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들어가며
현행 헌법은 제8장에 지방자치에 관해 하나의 장을 두고 있어서 상당한 지위를 인정하나 2개 조, 각 조 당 2개 항으로 지역자치에 필요한 중요한 헌법적 원칙들을 충분히 담기에 부족하다. 시대적 여건의 변화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동안 지방자치 헌법 규정들에 대한 헌법 개정안들이 있었다. 이제 다시 지역균형을 위한 헌법 개정 방향을 살펴본다.
Ⅱ. 지역균형발전의 의미에 대한 성찰
'지역', '균형', '발전'의 의미부터 성찰함이 필요하다.
ⅰ) 지역
지역은 지리적인 요소 외에 사람이 소속되어 있고 일상적 삶을 영위하는 생활 기반이 된다는 인식의 정신적 요소도 중요한 관념이다. 이는 공동체 관념과 결부된다.
ⅱ) 균형
어느 지역공동체만 발전을 독식하게 하지 않고 모든 지역 공동체들이 골고루 발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주거, 소득, 일자리를 얻을 기회, 교육, 문화, 교통, 치안 등의 기본적 확보에서 편차가 없고 굳이 다른 지역 공동체로 옮아가 살 이유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이 균형이 의미하는 최소한의 판단 지표라 할 수 있다. 균형성이 천편일률적인 것을 요구하는 의미여서는 곤란하다. 다양성, 독자성, 자율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기초적 인프라가 뒤처짐이 없음을 의미한다.
ⅲ) 발전
경제적, 물질적, 재정적 발전만이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 발전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이것이 더 중요하다.
Ⅲ. 헌법 개정의 방향
1. 논의의 전제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자치는 구별된다. 낙후 지역이 자치확대를 통하여 발전된다면 순기능적 병행이 이루어질 것이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자치권의 확대가 지역공동체들 간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오지 않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2. 내용적 방향
ⅰ) 기초성은 각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그 지역공동체에서 일상적인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소득을 가지고 안정적인 주택에서 자녀교육에 힘쓰고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ⅱ) 다양성은 각 지역공동체 마다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ⅲ) 균형성이란 기초적인 삶의 기반부터 지역들 간에 쏠림이 없음을 의미한다.
ⅳ)지역공동체가 인간의 기초적인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이고 미래발전적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3. 헌법전문, 헌법총강에 원칙 규정화
(1) 헌법전문(前文)은 최고규범력, 지침적 효력, 헌법개정 한계로서 효력 등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전문에 자치적 지역공동체들로 국가가 조직되고 운영된다는 헌법적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총강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 조항에 두는 방안: 헌법전문화 방안과 아울러 헌법총강 제1조에 두는 것도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ⅰ) '공화주의'에 기초하는 지역공동체
지역자치는 '공동체 정신'에 터잡고 있다. 공동체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더 나은 선을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이 공동선을 일구기 위한 자치이기 때문이다. 이 공동체 정신은 공화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국가공동체가 그렇게 기반하는 것과 같고 국가공동체는 지역공동체들로 이루어진다.
ⅱ) 개정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제1조 제1항을 개정하여 '대한민국은 지역공동체들로 구성되는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여 공동체 의식의 확인과 함양이 공화주의 헌법원리에 터잡고 있음을 밝혀 그것을 다지자는 것이다.
4. 다른 '장'의 '균형'조항과 관계
제8장 지방자치 장 외에 '균형', '지역' 등이 언급된 헌법조항도 있다(헌법 제123조 2항의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 등 많음). 이 조항들과 어떻게 체계적 규정을 할 것인가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Ⅳ. 현행 헌법 '제8장 지방자치' 장에 관한 개정 방향과 내용
1. 개정 방향
앞서 ⅰ)기초성, ⅱ)다양성, ⅲ)균형성, ⅳ)지속가능성, 미래지향성을 들었다. 그 외에
ⅴ) 유연성
'자치'를 구현한다는 핵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당연한 목적을 고려하여 보면 보다 자율성을 더 부여하기 위한 헌법의 유연성이라고 할까. 여백, 여지를 다소 넓게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은 안그래도 일반적으로 유연성을 요구한다(정재황, 헌법학 제2판, 박영사, 2022, 31면).
ⅵ)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여 현재와 미래의 니즈(needs)를 담아야 한다.
2. 현행 헌법의 '지방'이란 말의 변경 필요성
'지방'이란 말이 마치 '중앙'에 조응하는 의미로, 중앙 아래나 외부의 아웃사이더에 있는 변방이라는 생각을 가지게도 하는 용어라서 지방이란 말부터 '지역', 지방자치단체를 '지역공동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 볼 일이다(정재황, 전게서, 1587면).
3. 개헌의 내용상 방향
(1) 지역공동체 사무
1) 자치사무, 위임사무 등의 구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위임사무의 폐지 등이 주장되고 있다. 지자체 사무를 예시하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법 제13조 1항도 그리 명쾌하지 못하다.
2) 검토
필자도 근본적 검토의 의견을 밝혀왔다.
ⅰ) 오늘날 지방자치가 일상화되어가고 있고 실제 주민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데 이를 굳이 위임 여부를 따져서 구분지어야 하는지 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ⅱ) '고유'사무라는 용어보다도 자치사무라고 용어를 저자는 애용해 오고 있다. 이는 고유사무라는 명목으로 '그것에 한정지어 버리는 자기모순'(폐쇄성)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즉 지방자치가 약하던 시기에는 고유성을 강조하여 그것을 찾아오는 데 주력하게 하는 구호이었는지 모르나 오늘날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일상적 사무가 포괄적이고 그야말로 일반사무가 되어 고유사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정재황, 전게서, 1603면).
3) 포괄성
사실 현재 지역공동체가 수행하고 있는 사무들은 주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되는 사무들이 많은 결과 포괄성을 인정하여 국가역할과의 관계에서 역전적 구조화를 생각할 일이다.
(2) 보충성원칙
이는 많이 제안되어 왔다. 보충성원칙은 지역공동체의 사무가 일상생활에 관련된 포괄적 사무라는 점을 전제로 규정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3) 자치입법권의 강화
역시 많이 논의되어 왔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현행 헌법 제117조 제1항의 규정을 '법률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 각 지역공동체의 자가적 발전에 도움되는 자치입법(조례)이 제정되게 자치입법권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자치입법역량이 문제된다는 지적이 있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마냥 머물게 할 것인가? 오히려 역량을 끌어올리고 각 지역공동체 특성을 지닌 조례들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도 권한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4) 문화적, 정신적 균형발전
물질적 발전 뿐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삶의 질이 균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
(5) 재정조항
분권의 성공이 달린 재정자치가 실질적 자치로서 중요하다. 각 지역공동체들 간의 재정적 균형도 중요한 과제이다.
(6) 통일시대 지역공동체 역할
통일 후 낙후된 지역을 끌어올리는 헌법의 지침 마련도 모색하고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4. 의원의 기속금지
헌법 제46조 제2항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회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회의원들이 자신이 선출된 지역구를 넘어 자신이 그 전체를 대표하는 지역공동체인 도나 시의 전체 자체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다른 지역공동체들과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활동해야 한다. 가령 하나의 시(市) 내에서 자신이 선출된 지역구 아닌 더 나은 발전을 가져올 구역에 투자하도록 하여 시 전체의 파이(pie)를 키워 출신 지역구에도 그 발전의 수혜가 분배된다면 전체이익을 생각하는 헌법정신을 실현할 이유는 분명해진다.
Ⅴ. 다른 국가기관과의 관계에 관한 헌법개정 방향
국가전체 의회인 국회의 심의에서 지역공동체 의견을 듣도록 하거나 아예 국회구성에서 양원제를 채택하여 상원을 지역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하든지(프랑스) 단원제를 하더라도 국회의원 정수의 일정비율의 권역별 지역공동체 대표 의원들을 두어 지역공동체 의견이 충실히 전달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Ⅵ. 마무리 글
균형발전의 각론적인 실현은 법률을 통해서이다. 법률이 부실하면 헌법개정이 있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자질있는 장과 의원을 선출하게 하는 선거법의 개혁 등이 중요하다. 헌법재판의 역할도 헌법개정 전후를 떠나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자신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지역공동체가 발전해야 함은 물론 다른 지역공동체도 골고루 상생발전해야 전체 발전이 확대되고 다시 자신의 지역공동체에도 긍정적 효과가 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강력한 균형발전 의지가 개헌에도 더 큰 동력을 주는 것이다.
*이 글은 2022년 6월 23일 '신정부 출범과 지역균형발전의 공법적 과제'라는 대주제로 개최된 한국비교공법학회·서울지방변호사회 공동학술대회에서 필자가 행한 기조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