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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안에 반대합니다

    정혜진 변호사(경기중앙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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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변호사에 대한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자기 또는 타인의 재판 및 수사와 관련하여 보복의 목적으로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을 형법상의 폭행·협박보다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신설하는 안이 하나 있고, 변호사의 직무가 행해지는 장소에서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을 마찬가지로 형법상 폭행·협박보다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변호사법에 신설하자는 안도 나와 있다.

    의안원문에 쓴, 개정안의 취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인권옹호의무,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는바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음”, “법률종사자의 직무를 이유로 한 보복성 범죄는 피해자 개인을 넘어 법조 직역을 위축하고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등 공익에 미치는 해악이 중대함 … 이에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 중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임.”

    고귀한 말들은 너무 고귀해서 종종 현실감이 없다. 법안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데, 법의 취지를 담은 언어는 고고하다. 법안의 가중처벌 행위는 (대상은 제한되나) 결국 ‘폭행·협박’이다. 변호사를 흉기로 위협하거나(특수협박), 폭행당한 변호사가 다치거나(상해), 더 나아가 대구 사건처럼 변호사에게 불만을 품고 방화를 하거나 살인을 하는 경우 위 법안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변호사에 대한 폭행·협박을 일반 사안보다 가중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변호사에 대한 더 중한 범죄, 예컨대 특수폭행, 특수협박, 상해, 폭행치상, 상해치사, 중상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살인 등은 그렇지 않은가. 대답이 궁해지는 바로 이 순간, 답이 명확하게 보인다. 형법과 기존 형사특별법으로 다 규율할 수 있는 행위를, 기존 법이 정한 법정형 내에서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충격을 주는 사건 일어날 때마다
    재발 방지대책으로 가중처벌 등장
    중형주의 대책 통한 적 거의 없어
    또 비슷한 대책에 서글픈 마음이…


    변호사 업무를 다른 직역의 업무에 비해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늘 만나야 하는 직업인들은 비슷하게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민원을 자기 마음에 들도록 처리해 주지 않는다고 담당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객 응대 방식에 불만을 품고 판매점 사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그를 위협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방향을 잃은 분노 범죄에 목숨을 잃은 민원 담당자와 고객 응대 점원도 없지 않다. 변호사든, 민원 담당자이든, 휴대폰 판매 점원이든, 편의점 알바든 그들의 업무는 모두 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그 업무 중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거나, 더욱더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중처벌이 별 효과가 없음을 우리는 누누이 보아왔다. 응급실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에 대해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자 응급실 의료인에 대한 폭행 등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신설되었고, 종합병원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자 의료법에도 위와 유사한 가중처벌 규정이 생겼다. 그러나 그런 법 시행 이후로 응급실에서 폭행이 줄었다거나, 의사에 대한 공격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회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런 사건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강구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게 가중처벌 법안 발의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발 대책의 하나로 변호사 업무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형주의에 의존하는 대책이 통한 적이 거의 없는데도 또 비슷한 카드를 들고 나오는 답답한 현실이 서글프다.


    정혜진 변호사(경기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