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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촌

    진술·보장 조항의 법적 효과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203551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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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들어가며

    진술·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조항은 계약에서 일정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진술하게 하고 만약 진술한 사실이 진실이 아닐 경우 그가 진술을 통해 보장한 내용대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진술·보장조항은 주로 M&A계약에서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대상회사의 재무상태·자산·계약·고용문제·소송 및 회사구조에 관한 사항을 진술· 보장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용되나, 그 외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약과 같이 실무상 거래대상 목적물이 복잡하고 포괄적인 금융계약 등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진술·보장 조항의 법적 효과와 관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이 사실과 달리 진술하고이로 말미암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를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종의 채무 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


    이번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동시에 강행법규가 진술·보장 조항의 효력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의 한계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2. 사안의 개요

    甲 주식회사 등은 乙 농협으로부터 매수한 인삼·홍삼 원료를 가공하여 만든 홍삼제품을 丙 주식회사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기 위하여 丁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丙 주식회사 또는 홍삼제품에 대한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乙 농협으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으로 丁 주식회사 등에 대한 대출금을 변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甲 주식회사 등, 乙 농협, 丙 주식회사, 丁 주식회사 등은 각자 당사자가 되어 위와 같은 내용의 제품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서 乙 농협은 아래와 같이 丙 주식회사가 매입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 자신이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면서 동시에 甲 회사 등에 그로 인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을 진술·보장하였습니다.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 中 진술·보장 조항(이하 '이 사건 진술·보장 조항')]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은 인삼산업법, 식품위생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설기준을 비롯하여 홍삼제품의 매입 또는 2차적 매입을 위하여 필요한 관련 법령상의 영업허가, 영업신고 기타 제반 인허가 및 신고절차를 모두 준수하였다.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은 본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의 정관, 기타 내부규정에 따라 요구되는 필요한 제반절차(이사회결의 등)을 모두 준수하였음,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이 본 계약을 체결 및 이행하는 것은 丙 주식회사, 乙 농협 각자의 목적사업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의 설립근거법 및 기타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丙 주식회사, 乙 농협이 본조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한 일체의 손해를 甲 주식회사 등에게 배상하여야 한다.


    이 사건 제품 매매계약 체결 이후 재정난을 겪던 丙 주식회사는 2013. 1. 3.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丙 주식회사가 홍삼제품을 매입하지 못하게 되자 丁 주식회사 등은 乙 농협을 상대로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 따라 2차 매입의무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丁 주식회사 등은 위 주위적 청구와 더불어 제1예비적 청구로 이 사건 진술·보장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2예비적 청구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마지막으로 제3예비적 청구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丁 주식회사 등의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대상판결은 丁 주식회사 등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丁 주식회사 등의 주위적 청구와 제1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 제112조에 따르면, 농업협동조합은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 공공단체, 중앙회, 농협경제지주회사와 그 자회사, 농협은행 또는 농협생명보험으로부터만 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다른 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는 차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에서 말하는 '차입'이란 제3자의 채무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하거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행위 등 '차입에 준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됩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731 판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진술·보장약정에서 乙 농협이 2차 매입의무를 이행할 것을 보장한 것이 ①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 제112조 위반에 해당하는지, ② 乙 농협의 2차 매입의무가 무효인 경우, 丁 주식회사 등이 乙 농협을 상대로 이 사건 진술·보장 조항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丁 주식회사 등은 대출금 채권자일 뿐 제품의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아닌데도 계약당사자로서 매도인인 甲 주식회사 등을 비롯하여, 1, 2차 매수인인 丙 주식회사와 乙 농협과 함께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서 丙 회사에 1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乙 농협에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할 시에 그 매매대금을 대출원리금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한 목적은 甲 주식회사 등이 丙 주식회사 또는 乙 농협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丁 주식회사 등이 대출원리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2차 매입의무의 실질은 '보증'이고 따라서 乙 농협의 2차 매입의무는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 제112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제품매매계약에서 피고에게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피고는 계약에 따른 2차적인 매입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도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의무불이행 당사자에 대해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면, 강행법규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원심 법원과 동일한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진술·보장 조항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을 일종의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해석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진술·보장 조항에서 약정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이행하게 함으로써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경우에는, 가사 당사자들 간에 일정한 내용에 대해서 진술·보장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약정 자체가 무효가 됨은 물론이고 진술·보장 조항 위반을 원인으로 한 채무불이행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서는 乙 농협의 홍삼제품에 대한 2차 매입의무가 진술·보장의 대상이었고, 이러한 2차 매입의무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사실상 '보증'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해석되는 바람에 이 사건 진술·보장 조항이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에 반하여 무효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 丁 주식회사 등은 乙 농협이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을 체결 및 이행하는 것은 乙 농협의 목적사업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乙 농협의 설립근거법 및 기타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하였으므로, 乙 농협에게 2차 매입의무를 보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것이고, 애초에 丁 주식회사 등은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서 정한 乙 농협의 2차 매입의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 사건 진술·보장 조항을 통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당사자들 간에 진술·보장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의도가 계약의 당사자들 상호 간에 각자가 계약 체결 당시에 예상할 수 없었던 계약상의 위험을 제거하고 종국적으로 계약의 체결에 이르기 위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진술·보장 조항에서 당사자들이 이행을 강제한 법률적 의무의 내용이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법원을 통하여 당사자들이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그 진술·보장 조항이 무효로 될 경우, 이는 자칫 잘못하면 진술·보장 조항 자체를 무용하게 하고 계약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 내지 인식과 달리 법원에 의하여 계약을 강제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상판결은 진술·보장 조항의 이행 및 이를 근거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한계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또한 동시에 대상판결은 계약서에 포함된 진술·보장 조항이 언제나 계약상의 위험 제거 및 예방을 위한 확실한 안전장치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점, 계약 이후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진술·보장 조항을 삽입하는 것과는 별개로 계약 체결 이전에 반드시 각 계약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습니다.



    장유정 변호사( yjchang@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