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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오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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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3]


    1. 들어가며

    하자 있는 물건을 구입한 매수인은 민법 제570조 내지 제576조에 따라 매도인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고, 민법 제109조에 근거하여 당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매수인이 위 두 가지 권리를 함께 행사할 수 있는지, 하나만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① 경합이 인정되지 않고, 매도인의 담보책임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착오 취소는 부정된다는 견해와, ② 경합을 인정하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통상 위 ① 견해가 통설 내지는 다수설로 소개되어 왔으나 두 가지 책임이 경합된다는 위 ②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도 결코 적지는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대법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으나, 대상판결을 통해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착오를 이유로 당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두 가지 책임이 경합한다고 정면으로 인정하였습니다.



    2. 사안의 개요

    이 사안의 원고는 화랑소매업을 운영하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수 점의 서화(이하 '이 사건 각 서화')를 1억 9,400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 그리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는 "이 사건 서화의 전부 또는 일부가 위작으로 밝혀지는 경우 원고가 해당 서화 부분에 대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고, 피고는 그에 따라 해당 서화를 반환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해당 서화에 상응하는 대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매매대금을 지급한 후 이 사건 각 서화를 인도받아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일부 서화가 위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각 서화 중 일부가 위작임에도 진품으로 알고 매수한 것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중 해당 서화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그에 상응하는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민법 제109조 제1항에 의하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표의자는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고,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에 의하면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하자가 있는 사실을 과실없이 알지 못한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취지가 서로 다르고,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며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경합을 정면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매매계약 중 위작으로 밝혀진 서화에 대한 부분이 취소되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5. 12. 3. 선고 2015나4841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미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그 존재의 목적, 취지, 그에 따른 적용범위, 법률효과가 다르므로 양자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수인이 필요한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입장은 일응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도인의 담보책임에는 6개월의 제척기간이 적용(민법 제582조)되는데 반해,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하여야 하므로(민법 제146조) 그 기간이 훨씬 더 깁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따르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매매계약을 장기간 불확정한 상태에 두는 것이어서 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을 정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① 착오 취소의 경우에도 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② 더 나아가 착오 취소권의 행사기간을 입법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개진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그 동안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담보책임과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경합에 대하여 결론을 제시하였으나, 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음에도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향후 이 문제가 대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입니다.



    배강일 변호사 (kiba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