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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통화 거래소의 집금계좌에 대한 입금정지조치를 둘러싼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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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02.27 ] 



    1. 분쟁의 배경

    가상통화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들이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당해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시중 은행의 계좌를 이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계좌를 통상 집금계좌라고 부릅니다. 종래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보통의 법인계좌를 집금계좌로 사용하기도 하였고, 조금 더 진일보한 방식으로는 각 회원별로 가상계좌를 발급하여 집금계좌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부는 2017. 말경 가상통화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상통화가 불법거래에 이용되고 불법자금이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 되는 등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2017. 12. 28.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그 주요 내용 중 하나로 본인 확인이 불가능한 기존 가상계좌 방식의 사용을 중단하고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소위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금융정보분석원은 위 특별대책의 내용을 토대로 2018. 1. 23.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위 가이드라인 제5절 제2항은 금융회사 등의 고객 확인의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를 근거로 하여, 금융회사 등의 고객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인 경우로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등의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금융회사 등은 지체 없이 금융거래를 거절하거나 해당 금융거래를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란 기존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 당해 서비스에 입금자의 실명확인된 계좌를 연결시켜 해당 계좌에서 출금된 금원만 가상계좌에 입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보통의 법인 예금계좌를 집금계좌로 사용하는 경우 입금자별 입출금관리가 되지 않으므로 거래소의 내부장부에 의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구별이 어렵고 장부 관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거래 내역의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많은 폐해가 발생하였습니다(소위 벌집계좌의 폐해). 가상계좌 방식의 경우 입금하는 이용자 별로 하나씩의 가상계좌가 부여되므로 입금자의 구별과 확인이 더 확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나, 각 이용자의 실명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입금자의 구별뿐만 아니라 실명까지 확인되므로 거래에 대한 투명한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정부당국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소위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실시한 취지는, 수많은 이용자들의 실명이 전부 파악될 수 있도록 하고 거래 당사자 및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2. 시중은행의 입금정지조치 

    위 가이드라인의 시행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소들에게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계좌 이용이 정지될 수 있음을 안내하였고, 이후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소의 계좌에 대하여 실제로 입금정지조치에 나아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습니다. 


    종전에 가상계좌를 사용하던 거래소 중 일부는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 이용 방식으로 전환하여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나, 일반 법인계좌로 소위 벌집계좌 방식으로 운영하던 거래소의 상당 수는 은행이 계좌에 대하여 입금정지조치를 한 결과로 종래와 같은 방식의 영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3. 입금정지조치 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

    이에, 일부 가상통화 거래소는 은행의 입금정지조치에 대하여 법원에 ‘입금정지조치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거래소의 주요 주장 근거는 위 가이드라인이 법규성이 없으므로 은행의 입금정지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고, 정당한 근거 없이 예금계약을 위배하여 계좌 이용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므로 계약위반에 해당하며, 은행의 입금정지조치로 인하여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2018. 11. 처음으로 가상통화 거래소의 신청을 받아들여 은행의 입금정지조치를 금지하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하였습니다. 가처분 인용 결정의 주요 이유는, 은행이 정당한 근거 없이 계좌 이용을 중단시키는 것은 예금계약 위반에 해당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이 금융거래를 종료시킬 의무를 부담하는지 혹은 재량일 뿐인지 의문이고, 거래소가 집금계좌를 사용하지 못하여 영업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후 다른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같은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여러 건 제기하였던바, 일부는 위 결정과 동일한 취지로 인용된 사례가 있고, 인용 결정이 난 이후 은행이 가처분 이의로 다투고 있는 사례도 있고, 제소명령에 따라 본안 사건으로 진행 중인 사례도 있습니다. 



    4. 최초의 가처분 기각 결정

    그런데 최근 2019. 1. 처음으로 위와 같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당해 거래소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 등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은행으로부터 가상통화 취급 업소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을 경우 계좌 거래가 종료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정도 고려하면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5. 의의 및 전망

    지금까지의 법원의 결정례들을 보면, 위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 위 가이드라인에 따른 입금정지조치가 법적으로 정당한지, 계약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일반론적 판단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각각의 거래소들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은행과 거래소 사이의 특별한 합의나 약정 위반이 있는지 등 각 사건의 개별적 요소들을 고려한 판단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처분 결정만 있었을 뿐이고 본안 판단이 나온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법원이 처음으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였을 때, 결과적으로 소위 벌집계좌를 다시 허용해 주는 것이 되므로 여러 가지 폐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반면에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 대하여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우호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정부 당국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른 정책방향 확정이나 후속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최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인하여, 최소한 벌집계좌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개별적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각 거래소는 자신의 영업 방식이 법원에서 어떠한 판단을 받을지 검토를 해 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사건에서 법원이 여러 쟁점에 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고, 정부 당국 역시 법원의 판단과 연계한 적절한 후속 입장을 결정하고 신속하게 정책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일봉 변호사 (ibmoon@yulchon.com)

    김익현 변호사 (ihkim@yulchon.com)

    이희중 변호사 (hj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