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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하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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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1.]



    2021. 6. 2. 중앙노동위원회는 A사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노조가 요구한 6개 교섭의제 중 ① 서브터미널에서의 본건 택배기사의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② 서브터미널에서의 본건 택배기사의 집하상품 인도시간 단축, ③ 본건 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등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에 관한 3개 의제는 A사가 본건 택배기사에 대하여 압도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④ 주5일제 및 휴일·휴가 실시, ⑤ 급지수수료 분류 체계 개편, ⑥ 사고부책 개선 등 3가지 의제는 A사와 대리점주가 중첩적으로 지배력 내지 영향력를 가진다” 는 이유로 A사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부당노동행위의 지배개입에 관하여 원청으로 사용자성을 확대한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을 원용하고 있으나, 지배개입에 관한 판례를 단체교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사용자가 아닌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제3자의 지배개입행위를 방지할 필요가 있어 지배개입에 있어서 사용자성을 제3자에게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그러나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하고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하청노조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형성하게 되는데, 하청노조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하청과 하청노조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의 단체교섭을 인정하는 것은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의 법리 자체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와 같은 교섭을 허용하게 되면 하청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의 합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나아가 현행 노동조합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사업 단위를 넘어서는 교섭단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교섭단위를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미국의 단체교섭제도에서는 허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현행 노동조합법에는 위반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해당 판정은 “A사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과 관련한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해당 판정으로 인해 향후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다투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에서 이와 같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종수 파트너변호사 (jsokim@shinkim.com)

    마세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