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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앱 사업자가 하나밖에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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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0.01.22 ]



    배달 앱 사업자인 A가 배달음식 소비자에게 지급하던 할인쿠폰을 하루아침에 없애고, 배달음식 점주의 수수료와 광고비를 갑자기 올리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는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점주는 수수료와 광고비를 올리지 않는 다른 배달 앱 사업자인 B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약 배달 앱 사업자가 A 하나밖에 없다면 어떨까.


    선택의 여지없이 소비자는 할인쿠폰을 못 받고, 점주는 수수료와 광고비를 더 내더라도 배달 앱 사업자 A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소비자의 혜택은 점점 줄어들고, 점주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시장을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본 것이지만, 우리 시장 곳곳에는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알게 모르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공정위가 기업의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이유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왜곡과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들이 서로 인수·합병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이지만 앞서 살펴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위가 심사하여 최종 승인을 해야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다.


    공정위는 삼익악기와 삼송공업이 영창악기제조의 주식 48.58%를 취득하고 이러한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한 후 영창악기제조로부터 핵심 기계설비를 일부 매입한 사례에서, 삼익악기와 삼송공업이 취득한 영창악기제조의 주식전량(48.58%)을 1년 내에 제3자에게 매각하고, 삼익악기 및 그 계열사가 기업결합 신고이후 영창악기제조로부터 매입한 핵심 기계설비를 3개월 내에 영창악기제조에 매각하도록 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제조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92%(업라이트 피아노 기준)에 달해 사실상 독점이 형성됨에 따라 가격인상 등 시장지배력이 남용될 가능성과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높아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한 것이다. 당시 부도난 영창악기제조의 기업결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었으나 법원 역시 공정위의 삼익악기-영창악기 합병불허 결정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반면 공정위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는 것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쉽게 말해 맥주회사가 소주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승인한 것이다. 당시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 하이트맥주가 맥주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주를 끼워 팔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주류시장의 강자가 된 하이트맥주가 다른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런 우려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맥주와 소주는 서로 보완하는 상품이 아니라 대체하는 상품으로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해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승인은 하되 소주와 맥주의 출고원가를 향후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가격을 인상하기 전에 공정위와 사전에 협의하는 등 시장의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고 경쟁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기업의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것은 기업결합으로 인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앞서 살펴 본 상황을 막을 수 있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다.


    최근 국내 배달 앱 2위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합병(M&A)하기로 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두 회사가 배달 앱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9.2%에 달한다고 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 쟁점은 시장점유율과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점유율과 관련해서는 관련 시장을 배달음식 중개업으로 볼 것인지 전체 주문배달 시장 또는 통신판매중개업 등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독과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으로 인해 독과점이 발생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의 연장이 될 것인지는 이제 공정위의 심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결국 이로 인해 소상공인과 소비자, 배달원이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백광현 변호사 (kwanghyun.back@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