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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에 있어 판례에 비추어 보는 전염병 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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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0.04.03. ] 



    1. 들어가며

    국가배상책임은 국가가 위험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를 하였는지에 대한 책임을 본질로 합니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염병 사태에서 과연 국가에게 전염병의 발생과 관리에 있어 어떤 책임이 있는지 또는 국가는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 있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다른 사건 항소심에서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의 판결과는 달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기도 한바, 구체적으로 전염병 관리에 있어 요구되는 국가의 주의의무에 대해 판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2. 사실관계

    메르스는 2015. 5.경 발생하였는데, 당시 1번 환자에 대한 진단 지연과 부실한 역학조사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1번 환자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하였는데, 방역당국은 1번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을 거절하였고, 1번 환자는 최초 메르스 의심 신고인 5. 18.로부터 이틀 후인 5. 20.에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에 이릅니다. 이에 더하여,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 확진 이후 역학 조사를 실시함에 있어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만 밀접접촉자로 분리하여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14번 환자를 제대로 조사·격리하지 못하여 14번 환자가 자신이 메르스에 노출되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하여 85명이라는 대규모의 감염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결국 이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방역당국은 메르스 확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한편, 최근 이와 같은 방역 당국의 과실과 이로 인한 손해 발생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있었는데, 두 사건에서 법원은 일견 다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8. 선고 2016가합532797 판결에서 재판부는 슈퍼 전파자였던 14번 환자로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전염되어 사망한 80번 환자의 감염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같은 법원 2020. 2. 7. 선고 2019나18395 판결에서는 똑같이 14번 환자로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전염된 104번 환자의 감염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판시내용

    가. 국가의 과실 인정 여부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과실·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행정청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대법원 2016. 8. 25. 선고 2014다225083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온바, 다수의 사건에서 국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할 정도에 이르러야 과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두 사건에 있어서도 각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위 대법원 판시 취지에 따라 메르스 사태에 있어 과실유무와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피고 대한민국 및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는 관계 법률의 규정 형식상 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메르스 관련 방역 등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라는 일반론을 설시하였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80번 환자와 104번 환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인정여부를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80번 환자의 감염과 104번 환자의 감염에 대하여 각 재판부 모두 국가에게 과실이 있음은 인정하였습니다.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에 있어 질병관리본부가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거절한 것은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하여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함에 있어서도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역학조사를 함에 있어 의무기록지와 CCTV 영상으로 1번 환자의 동선과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존 접촉자명단 중 실제 접촉이 확인되지 않는 일부를 격리대상에서 배제하였을 뿐 추가 접촉자를 조사하지 않은 것에는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나. 인과관계 인정 여부

    80번 환자와 104번 환자의 감염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위와 같은 국가의 과실과 각 환자의 감염 간에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80번 환자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가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여 14번 환자를 조기에 일상적 접촉자로 분류할 수 있었다면, 늦어도 14번 확진자가 5. 27.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내원하기 전에는 14번 환자를 추적조사하여 이를 격리병상으로 이송할 수 있었을 것이어서 80번 환자가 14번 환자로부터 전염되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104번 환자의 사건에서는 1번 환자의 확진 시점인 5. 20.경에는 당시까지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 전파양식 등에 비추어 메르스 환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자에 한하여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1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14번 환자를 추적조사하고 그에 따라 14번 환자와 104번 환자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던 것입니다.


    한편, 80번 환자에 대해서도 ‘감염’에 대해서만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며, 80번 환자의 ‘사망’에 대해서는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사망하였다고 보아 국가의 과실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4. 결 어

    두 사건 모두 각각 항소·상고하여 종국적인 판단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바, 향후 두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메르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코로나 사태에 있어서도 법적 분쟁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판시에 비추어 보면, ① 국가의 과실은 국가의 조치가 현저히 불합리할 경우에 인정되고, 국가가 초동대처가 미흡하였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으며, ② 다만 국가의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전염병 감염과 과실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국가의 그러한 과실이 없었더라면 전염을 차단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③ 환자에게 기저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전염병의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었는지 또한 별개의 쟁점이 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신예슬 변호사 (ysshin@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