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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용금 사기에 있어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은 어떻게 입증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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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11. 16.]



    금전을 차용할 당시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를 변제할 수 있는 것처럼 하여 금전을 차용하는 경우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권·채무관계를 넘어 형사상 ‘차용금 사기’에 해당하게 된다. 더욱이 차용금 사기의 특성상 이후 피해 변제를 통한 합의가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차용금 사기에 있어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은 어떻게 입증하여야 하는 걸까? 아래 일화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 일화는 해당 등장인물의 개인정보보호 등을 위해 일부 각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필자가 3년차 열혈 변호사 시절 모 지방법원 국선변호인을 겸임할 때의 일이다. 공판을 위해 법정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사건은 피고인이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재판부에 합의를 위해 공판을 속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미 재판부에서 피고인을 배려하여 여러 차례 기일은 진행하였던터라 이번에는 허용해주시지 않으셨다. 그러자 피고인은 그럼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달라고 간청하였다.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 요청에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재판장께서 법정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필자를 호명하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변호사님. 이 변호사님이 저희 재판부 국선변호인 명부에 있으니 이 변호사님을 이 자리에서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할까 합니다. 본 건은 차용금 사기 사건으로 피고인이 1심에서 모두 자백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입니다. 오늘 결심을 하려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하니 변호사님께서 피고인과 잠시 법정 밖에서 양형 사유에 관하여 논의하신 후 변론하고 재판을 마치면 어떻겠습니까?”


    오늘 재판을 끝낼 요량이라는 재판장님의 말에 피고인은 이를 수용하였고,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자 역시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피고인과 법정 밖에서 짧은 면담을 가지게 되었고 피고인은 양형사유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피해자와의 금전 거래관계가 담긴 계좌거래내역서였다. 그런데 웬걸. 필자가 살펴보니 피고인에게는 죄가 없었다. 그리고는 고민이 들었다.


    “항소심은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을 하는데 피고인은 유·무죄를 다투는 사실오인이 아닌 형량을 다투는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하였다. 거기다 재판장은 조금 전 필자에게 이 사건을 결심하겠다고 하였는데, 갑자기 무죄를 다투기 위해 공판을 속행해 달라고 하면 재판부에서 나를 얼마나 괘씸하게 생각할까?”


    하지만 나는 재판부의 변호인이 아닌 피고인의 변호인이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런 피고인이 필자의 견해로는 무죄이다. 그런데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에서 어떻게 유무죄를 다투어야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얼른 스마트폰으로 형사소송법을 찾아보았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항소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 이로써 모든 준비를 마쳤다.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장님,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재판장께서 매우 황당한 표정을 지으시며 “이 사건은 피고인이 1심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한 사건으로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사실오인을 주장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라고 말씀하셨다.


    “맞습니다. 재판장님. 하지만 이 계좌내역서를 봐주십시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전을 차용한 사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소액이나마 송금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거래내역들은 원금에 10%의 이자를 가산해 갚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리곤 앞서 살핀 형사소송법 조항을 읊조렸었다. 그렇다. 피고인의 경우 차용 당시 이를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모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매우 컸던 것이다.


    법정은 술렁였고 재판장님은 적지 않게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주심 판사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셨다. 재판부의 마음을 흔들어야 했다.


    “재판장님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변호인의 조력 없이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지금 변호인이 주장한 내용이 항소이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우선 오늘 공판은 속행을 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변호인 역시 내일 오전까지 항소이유를 정리한 서면을 곧바로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변호인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시어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셔도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재판은 속행되었다. 필자는 재판부와의 약속대로 항소이유와 계좌거래내역서를 첨부한 변호인 의견서를 다음날 오전 일찍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이례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까지 이루어졌고 검사 역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였다. 그렇게 몇 차례 재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 피고인은 간절히 바라던 대로 억울함을 풀고 실형을 면하였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차용금 사기는 금전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차용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피해자와 평소 금전거래가 있었던 경우라면 해당 금전거래의 내역과 성격 등을 면밀히 살핀 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 입증한다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이 형사 사건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보인다.


    한편 위 사건의 피고인은 사기죄에 대해 실형을 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방되지는 못하였다. 재판을 받으며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항소심 도중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여 기소되었고 이 사건 항소심에 병합되어 유죄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4년차 열혈 변호사로 지내고 있는 지금, 필자는 본 칼럼을 빌려 당시 재판부 판사님들께 송구했다는 말씀과 직권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살펴주신 점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종관 변호사 (jklee@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