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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면 우리 사회에 벌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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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7.]



    소위 노란봉투법이 2월 21일 국회 환노위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되는 경우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질서를 완전히 바꾸는 법이 될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 노동쟁의 범위의 확대, 불법쟁의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엄격한 증명책임 부과의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먼저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됩니다. 본래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는 것이 대법원이 확고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등).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조문이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원청업체가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원청업체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하청업체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무작정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교섭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향후 이와 관련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조합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로,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됩니다. 노동쟁의는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쟁의행위의 전제가 되는 상황으로, 노동쟁의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발생하여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이 때 “결정”이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국한됩니다. 이를 ‘이익분쟁’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이 있고, 이는 ‘권리분쟁’이라고 합니다. 노란봉투법은 “결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노동쟁의의 범위를 기존의 이익분쟁을 넘어서서 권리분쟁에까지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단체교섭 과정에서만 할 수 있는 쟁의행위를 단체교섭이 끝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정당하게 실행한 해고를 철회하라는 취지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며 판례가 금지하고 있는 정리해고 내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사용자 범위의 확대와 연결되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이를 이유로 원청업체를 상대로 파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되면 본래 법원의 판단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권리분쟁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위행위에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 법체계가 금지하고 있는 자력구제를 인정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쟁의행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으려면 엄격한 증명책임이 요구됩니다. 쟁의행위는 집단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면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역할을 외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판례는 불법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조합, 조합간부, 조합원의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보아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하면서, 불법행위의 집단성만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에서는 법원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법원은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가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으로서는 청구를 기각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위 규정은 우회적으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집단적 행위인 불법쟁의행위와 관련하여 각 개별 행위자별로 엄격한 증명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다른 문제점들에 비해 오히려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보일 정도입니다. 노동쟁의의 대상이 권리분쟁까지 확대되면 노동조합은 사실상 온갖 의제를 이유로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파업의 일상화’가 초래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 현행 노동조합법이 마련한 협약자치 시스템이 송두리째 흐트러지고, 특히 대기업인 원청업체들은 상시적인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또한 공공기관의 노동조합도 임금 인상을 위해 직접 기획재정부와 교섭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사용자성 확대에 특히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입니다.


    노란봉투법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현행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점도 많습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좀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향후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의 입법경과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동욱 변호사 (dwokim@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