화한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는가?


    우선, 최초 계정판매자가 계정 등을 회수해 간 경우와 이모 대표가 직접 계정 등을 회수해 간 경우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최초 계정판매자가 본인인증을 통하여 계정 등을 회수해 간 경우에 있어서는, 이모 대표와 최초 계정판매자 사이에 사기 범행의 공모가 없었다는 전제 하에 이모 대표의 중개행위가 곧바로 사기죄 등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를 본 계정구매자는 이모 대표에게 판매계약에 따른 민사상 보상만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이모 대표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직접 계정 등을 무단으로 회수·현금화한 행위에 대하여 보자면, 위 행위가 사기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이모 대표가 ‘계약 체결 당시’에 계정구매자들을 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계정구매자들을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그 대가를 지급 받은 다음, 이후에 계정 및 아이템을 무단으로 회수·현금화하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모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계약 체결 당시 최초에는 위와 같은 행동을 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고, 사건 진행 경과나 실제 계정구매자들에게 일부 피해를 변제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모 대표에게 계약 체결 당시부터 편취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고,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게임 계정 및 아이템은 형법상 ‘재물’ 개념에 해당하지 않아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제347조의2에서 컴퓨터등 사용사기죄라는 죄목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모 대표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직접 계정 등을 무단으로 회수·현금화한 행위는, 권한 없이 타인의 계정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컴퓨터등 사용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넷째, 피해를 본 계정구매자들은 계정 등을 무단으로 회수해 간 최초 계정판매자에게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도 살폈듯이, 이 계약 구조는 NCID가 계정 등을 계정판매자로부터 구매한 뒤 계정구매자에게 되파는 형태이고, 계정판매자와 계정구매자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최초 계정판매자(소위 ‘1대’)가 자신의 명의로 가입한 계정을 본인인증을 통해 되찾는 행위에 대하여 계약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최초 계정판매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대략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법률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위의 내용은 확정적인 사실관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기사, 인터넷방송,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주장사실을 전제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실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김지환 변호사 (jihwan.kim@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