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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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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9.]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에선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사법적 방법보다 더 간이하고 신속한 방식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를 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1]). 다만, 해고된 근로자들이 구제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구제명령을 받을 구체적·실질적 이익인 ‘구제이익’을 갖추어야 합니다.[2] 이러한 구제이익을 명확히 정의한 명문 규정은 없기에, 의미 및 취지 등은 판례를 통해 법리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러한 구제이익 관련한 유의미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각주1]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각주2] 근로기준법 주해(II), 박영사(2020), 617쪽.



    2. 기존 대법원 법리(폐기된 법리)

    기존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었더라도 당시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등의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면 구제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해당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금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 구제절차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1993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두3488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두4746 판결 등).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인정한 법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즉,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렇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될 경우,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도 인정되므로, 본안 판단에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i)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향유할 법적 지위와 이익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부당한 해고라는 점을 확인하여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에 부합한다.


    (ii)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에,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하여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것은 아니다.


    (iii)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통해 유효한 집행권원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고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과 관련하여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이익도 인정된다고 보인다.


    (iv) 기존 대법원 법리는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기각되었을 경우, 해당 근로자가 소를 제기하면 소송 진행 중에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경우 기존 대법원 법리를 따른다면, 기간제근로자의 부당해고에 대하여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할 수 없게 된다.



    4.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한 법리

    최근 대법원은 앞서 살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의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는 판결(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두54852 판결, 이하 ‘대상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가. 사안의 개요

    대상판결의 원고는 2014년 8월 20일 피고보조참가인 대한민국을 대표한 육군○○사단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육군○○사단 본부근무대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미용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매년 갱신하는 방식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 8월 20일 이 사건 계약을 갱신하면서 기간의 정함의 없는 근로계약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2018년 4월 27일 육군○○사단으로부터 ‘간부이발소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해고(해고일자 2018년 5월 31일)를 통보 받았고, 육군○○사단장은 해고일자와 같은 날 사단 간부이발소를 폐쇄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원고는 2018년 6월 15일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를 복직시킬 사업장이 사라져 구제이익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이 사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원고가 근무하던 간부이발소가 폐쇄되어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성이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앞서 살핀 원심과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여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i)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손해보상의 목적으로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구제명령제도의 본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ii)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구제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더 이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iii)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구제명령은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을 하거나 유추해석을 할 수 없다.


    (iv)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가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의 법률관계와 관련된 법리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설시한 후, 원심으로서는 육군○○사단 간부이발소의 사업 폐지가 폐업과 같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그러한 사정이 있다면 폐업시기가 원고의 구제신청보다 앞서는지 등을 심리하여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존재하는지 판단하였어야 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원심이 이를 판단하지 않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5. 마치며

    ‘구제이익’의 존재 여부는 판례 법리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에선, 근로자가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하는 등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성이 있다면 구제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구제이익의 범위를 기존에 비해 더 넓게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을 통해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인정된 법리는 ‘구제신청을 할 당시 근로자 지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정년 도달, 폐업 등으로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그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광선 변호사 (kslee@jipyong.com)

    박종탁 변호사 (jtpark@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