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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서 확인소송의 필요성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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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03.12. ]


    I. 들어가며

    확정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법률적 판단의 내용은 이후 그 소송당사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이므로, 동일한 사항이 소송상 문제가 되었을 때 당사자는 이에 저촉되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법원도 이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756 판결). 이를 '기판력'이라고 하는데, 이에 확정 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법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변제를 하지 않는 상태로 10년이 지나면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은 소멸하게 됩니다. 이에 법원은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음이 분명한 경우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4764 판결 등), 후소의 형태는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의 소만을 인정하여 왔습니다[대법원은 최근 2018. 7. 19.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대상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확인청구도 가능하다고 태도를 변경하였는바,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주요 내용과 대상판결이 가지는 함의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I. 사안의 개요

    이 사안의 원고는 피고에게 1997. 2. 말경 6,000만 원, 1997. 4.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였고, 2004. 11. 11.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2004. 12. 7. 그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 판결).


    원고는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4. 11. 4.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은 청구의 표시를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 대여금반환 사건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 청구'로 기재하여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은 파산절차에서 면책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제1심과 같이 청구원인에 관한 요건사실로 청구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특정하지 않은 채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판결이 확정되었고, 원고가 위 판결금 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는 원고에게 1억 6,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I.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 후,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에 대해 판단하였습니다. 다수의견은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확인소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습니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역시 재판상의 청구인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한 형태로 허용되고, 채권자는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 또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를 제기하는 채권자의 진정한 의사는 이미 기판력과 집행력이 있는 청구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단지 그 시효소멸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인데,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채권자의 진의와 무관하게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청구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된다.

    ②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와 그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채무자의 원고적격자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침해하는 한편, 당사자와 법원으로 하여금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게 만든다.

    ③ 시효중단을 위해 제기된 후소에서 이행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면 그 판결은 기판력과 함께 집행력을 갖게 되므로, 위와 같은 후소 판결의 선고로 동일한 청구권에 대하여 유효한 집행력을 가진 두 개의 집행권원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이중집행의 위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④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기판력에 저촉되므로, 예외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그러나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그 기간 동안 시효중단 조치를 금지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과 같은 일반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데,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는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어서 그 소송 자체가 채권의 관리·보전행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반적인 이행소송의 형태로 제기되는 바람에 소송비용으로 취급되어 채무자가 상당한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행소송을 허용하는 현재의 실무에 문제가 많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이 존재합니다.


    ① 후소 법원은 청구원인의 요건사실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고 전소 변론종결 이전의 사정에 대해서도 심리할 수 없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자 실무이므로 실무상 후소에서 불필요한 심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고, 채무자는 변제 등의 청구이의사유를 후소에서 빠짐없이 주장해 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나 그것이 부당하다거나 채무자의 법률적 지위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② 채권자는 후소에서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까지 반영함으로써 기판력과 집행력의 범위를 새롭게 일치시킬 수 있고, 기판력의 표준시를 후소 변론종결시로 늦춤으로써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을 근거로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③ 이중집행의 위험은 비단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때에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집행권원의 추가로 인한 이중집행의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④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전소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 그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고, 개별 사건마다 그 기준에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후소를 지나치게 빨리 제기하면 시효중단을 위한 소로서의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적법 여부가 지극히 불분명한 기준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보기 어렵다.

    ⑤ 채권자가 후소를 제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전소 승소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므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소송비용을 패소 당사자인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소송법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이나 형평에도 맞는다.

    ⑥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현재의 권리·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고,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없고 다툴 필요도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대법관 1인은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와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동의하기 어렵고,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을 통하여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지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는 전소와 동일한 이행소송 외에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를 소송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되고, 오히려 후자의 방식이 원칙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IV.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및 의의

    소멸시효는 '법률이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보호를 거부하고, 사회생활상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여기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제도'이므로, 권리자가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면 시효가 중단됩니다. 대법원은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반드시 권리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로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등(대법원 2010. 8. 26 선고 2008다42416 판결),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표시하는 경우 폭넓게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기존의 판례 및 실무는 확정된 전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로 '전소와 동일한 형태의 이행소송'만을 인정해오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권리에 잠자지 않는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므로 이행소송이든 확인소송이든 소송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확인소송이 채권자의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것인바, 대상판결은 채권자에게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제도 및 채권자의 목적에도 부합한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서 이행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30년 이상 실무로 정착된 상황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 전소와 동일한 형태의 이행소송의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인데 확인소송이 가능하다면 예외적인 이행소송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김수진 변호사 (sujin@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