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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간 근로조건의 차별 시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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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7.02.20 ]



    1. ‘무기계약직’ 혹은 ‘중규직’의 등장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시행된 후 특별한 예외사유 없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기간제법 제4조 제1항).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당초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되었으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들, 소위 ‘무기계약직’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유사하지만, 임금 수준, 승진 가능성은 기존의 계약직 근로자들과 유사한 조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여 무기계약직을 정규직도 계약직도 아닌 ‘중규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명시적 법조항의 부재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조항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차별이 금지되지는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제6조에서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의 차이를 ‘사회적 신분’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근로자와 근로조건을 차별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행위로 평가될 것입니다.

     

     

    3. 무기계약직과 정규직간 차별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국가인권위원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신분’이라는 용어에 ‘고용형태’가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계약직, 정규직 등의 고용형태의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해 왔습니다1).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사내근로자복지기금의 적용대상을 정규직 근로자로 제한하고 계약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무기계약직 근로자 역시 복지기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사안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입사 경로나 담당 업무 차이를 이유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기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기금 정관’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각주1]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서 구제해야 할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해고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가 포함됩니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가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법리를 설시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만한 판례들이 존재합니다. 대법원 1991. 7. 12. 선고 90다카17009 판결은, 일반직·기능직·고용직이라는 직종 내지 고용형태의 구분에 따라 임금 및 수당을 차등하여 지급한 사안에서 일반직에 비해 기능직·고용직을 우대한 것이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직종 내지 고용형태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은 아니라고 전제한 판단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5. 10. 19. 선고 2013다1051 판결은, 정규직 근로자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사이에 초임연봉등급이 차별적으로 적용된 사안에서, 임용경로의 차이에서 호봉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므로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입사한 정규직 근로자들과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시각과는 다르게 지난 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가 포함된다고 해석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어 주목을 끌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3505 판결은 “직업뿐 아니라 사업장 내 직종, 직위, 직급도 상당한 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거나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에 해당하는 경우 ‘사회적 신분’이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매월 주택수당, 가족수당, 식대 등을 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상급 법원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 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려는 사회적 움직임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간 차별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9월 21일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임금 인상률에 있어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복리후생비도 차별 없이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등 15인은 2016년 12월 2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 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 “사회적 신분에는 사업장 내에서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하여 회피할 수 없는 조건을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입니다. 위 발의안은 제안이유를 “소위 ‘중규직’ 등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근로기준법 상 사회적 신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5. 제언

    기업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2)에 비추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별을 시정하려는 일련의 사회적 흐름에 주목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차이를 두기 보다는, 실제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직무의 내용, 난이도, 작업 조건 등)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채용방식, 임금체계 등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각주2]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한 처우의 원칙,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등에서 확인됩니다. 



    이광선 변호사 (kslee@jipyong.com)

    하지인 변호사 (jaha@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