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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촌

    폐업신고 후 청산사무나 잔무처리행위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0다2953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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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09. 20.]



    1. 사실관계

    1) 피고들은 부부로서 2003. 2. 26.부터 2008. 9. 23.까지 '○○마트'를, 2008. 4. 10.부터 2008. 9. 30.까지 '△△마트'를 각 운영하였습니다.

     

    2) 피고들은 마트를 운영하는 동안 원고로부터 돈을 융통하면서 원고에게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발행 또는 배서하여 교부하였습니다.

     

    3) 한편 소외인이 2008. 9. 18. 제주지방법원 2008카합407호로 피고들에 대하여 △△마트에 관한 양수도대금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마트 내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2008. 9. 24. 가압류집행이 이루어졌습니다.

     

    4) 피고들은 2008. 9. 23. ○○마트에 대하여, 2008. 9. 30. △△마트에 대하여 각 폐업신고를 하였고, 2008. 10. 2.에는 250,000,000원을 공탁하고 제주지방법원 2008카기445호로 위 유체동산 가압류에 대한 집행취소결정을 받았습니다.

     

    5) 피고들은 2008. 10. 14. 원고에게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2008. 10. 20.까지 금 615,000,000원을 변제하기로 하고, 위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습니다.

     

    6) 그리고 원고는 2008. 10. 22. 제주지방법원 2008타채2425호로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금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고들의 위 가압류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이에 기하여 2009. 9. 1.까지 합계 245,524,505원을 수령하였습니다.

     

    7) 원고는 2018. 10. 17.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 금액에서 위 수령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은 원고가 위 해방공탁금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절차에서 배당액을 최종 수령한 날인 2009. 9. 1.을 기산일로 하여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가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대상판결의 원심은 이 사건 공정증서상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대여금채권에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에 대상판결은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에 정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되며(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상법 제47조 제2항)"고 판시하면서, "상인이 기본적 영업활동을 종료하거나 폐업신고를 하였더라도 청산 사무나 잔무 처리가 남아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행위 역시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피고들이 △△마트에 대한 유체동산 가압류집행을 당하자 그 무렵 폐업신고를 하고 해방공탁을 통해 가압류에 대한 집행취소결정을 받은 후 원고에게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그 변제기도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일로부터 불과 6일 후로 정한 점, 원고는 이 사건 공정증서에서 정한 변제기로부터 2일 후 위 증서에 기하여 피고들의 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에 착수하였던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행위는 유체동산 가압류에 대한 대응 및 폐업에 따른 청산사무 또는 잔무를 처리하는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의 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보조적 상행위 및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최근 방역패스, 영업시간제한, 거리두기 등이 전면 해제되긴 하였으나, 지난 2년 여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많은 상인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인의 폐업은 비단 상인 자신뿐만 아니라, 거래처와 같은 채권자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채권자가 해당 상인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자금흐름이 크게 경색되어 다수의 업체가 줄줄이 도미노처럼 폐업하는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채권자들은 바로 채권 전부를 회수하기가 어려운 경우 해당 상인과 협의하여 우선 채권액을 확정하는 처분문서를 받아두는 방식을 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채권자는 해당 처분문서를 근거로 상인에 대해 소를 제기하거나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채무자의 자력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멸시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2016. 5. 12. 선고 2014다37552 판결에서,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그의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데, 대상판결 또한 같은 맥락에서, 기본적 영업활동을 종료하였거나 폐업신고를 하더라도 곧바로 상인자격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고 영업을 위한 보조적상행위에 해당하는 청산사무나 잔무처리를 사실상 종료한 때에 상인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즉, 상인이 폐업에 따른 청산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는 일방에 대하여 상행위가 되는 보조적 상행위이므로 그로 인해 발생한 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상인이 폐업을 하였다 하더라도 청산사무의 완전한 종료 전까지는 상인의 지위를 잃지 않으며, 특히 청산사무 등과 관련하여 발생한 채권은 보조적 상행위에 따라 발생한 상사채권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새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인인 채무자가 폐업한 이후 채권이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해당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와 관련한 보전조치의 기회를 상실하지 않도록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우 변호사 (ywkim@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