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율촌

    정비사업에서 체결되는 공사도급계약의 임의 해제 가능성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2. 07.20]



    1. 들어가며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에서 조합은 토지등소유자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행할 만큼 충분한 재원조달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시공자는 자금력과 신용, 다양한 주택건설사업 시행 경험 및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고 분양을 진행함으로 써 조합의 정비사업시행자로서의 역할을 보완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비사업의 시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공자가 변경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상승 등 주택가격이 상승하여 정비사업의 시행 여건이 호전되자, 조합이 시공자에게 브랜드 고급화나 사양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갈등 요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합이 시공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공자를 상대로 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제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조합의 공사도급계약의 임의 해지 가부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을 임의 해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규정을 근거로 조합이 시공자를 상대로 공사도급계약을 ‘임의 해제’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하여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이 민법상 공사도급계약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임의해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조합과 시공자 간의 계약의 내용 및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임의 해지 규정이 바로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편, 위 규정을 근거로 한 조합과 시공자 간의 공사도급계약의 임의 해지의 가부에 관하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존재하지 아니합니다.


    특히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체결되는 공사도급계약에는 공사도급에 관한 사항 외에도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예컨대, 서울특별시가 고시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에는 시공자가 조합에 이주비 조달 경비, 조합 운영비 등 사업경비와 조합원 이주비를 대여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제4조 제2항, 제44조 내지 제47조), 이에 따라 통상 시공자는 대주로서 조합과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합니다. 법원은 정비사업에서 공사도급(가)계약과 이에 기초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 공사도급(가)계약이 무효라면 시공자가 공사도급(가)계약이 무효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금전소비대차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는데(서울고등법원 2019. 4. 9. 선고 2017나2016790 판결 등), 이러한 판시 내용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시공자가 단순히 도급계약상 수급인의 지위에 머물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체결되는 공사도급계약이 단순히 민법상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조합이 이를 임의 해지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당해 도급계약의 취지 및 내용, 계약당사자간의 관계, 금전소비대차계약 등 관련 약정의 존부, 정비사업의 진행 단계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3. 시사점

    정비사업의 현실에서 시공자는 조합과 함께 사업의 시행을 주도하는 필수적인 주체입니다. 따라서 시공자가 정비사업 시행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서는 당연히 시공자를 상대로 계약해제를 비롯한 여러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공자 측의 의무불이행 사유가 없음에도 조합이 시공자와의 단순한 갈등을 이유로 민법 제673조의 규정을 근거로 ‘임의 해제’를 주장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태롭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박주봉 변호사 (jbpark@yulchon.com)

    송민경 변호사 (mksong@yulchon.com)

    김태건 변호사 (tkkim@yulchon.com)

    박은정 변호사 (eunjungpark@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