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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와 영화보기 -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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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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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스위스의 안락사 조력업체인 디그니타스(DIGNITAS)에 따르면 2016년 1명, 2018년 1명 등 2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는 소식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7년 이래로 환자에게 치료효과 없이 연명만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이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 즉 존엄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반면, 약물 등을 주입하여 죽음의 시기를 앞당기는 등 소위 적극적 안락사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 중 스위스는 외국인에게까지 이를 허용하고 있어 적극적 안락사를 원하는 외국 환자들이 스위스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안락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로 외국영화 중에는 “밀리언달러 베이비(2005년)”, “씨 인사이드(2007년)”, “청원(2011년)”, “미 비포 유(2016년)”,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어느 날(2017년)” 등 여럿 존재합니다. 그 중 본 칼럼에서는 많은 분들이 보았거나 들어보았을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속 안락사의 모습과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허용하는 존엄사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본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에 나타난 안락사

    왕년에 성공적인 복서였으나 현재는 가족과도 소원해진 채 낡은 체육관을 홀로 운영하는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그에게 선수가 되고 싶다며 찾아온 32살의 웨이트리스 매기(힐러리 스웽크 분). 프랭키는 매기에게 선수로 뛰기에는 너무 늦었고 가망이 없다며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매기는 계속 체육관에 나와 연습을 합니다. 평생을 절망적인 환경에 치여 고생스럽게 살아온 매기는 복싱을 통해 난생처음 스스로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되었고 그 모습에 프랭키 또한 결국 마음을 엽니다.


    차츰 매기가 선수로서 성장함과 동시에 프랭키와 매기는 코치와 선수의 관계를 뛰어넘어 마치 아버지와 딸처럼 서로 의지하며 각자 겪어온 소외감까지도 위로하는 사이가 됩니다. 프랭키는 ‘모쿠슈라’라는 링네임을 매기에게 붙여주는데 매기는 그 의미를 물어보았지만 프랭키는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하면 알려주겠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매기가 ‘모쿠슈라’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병원 침대 위에서였습니다. 매기는 경기 중 상대방의 악의적인 반칙으로 큰 부상을 입어 전신마비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매기의 새로운 삶은 한 순간의 사고로 멈춰버리게 되었고 매기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여러 차례의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매기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프랭키에게 자신의 생명을 끊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상 존엄사(연명의료중단)의 허용요건

    영화 속 매기의 부탁을 프랭키가 들어주는 모습에 대해 우리나라의 법으로 평가를 한다면 형법 제252조의 촉탁에 의한 살인 또는 자살방조죄가 성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임종을 앞둔 상황임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연명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치료를 강요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존엄사 즉 소극적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①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을 것, ② 환자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한 의사가 확인될 것을 조건으로 ③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의 중단을 담당의사가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판단은 담당의사가 해당분야 전문의 1명과 함께 판단하여야 하고,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의사는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 등 기록 또는 환자가족의 진술을 통하여 확인합니다(법 제15조 이하) 단, 의식 없는 환자처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 제18조에서 정한 가족의 전원합의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3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특히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의 범위가 늘어나고, 의식 없는 환자와 같이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하는 가족의 범위도 현실성 있게 좁혀지는 등 연명의료중단의 요건이 어느 정도 완화될 예정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돕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과 가치갈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생각해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허용하는 연명의료중단 기준도 이러한 당사자들의 고통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이처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를 추천 드리고, 영화를 즐긴 분들이라면 본 칼럼도 흥미롭게 읽어주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재밌는 영화와 법적인 분석이 담긴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희창 변호사 (heechang.lee@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