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율촌

    북한법을 알면 통일이 보인다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1.09.03.]



    북한에는 어떤 법이 있나요?

    대학에서 북한법을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첫 질문은 "북한에는 어떤 법이 있나요?"이다. 정답을 말하면 남북한은 민족뿐만 아니라 법률도 조상이 같아서 남한에 있는 법률은 대부분 북한에도 있다. 해방 직후의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1948년 5월 10일과 9월 9일에 남북한은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다른 체제의 정부를 수립하였다. 이후 대한민국은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하는 등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남북한은 1991년 9월 17일 UN 총회에서 국가명 영문표기에 따라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160번째, 남한(Republic of Korea)은 161번째 회원국으로 동시 가입되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하나의 국가 형태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법률이 필요하다, 남한이 일본을 통하여 성문법 국가인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북한 역시 광의의 대륙법계에 포함될 수 있는 소련의 영향 하에 법률들을 제정하였다. 따라서 헌법을 비롯하여 민법, 형법 등 기본6법은 물론이고 저작권법, 노동법 등 우리가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는 법이 북한에도 그대로 있다. 다만, 세계 최초의 공산국가인 소련법을 모법(母法)으로 한 관계로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법률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작동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사회주의 영향으로 북한은 여성과 노동자의 권리 보호 등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앞서 입법하기도 하였다.


    1당 독재를 넘어 1인 독재체제를 가지고 있는 북한법의 특징은 자유주의국가의 법률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법의 제정 및 운용이 당의 정책에 예속되고, 헌법을 비롯한 각종 성문법보다도 최고위층의 교시와 지시, 노동당의 규약이나 강령이 상위의 법원(法源)으로서 인정된다. 따라서, 실정법은 대부분 선언적, 형식적 규정에 불과하고, 법조문이 권리보다는 의무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북한에서 법률의 기능은 반혁명·반체제 세력에 대한 억압과 체제 방어 기능 및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의 수단, 모든 인민을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개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남북한의 제헌절은 모두 최초로 헌법이 제정된 날일까?

    남북한의 경쟁은 군사력이나 스포츠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수립과 헌법제정에 있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였다. 남한은 1948년 7월 17일, 북한은 같은 해 9월 8일 헌법을 제정하였다. 현재 북한헌법의 정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인데 1948년 제헌헌법 이후 2019년까지 총14차례 개정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면, 먼저 인민민주주의헌법에서 사회주의헌법으로 전환하고, 조선노동당의 우월적 지위 명시, 김일성의 권력강화를 위하여 주체사상을 헌법에 규정하고 국가주석제들 도입한 1972년 제6차 개정을 들 수 있다. 남한의 제헌절이 제헌헌법이 시행된 1948년 7월 17일인 것과 달리, 북한은 헌법을 최초 제정한 1948년 9월 8일이 아니라, 제6차 개정일인 1948년 12월 27일을 우리의 제헌절에 해당하는 헌법절이라 하면서 국가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정권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 김일성의 권한을 강화시킨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는 남한인만큼 최소한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을 제정한 제헌절만큼은 국가공휴일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북한은 나쁜 것도 서로 경쟁하는 관계인가?

    북한 헌법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개정이 이루어진 1972년 12월 27일, 같은 날 남한 역시 역사상 큰 획을 그은 헌법개정이 이루어졌다. 흔히 '유신헌법'이라 불리우는 제7차 개헌이다. 김일성의 권한강화와 궤를 같이하여 남한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영도적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개정을 강행하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따라 하는 것이 더 쉬운가 보다.



    과연 통일법은 만들 수 있을까?

    흔히 통일을 대비하여 통일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독일, 베트남을 비롯하여 이념적으로 분단된 국가가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통일법을 만드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전혀 이질적인 이념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통합하여 하나의 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 흡수하는 국가의 법을 흡수된 국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혼란을 경감하기 위하여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식으로 해결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은 통일을 준비하면서 북한과 소통하기 위하여 제정된 남한의 법률이다. 개성공단에서 시행되고 있던 각종 합의, 규정들 역시 남북한의 교류를 위해 임시적으로 만든 법령들로서 결코 통일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통일법은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항아리',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대박론' 등 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통일의 부푼 꿈이 제시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4.27 판문점 회담'을 비롯하여 남북미 정상 간의 잇따른 회동으로 인하여 한때 통일이 눈 앞에 다가온 듯 기대가 부풀어 올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로 트럼트,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30 세대에서는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있다. 그러나 단일민족, 국력의 증대, 경제적 효과 등 여러 면에서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통일, 하려면 제대로 하여야 한다

    북한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다 보니 통일과 관련된 여러 기관에 관여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과 6일 양일간에 걸쳐 남북회담본부에서 한국과 독일의 통일전문가들로 구성된 한독통일자문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화상회의로 열리게 되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양측 전문가들의 발표 중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동서독 주민들간의 통일에 대한 인식 연구'였다. 아직은 양쪽 모두 통일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독일은 우리와 같이 1945년 2차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분단되었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1990년 통일이 되어 벌써 30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아직도 완전한 통일체를 이루지 못하고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을 위한 기금마련, 통일법의 연구 등 우리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준비한 독일도 이 정도인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번 핑크빛 꿈만 키워주는 우리에게 어느 날 통일이 갑자기 다가온다면 '통일대박'이 아니라 그야말로 '통일쪽박'이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금년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열고 조선노동당 규약을 개정하였는데, 적화통일을 전제로 하는 남조선혁명론을 수정하면서 남북평화협정의 단초가 열렸다는 분석이 있었다. 또한 최근 김여정의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발언 수위가 과거보다 순화되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있지만, 준비된 통일은 북한이라는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내포한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경제침체, 체제불안 등 북한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 때문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한순간에 휴전선도 무너질 수 있다. 이로 인한 혼란은 부동산, 가족관계, 경제투자 등 수많은 소송을 동반할 것이다. 따라서 통일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북한과 북한법을 연구하고 준비할 필요가 크다.



    이찬희 고문 (c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