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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자연법, 이성 그리고 권리》(홍기원 著, 터닝포인트 펴냄)

    양창수 전 대법관(한양대 로수쿨 석좌교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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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문의 탓이기도 하겠으나, 우리 법학계에서 유럽의 르네상스 이후 18세기의 몽테스큐 전까지의 법학자 또는 법사상가를 제대로 다룬 저술을 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는 법사상사 개설서 정도가 기껏이었다. 2백 면에 조금 못 미치는 이 연구서는 그 공허한 침묵을 깼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그로티우스(1583~1645)는 《전쟁과 평화의 법》(초판 1625년)을 통하여 '정당한 전쟁'의 논의로 나아가 국제법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그의 자연법론은 민법을 포함하여 근대법의 주요한 사상적 원천의 하나로 주목을 끈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발표한 논문들을 기초로 하여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동안 공부해 온 바의 결실을 소략하나마 한군데에 모은 것." 서언, 7면). 당연히 정전론(正戰論)이 다루어진다. 그 밖에도 '그로티우스에서의 자연법과 이성', '해양자유론', '17세기 영국의 정치사상에서의 그로티우스'가 포함된다. 민법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의사표시의 유효요건으로서의 이성: 약속에 관한 그로티우스의 논의'가 흥미롭다(가령 129면의 "키케로의 《웅변가론》 제1권에 나오는 문제, 즉 아들이 죽은 줄 잘못 알고 다른 이를 상속인으로 지정한 경우"라는 법률행위 착오의 참신한 예!). 저자는 원전들로부터, 또한 권위 있는 연구 문헌들로부터 충실하게 그로티우스의 참모습을 전한다. 그리고 그 원전들은 물론이고 논문, 서적 기타 전문적 문헌들이 서지사항(무엇보다 맨 앞의 '그로티우스의 저작 약어표' 및 끝부분의 '그로티우스 저작의 17세기 영역본')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장래 연구의 밑바탕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여전히 많은 주제들이 장래의 작업으로 미루어져 있다. 또 개별 논문들을 하나의 책으로 종합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더없이 중요한 법사상가에 대하여 우리도 이제 이와 같이 믿을 만한 연구 성과를 가지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다. 그것도 뜻하지 않게 대학으로부터 밀려나서 부득이 야인(野人)으로 있는 호학(好學)의 선비가 변함없이 열심히 한 공부를 드러내는 그 성과를.

     

     

    양창수 전 대법관(한양대 로수쿨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