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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처분 - CBDC와의 비교

    이영훈 검사(창원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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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N번방’ 사태와 같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마약, 음란물 유통 등 범죄는 단순히 대포계좌, 대포폰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가상자산을 활용하여 범죄수익을 취득, 배분하는 방법으로 완전한 익명성을 추구한다. ‘탈중앙화’라는 가상자산의 속성이 그러한 범죄에 기여하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데,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가상자산 환수에 심혈을 기울여 범행의 유인 자체를 없애야 하겠다. 이하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처분, 특히 압수와 몰수 실무를 고찰한다.


    2. 가상자산에 대한 압수와 몰수

    몰수형 선고는 기본적으로 압수물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은 1)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거래정지, 출금정지 요구, 2) 가상자산에 대한 압수 및 몰수보전 청구로 구분된다. 거래정지와 출금정지 조치는 사업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압수영장 발부 없이 단순 공문만으로 2주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종국적인 강제처분은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압수로 완성되는데, 압수영장에 기재될 ‘압수수색의 방법’은 가상자산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옮기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자지갑은 크게 핫월렛(hot wallet, 통상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통합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지갑)과 콜드월렛(cold wallet, 오프라인에서 동작하는 하드웨어 지갑)으로 구분되는데, 수사기관은 보안을 담보하기 위해 콜드월렛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핫월렛에 대한 해킹 우려로 인해 수사기관 압수물 담당부서가 전담 관리하는 콜드월렛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 압수대상 가상자산이 콜드월렛에 보관된 경우 콜드월렛 기기 자체에 대한 압수가 문제된다. 기본적으로 압수 및 몰수 대상은 가상자산 자체에 한정되고 콜드월렛은 ‘정보저장매체’에 불과하므로 압수수색 현장에서 콜드월렛에 보관된 가상자산 중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부분을 선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다고 인정될 경우 콜드월렛 자체를 압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압수영장 기재가 필수적이다. 다만 가상자산 개별 거래는 TXID(블록체인의 개별 전송에 부여되는 식별 번호) 등으로 식별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비해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판단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콜드월렛 자체를 압수하는 경우는 콜드월렛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계정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3. 압수영장 집행과정의 문제
    가. 영장제시 상대방과 참여권자 특정

    가상자산은 통상 ‘재산상 이익’으로 의율되는데, 가상자산을 재산상 이익으로 보면서도 압수와 몰수를 인정하게 된다면 그 집행 과정에서 영장제시 상대방과 참여권자가 누구인지 문제된다. 핫월렛에 보관된 경우라면 가상자산 거래소 서버 소재지를 간수하는 가상자산 사업자 소속 직원이, 콜드월렛에 보관된 경우라면 그 콜드월렛이 보관된 장소의 관리자가 각 영장제시 상대방과 참여권자가 될 것이다(콜드월렛은 휴대도 가능하므로 신체 수색도 수반된다).

    가상자산 압수 과정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법리가 대체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압수수색 처분을 받는 자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서버 간수자가 단순히 영장을 제시받고 참여기회를 보장받는 것에서 나아가, 압수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직접 전자적 이전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일반적인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구분된다. 이는 계좌추적용 압수영장 집행의 경우에도 발생하는 문제인데, 서버 접근권한과 기술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경우 전산망에서 압수물을 추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TXID는 거래당사자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가상자산과 범죄사실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사기관으로서는 사전에 가상자산 사업자를 상대로 압수영장을 집행하여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된 가상자산의 범위를 확정하겠지만, 피의자와 변호인으로서는 위 TXID 등을 바탕으로 관련성 요건을 엄격히 따져 압수 범위를 최소화할 유인이 높다. 그리고 이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영장제시 상대방 및 참여권자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은 콜드월렛에 대한 압수에서 더욱 그러하다.

    나. 영장이 제시되지 않거나 참여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경우

    영장이 제시되지 않거나 참여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압수는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압수된 가상자산은 즉시 환부되어야 하는데,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그 시세가 24시간 변동하는 점에 비추어 압수 적법성은 신속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이전된 가상자산을 그대로 기존 전자지갑으로 재전송하게 되겠다.

    영장제시나 참여권 보장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가상자산 압수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범죄에 있어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다. 실제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이루어지는 이른바 ‘가상화폐 구매대행’ 서비스 이용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사전조치가 이행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 특정 이전이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신속한 압수 및 몰수보전에 나아갈 필요가 있는데, 특히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은 콜드월렛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압수하는 경우 영장제시 상대방이나 참여권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에 대한 몰수보전의 근거법령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41조(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몰수보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동법 제42조에 따르면 몰수보전의 이유 또는 필요가 없어지거나 그 기간이 부당하게 길어진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법원의 직권에 의한 결정으로 몰수보전명령을 취소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피의자가 특정된 경우라도 압수 및 몰수보전에 대한 불복절차가 보장되어 있는 이상,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 특정여부와 무관하게 범죄와의 관련성이 확인된 가상자산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강제처분에 나아가야 하겠다.

    CBDC와 가상화폐는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법정화폐와의 교환가치가 시세에 따라 변동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CBDC는 그 자체가 법정화폐이다. 법정화폐로서의 성질에 주목하면 CBDC는 가상화폐와 달리 재물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기원에 주목하면 재물성을 인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CBDC가 유형물인 법정화폐와 완전한 상호 대체성을 갖고, 전자송금 방식에 의한 재산범죄도 인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재물성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4. CBDC와의 비교

    각국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적 형태의 법정화폐(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CBDC와 가상화폐는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따라서 양자 모두 전자지갑 보관을 전제한다), 법정화폐와의 교환가치가 시세에 따라 변동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CBDC는 그 자체가 법정화폐이다. 법정화폐로서의 성질에 주목하면 CBDC는 가상화폐와 달리 재물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기원에 주목하면 재물성을 인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CBDC가 유형물인 법정화폐(지폐와 동전)와 완전한 상호 대체성을 갖고, 전자송금 방식에 의한 재산범죄도 인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재물성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편, 금전의 장물성이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음에 비추어 CBDC의 장물성이 인정될지,만약 인정된다면 몰수 대상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가상화폐를 재산상 이익으로 의율하면서도 그에 대한 압수와 몰수를 인정하는 이상, 1) TXID 등을 통한 거래내역 분석으로 특정 CBDC가 재산범죄 행위로 영득되었음이 확인되고, 2) 그 특정된 CBDC가 다시 선의의 제3자에게 이전되지 않은 채 피의자의 전자지갑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경우 그 특정 CBDC에 대한 압수와 몰수가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가상화폐와 CBDC는 법정화폐 지위 부여여부에 따라 그 법적 성질에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실제 보전이나 형 집행 실무 절차는 1)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의 전자적 이전, 2) 형 확정 이후 물리적 형태의 법정화폐로 환전(CBDC의 경우 ‘환전’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후 국고귀속 등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5. 앞으로의 과제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입법적 규율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20 제6호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금세탁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조치를 이행하여야 하는데, 현재 그러한 고시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2018년 1월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상거래 보고의무 등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으나, 고시가 아닌 단순한 지침으로 보인다). 이에 전술한 가상자산에 대한 압수 및 몰수의 실무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무협조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인데,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면서도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입법이 요구된다.

    실제로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번역본을 발간한 ‘EU 암호자산시장 법률안’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동결, 압수 및 몰수에 대한 근거규정이 확인된다. 위 법률안은 가상자산 시장 교란,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당국에 폭넓은 조사 및 확인 권한을 부여하였는데, 입법적 규율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기 위한 입법자의 행보를 기대한다.


    이영훈 검사(창원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