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죽었다."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나올 법한 주장들이 지난 10일 터져나왔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거대 여당 의원들이 환호하며 자축하고 있을 때 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외친 구호와 손팻말 내용이다.
최근 이 같은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이어 10일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권력기관개혁 3법 등 쟁점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했다. 이어 14일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본회의에서 가결하며 정부와 함께 추진하던 주요 입법과제를 모두 처리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아보려 했지만, 여당은 압도적인 의석 수를 앞세워 연거푸 표결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채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여당은 당초 "야당 의견도 존중하기로 했다"면서 충분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 방역과 민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사흘 만에 뒤집었다.
다수의 결정에 따라 정치적 대립을 결말 짓고 의사를 통일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지만, 이는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과거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 세력, 특히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민의 촛불 정신을 받들어 집권했다는 여당이 자신들이 공들여 쌓아온 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은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침탈 시도를 용인하고 기업의 목을 옥죄고 있다는 논란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논란, 정권 보위용이라는 논란 등이 제기됐던 쟁점 법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언젠가 잦아든다. 하지만 협치를 무시한 거대 여당의 폭주와 졸속 입법에 따른 문제는 두고두고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