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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한 이사는 결의에 찬성한 자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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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07.02. ] 



    1. 들어가며

    대법원은 최근 이사가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을 행사하였으나 이사회 의사록에 이의한 기재가 없는 경우, 이를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손해배상(기) 사건, 이하 “대상판결”).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일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여, 이사회 결의를 통한 이사의 임무위반 사안에서 이사회 의사록 기재를 통해 결의에 대한 이사의 찬성 여부를 추정하고 그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에서는 이사가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한 경우에 이를 상법 제399조 제3항에서 말하는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로 보아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사안의 개요

    A시는 2001년 리조트 사업을 위해 민간업체와 공동 출자해 B공사를 설립하였으나, 위 공사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던 중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위 공사의 대주주였던 A시는 주식회사C(이 사건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C회사의 이사들은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였고, 결국 2012년 7월경 A시에 협력사업비로 150억 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위 이사회 결의에서 대표이사D와 상임이사E는 기권하였고, 나머지 임원 가운데 7명은 찬성표를, 3명은 반대표를 행사하였습니다.


    위 이사회 결의에 따라 C회사가 4차례에 걸쳐 A시에 150억 원을 기부하였음에도, 결국 B공사는 2014년 경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C회사는 위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한 D와 E, 찬성 의견을 낸 이사 7명 등 9명을 상대로, 충분한 검토 없이 회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B공사의 사업에 150억 원을 기부하는 결의를 한 것은 이사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제1심 및 원심법원의 판단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은, 이사회 의사록에는 피고 D, E가 단지 기권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이의를 한 기재가 있다는 주장 및 입증이 없어 상법 제399조 제3항에 의해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이사회 결의에 명시적으로 찬성한 이사들은 물론 기권한 D, E도 상법 제399조 제2항에 따라 연대하여 이 사건 원고 C회사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이와 같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D, E는 이사회 결의에서 기권을 한 경우에까지 상법 제399조 제3항에 따라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법 제399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이 규정한 이사의 임무위반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의한 것일 때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고, 상법 제399조 제3항은 같은 조 제2항을 전제로 하면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자로서는 어떤 이사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하였는지 여부를 알기 어려워 그 증명이 곤란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여 그 증명책임을 이사에게 전가하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결의에 기권하였다고 의사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그 이사는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399조 제3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같은 조 제2항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D, E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안에 대한 원심법원과 대법원의 입장 차이는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심법원은 피고 D, E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림에 있어 ‘단지 기권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이의를 한 기재가 있다는 주장 및 입증이 없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이는 “이의를 한 기재”가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이사가 이사회에서 의결권 행사 시 기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의안에 대해 이의를 담은 구체적인 의견의 표명 또는 반대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해석한 결과입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피고 D, E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 논거로 결의에 기권한 것으로 의사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즉, 대법원은 “이의를 한 기재”를 해석함에 있어, 이사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안에 대한 이의의 의견을 제시한 경우에 국한하지 않고, 기권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해석의 쟁점은 과연 기권이라는 행위를 법문상 ‘이의’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먼저 이 사건 원심처럼 ‘이의’의 의미를 좁게 한정함으로써 기권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기권 ≠ 이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통상 이의는 ‘반대’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기권은 의결에서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적극적인 반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법 제399조를 부당한 이사회결의에 찬성한 자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찬성행위를 저지하지 아니하는 등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이사에게도 책임을 부담하게 하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이의’의 의미를 ‘찬성’이 아니라는 의사로 비교적 넓게해석함으로써 기권도 이의에 포함된다고 보는 입장(기권 ≒ 이의)이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더욱 타당합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같은 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규정인데, 제2항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취지이므로, 제2항에 따른 책임의 소재는 결국 위법·부당한 의안에 대하여 ‘찬성’한 이사인지 ‘찬성하지 않은’ 이사인지의 구분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이때 책임을 추궁하는 외부자가 이사회의 심의상황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그 증명의 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의사록의 기재에 의하여 추정 규정을 둠으로써 이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결의에 반대하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찬성’ 여부를 추정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기본적으로 ‘찬성’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배제되어야 하며, 이럴 때에도 추정을 지나치게 넓게 적용한다면 이는 ‘찬성’한 이사에게 책임을 부담하게 한다는 상법 제399조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본말이 전도되는 해석이 될 수 있고 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됩니다.


    문언해석적 관점에서도 ‘이의’라는 용어는 ‘찬성과 다른 의견이나 의사표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반드시 ‘반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 내에서도 이사회 의사록 기재(상법 제391조의3 제2항), 합병 등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상법 제360조의5, 제522조의3) 규정에서는 ‘반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합병에 대한 채권자 이의(상법 제232조)를 비롯하여 위 조항을 준용하는 여러 규정들(각종 회사의 합병, 자본감소, 조직변경 등)에서는 ‘이의’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양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조에서의 ‘이의’를 ‘반대’에 한정할 당위성은 없습니다.


    특히 회사 이사회 결의과정에서는 이의를 ‘반대’에 한정되지 않고 ‘기권’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법률적 효과 면에서 출석한 이사의 기권은 찬성이 아니라 반대의 의사와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즉 의결정족수에 있어서, 출석 후 기권하는 경우는 출석의결수에 포함되어 ‘반대’의 의결권행사와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처럼 기권을 의결정족수에서는 ‘반대’와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이사의 책임 부담에서는 ‘찬성’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이는 모순됩니다.


    현실적으로 이사는 어떠한 안건에서 찬성 또는 반대할 수도 있지만 기권의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는 고의적 불출석과 달리 일단 이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나아가 위법·부당한 안건에 대하여 명확하게 기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비록 반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결국 찬성에 대한 강력한 거부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찬성으로 추정하는 것은 원래 예정한 책임의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따라서 의사록에 찬성이나 반대 혹은 기권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 한하여 상법 제399조 제3항이 적용되어 찬성 추정의 효과를 받게 될 뿐, 이사가 자신이 기권하였음을 증명하면 그 추정은 깨어진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대법원의 판시는 매우 타당합니다.



    6. 마치며

    대상판결은 그간 논의가 되지 않았던 상법 제399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기권도 이의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결로서, 이사의 책임인정 요건 및 소송법상 증명책임 전환의 한계를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이사회 실무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근 변호사 (jaklee@yulchon.com)

    이정윤 변호사 (jylee0416@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