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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식품 이야기] 냉장고 속의 식품, 언제까지 먹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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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8.]



    코로나의 영향으로 가정 내 식품소비가 늘어나면서, 냉장고 속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을지, 버릴지 고민하는 일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유통기한은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에 불과하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식품 변질 가능성이 높아져 식품을 폐기하는 기한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유통기한을 판매 허용 기한으로 올바르게 인식하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나머지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식품을 폐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구입한 식품의 보관 방법을 잘못 선택하거나 개봉 후 보관함으로써 식품의 변질이 시작되었음에도 유통기한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한 나머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도 존재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유통기한 중심의 일자 표시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행법 하에서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표시법’)에서 유통기한의 표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를 두면 유통기한 내 유통경로에 대하여만 국가가 감독하게 되므로 식품안전 법규의 집행에 편리한 면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에 비하여 짧게 설정되기 때문에 보수적인 관점에서 식품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식품제조업자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을 경과한 식품의 섭취 여부를 소비자의 결정으로 미룰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간 경과 후 변질된 식품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식품표시법은 알권리와 관련됩니다. 알권리는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헌법재판소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에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문제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면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고, 정보의 공개청구권은 알권리의 당연한 내용이 되는 것이며, 이러한 알권리는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외에도 국민주권주의(제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 등과도 관련이 있다」라고 하여 알권리를 여러 헌법 규정에서 종합적으로 도출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의 표시만을 규정한 현행 식품표시법으로 인하여 소비자는 자신이 섭취하고자 하는 식품의 판매 허용 기한만을 알 수 있을 뿐, 정작 언제까지 안전하게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 식품정보에 대한 알권리의 보장이 미흡합니다. 오히려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의 폐기 시점으로 오인하게 할 여지가 있어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식품제조업자의 입장에서 식품표시법은 영업의 자유(헌법 제15조)와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습니다(헌법 제37조 제2항). 소비기한의 도입은 식품제조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소비자의 알권리 증진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적합한 수단이며, 소비자로서는 유통기한의 표시만으로는 구입한 식품의 보관 후 섭취 가능 기한을 유효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기한 표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합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되고 있으나 식품정보가 기업에 편중되어 있는 현대사회의 산업구조에서는, 기업이 소비기한 표시의 부담을 지는 것과 증진되는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비교형량 하더라도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것이 옳다고 보입니다.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전환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인 요구라 할 것이지만, 오랜 기간 유통기한 중심으로 규제가 되어 온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혼란이 있습니다. 작년 7월 2일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대체하는 식품표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하는 식품표시법 개정안도 발의되었으나, 해당 개정안에는 유통기한을 판매기한으로 혼동 기재하였다가 법안을 재발의 하면서 이를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하는 법안의 경우 원재료로 사용되는 식품에 대해서 그 사용기한을 최초 판매자의 유통기한으로 할지 최종 소비자의 소비기한으로 할지 여부 등에 대하여도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기한의 도입이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이니만큼 법률적으로도 명쾌하게 대체 표기를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및 다수 선진국에서도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의 폐기 시점 등으로 오인할 수 있어 식품 섭취가 가능한 기한인 소비기한 표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미연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

    최승환 변호사 (seunghwan.choi@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