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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촌

    네덜란드 법원, EA FIFA 시리즈 랜덤박스가 사행성 게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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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3.]


    네덜란드 최고 행정법원(Afdeling bestuursrechtspraak, Administrative Jurisdiction Division)은 2022. 3. 9. Electronic Arts(EA)의 유명 축구 게임 프랜차이즈인 FIFA 시리즈에 포함된 랜덤박스(loot box) 컨텐츠가 네덜란드법상 금지되는 사행성 게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ECLI:NL:RVS:2022:690). 게임의 일부를 구성하는 랜덤박스 컨텐츠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논란에 이 판결이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FIFA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모드는 이용자가 축구 팀을 직접 구성하여 다른 이용자 또는 컴퓨터와 대결을 하는 FIFA Ultimate Team (FUT) 모드입니다. FUT 모드에서 팀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수는 랜덤박스로 얻을 수 있고, 랜덤박스에서 얻은 선수 등 아이템은 다른 이용자들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행성게임법(Wet op de kansspelen, Law on Games of Chance) 제1.1.a조는 “참여자들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확률적 결정에 의해 어떤 상품을 받는 승자가 결정될 기회”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규제 당국인 KSA(Kansspelautoriteit, Netherlands Gambling Authority)는 FUT 모드 내 랜덤박스 컨텐츠가 경제적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상품의 내용이 확률적으로 결정되므로 사행성게임법 제1.1.a조를 위반한다고 보았고, EA로 하여금 게임에서 랜덤박스 컨텐츠를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행성게임법을 준수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EA는 FUT 모드 내 랜덤박스 컨텐츠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실력을 요하는 게임의 일부분일 뿐이고, 따라서 랜덤박스 컨텐츠는 전체적으로 실력을 요하는 게임인 FUT 모드에 운의 요소를 일부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여 사행성게임법 제1.1.a조를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항변하며 위 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인 헤이그 지방법원(Rechtbank Den Haag, District Court of the Hague)은 FUT 모드 내 랜덤박스 컨텐츠는 하나의 독립된 게임이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으므로 사행성게임법을 위반한다고 보아 2020. 10. 15. EA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네덜란드 최고 행정법원은 랜덤박스 컨텐츠가 FUT 모드의 일부일 뿐이고 별도의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는 EA의 주장을 받아들여 네덜란드 규제 당국의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즉, ① FUT 모드 자체는 승리를 위해 실력을 요하는 게임인데, ②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FUT 모드에서 게임을 함으로써 랜덤박스를 얻고 있으며(약 92%), 현금으로 랜덤박스를 구매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고, ③ 랜덤박스는 FUT 모드 내부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④ 외부 거래소에서 랜덤박스나 그 내용물을 거래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계정 자체를 거래하는 경우가 보다 흔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랜덤박스 컨텐츠는 그 자체로 별도의 게임으로 볼 수 없고, 랜덤박스 컨텐츠를 포함하는 FUT 모드는 실력을 요하는 게임이므로 사행성게임법 제1.1.a조를 위반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본 네덜란드 판례는 두 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게임의 설계 및 게임과 랜덤박스 컨텐츠 사이의 관계가 사행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FUT 모드의 경우 랜덤박스의 대부분을 현금 결제가 아닌 게임 이용을 통해 얻을 수 있고, 랜덤박스를 FUT 모드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게임과 랜덤박스 컨텐츠가 서로 분리 불가능한 일체이고, FUT 모드 자체는 실력을 요하는 게임이므로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리니지의 게임머니인 ‘아덴’이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한 게임머니’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이를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09. 7. 10. 선고 2009노99(일부) 판결). 반대로 랜덤박스를 현금 결제로만 구입할 수 있다거나, 랜덤박스를 게임 외에서도 이용할 방법이 있다면 사행성 게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둘째로, 이용자들이 실제로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사행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FUT 모드 내 랜덤박스에서 얻은 아이템은 실제로도 외부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나, 네덜란드 법원은 이를 ‘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개별 아이템보다 계정 전체의 거래가 보다 많으므로 아이템이 거래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게임에 사행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제작자가 의도한 게임의 설계와 별도로 이용자들이 실제로 게임 내·외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게임의 사행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본 네덜란드 판결은 국내 법령의 해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랜덤박스의 사행성 판단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며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랜덤박스가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임형주 변호사 (hjlim@yulchon.com)

    황정훈 변호사 (jhhwang@yulchon.com)

    이용민 변호사 (ymlee@yulchon.com)

    이원석 변호사 (wonseok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