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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권 독립과 수사권 독립의 양립불가능성

    김성훈 부장검사(대전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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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2020년 국회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송치여부를 결정하게 하였다. 이러한 법 개정의 배경에는 '경찰의 수사권을 검사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하 '수사권독립론'이라 한다)이 있다. 수사권독립론은 형소법 제정시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검사와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 등등 여러 형식으로 변조되지만, 그 뿌리는 하나다. '경찰이 검사의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판단하겠다”는 거다. 이런 주장은 입법론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입법론이 될 수 없다.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권독립론'은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우리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인 주장이다. 어떤 이유로 수사권독립론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Ⅱ. 사법권의 법원 귀속과 사법권의 독립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여(101조 1항)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법권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행사하고, 다른 기관이 사법권을 행사하거나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통제하지 못한다. 이때 사법권이란 국가의 사법작용을 관장하는 권한이고, 사법작용인 재판이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과정이다(헌재 92헌가11 등 결정).

    이에 따라 행정부는 (1)스스로 사법권을 행사하거나, (2)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 간섭, 거부하는 등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Ⅲ. 헌법에 의한 사법권의 제한
    1. 헌법 규정에 의한 사법권 제한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하지만, 동시에 헌법재판소(제6장), 행정심판(107조 3항), 군사법원(110조 1항), 국회의원의 자격심사 등(64조 4항) 다른 기관이 사법권을 행사하는 규정도 함께 두고 있다. 이런 헌법조항이 있는 경우 법원의 포괄적 사법권은 제한된다. 법원조직법 역시 같은 해석 하에 '법원은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조 1항).

    2. 헌법 해석에 의한 사법권 제한

    헌법이 규정을 둔 경우 법원의 사법권이 제한됨은 분명하다. 반면 규정이 없는 경우 해석을 통해 사법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는 검토해 보아야 한다.

    가. 검사의 수사는 헌법이 예정한 사법권 행사다

    검사는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사실을 확인하고, 법을 해석·적용하는 것으로 그 실질이 사법작용이다. 그런데 검사는 행정부 공무원이어서 검사가 사법작용을 하고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지 문제된다. 여기서 검사제도가 성립되어 발전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사법권 행사는 수동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 당사자로부터 소의 제기를 기다려 비로소 발동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국가작용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에는 재판관이 직권으로 절차를 개시하여 재판하였는데, 이런 규문적 형사절차는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탄핵적 형사절차로 개혁되었다. 탄핵적 절차에서는 소추관과 재판관이 분리되어 소추관이 소추하지 않으면 재판관은 재판할 수 없는데, 이를 ‘불고불리의 원칙’이라 한다. 근대이후 형사절차에서는 이원칙이 확립되어 법원은 소의 제기 없이 직접 절차를 개시하지 못한다.

    우리 헌법은 불고불리의 원칙,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검사의 영장신청권(12조 3항, 16조), 검찰총장의 임명(89조 16호)에 대해 규정하면서 ‘검사’와 ‘검찰총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형사절차상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검사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헌법이 입법자에게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헌법의 명령을 무시하고 검사제도가 없는 형사절차를 입법할 수 없다.

    검사제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예심판사에게 부여되었던 예심수사 기능이 점점 검사에게 옮겨가게 되었고, 결국 기소시점을 전후하여 기소 이전에는 검사가, 이후에는 법관이 사실규명의 책임을 맡는 절차가 정착되었다. 헌법제정자들은 이런 검사제도를 숙지한 상태에서 검사제도를 헌법에 도입하였다. 따라서 헌법에 검사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검사가 기소해야 재판이 시작되는 형사절차, 검사가 기소 전 사실규명을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수사절차를 헌법이 예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헌법이 명문의 규정으로 검사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도록 명령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사가 수사권(기소 전에 사실을 규명하는 사법권)을 행사하는 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법원은 ‘검사가 수사한다’는 제한을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형사재판에 대한 포괄적인 사법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검사의 수사권 행사는 헌법이 예정한 사법권의 제한으로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나. 불기소 결정은 헌법이 예정한 방식으로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한다

    검사는 수사 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하는데, 기소 결정을 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옮겨가고 이후 절차는 법관이 진행한다. 반면 불기소 결정을 하면 그것이 사건에 대한 법 선언 작용이 되어 절차는 종결되고, 법원의 사법권 행사는 배제된다. 여기서 행정부에 속하는 검사가 불기소 결정으로 법을 선언하고, 사법권 행사를 배제하는 것이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

    프랑스 혁명이후 형사재판에서는 ‘불고불리’를 원칙으로 하는 탄핵주의가 확립되어 있고, 우리 헌법 역시 탄핵적 형사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반드시 검사의 기소를 받아 재판할 뿐, 스스로 재판을 시작하지 못한다. 이때 기소여부를 결정은 검사제도의 본질적 내용으로, 불기소로 인한 사법권 배제는 검사제도의 불가피한 결과다. 검사제도의 도입을 명령하는 헌법은 이러한 결과를 예정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정리하면 검사의 수사와 불기소 결정은 실질적인 사법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지만, 이는 우리 헌법이 예정한 사법권의 제한으로 헌법질서에 합치하고,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사법권의 독립은 행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달성된다. 행정부가 법원과 별도로 사법권을 행사하거나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하는 권한을 행사할 때 사법권 독립은 유지될 수 없다. ‘수사권독립론’은 ‘독립’이라는 말이 포함 되어 있어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그 실제적인 의미는 “사법권 독립의 침해”다. 행정기관인 경찰이 헌법적 통제를 벗어나 사법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통제하겠다는 위헌적 주장이다. 사법권이 독립하면 수사권의 독립은 사라진다. 양자는 함께 공존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Ⅳ. 헌법적 근거 없는 사법권의 제한

    현재 사법경찰관은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결정한다. 검사의 수사와 불기소 결정은 헌법이 예정한 것으로 헌법에 합치하는 반면, 사법경찰관의 수사와 불송치 결정은 헌법적 근거 없이 시행되는 것으로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1. 경찰의 수사는 헌법적 근거 없는 사법권의 행사다

    대륙법계 국가에서 경찰은 검사나 예심판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다. 이전에는 우리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했고, 사법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의 지휘 없이 경찰이 수사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독자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처럼 헌법에 명문의 규정(107조 3항)을 두거나 헌법의 해석상 그 기관에 의한 사법권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헌법은 경찰의 사법권 행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없다. 행정기관인 경찰이 헌법적 근거 없이 사실규명하는 수사를 하고 송치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2. 불송치 결정은 헌법적 근거 없이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한다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의견서를 작성하여 기록과 함께 검사에게 송치했다.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경찰이 불송치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경우 불송치 결정서를 작성하여 검사에게 송부한다.

    의견서는 검사에게 보고하는 내부보고서의 성격을 가진 문서다. 기소의견으로 작성하건, 불기소의견으로 작성하건 검사는 그 의견을 참고할 뿐 구속되지 않고, 의견서의 기재내용이 피의자의 법적 지위를 바꾸지 않으며, 사건관계인에게 국가의 공식적인 법해석 결과를 선언해주지 않는다. 경찰의 송치결정서도 같다.

    반면 현행 형소법의 불송치 결정은 당해 사건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인 의견표명으로 법관의 무죄판결과 같이 법을 선언하고, 절차는 종료된다. 특히 고발사건과 피해자가 없는 인지사건의 경우 불송치 결정은 최종적인 결정이 되어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한다. 이렇게 사법권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자격심사, 징계, 제명(헌법 제64조 제4항), 비상계엄하에서 단심으로 진행되는 군사재판(헌법 제110조 제4항)과 같이 명문의 규정을 두거나 검사의 불기소 처분과 같이 헌법 해석상 사법권 배제를 예정하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야 한다. 불송치 결정에 대하여는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고, 불고불리의 원칙과도 관계없어 헌법이 이런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경찰이 헌법의 근거 없이 법을 선언하는 사법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하는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형소법 규정은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V. 결 론

    사법권의 독립은 행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달성된다. 행정부가 법원과 별도로 사법권을 행사하거나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배제하는 권한을 행사할 때 사법권 독립은 유지될 수 없다.

    ‘수사권독립론’은 ‘독립’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어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그 실제적인 의미는 “사법권 독립의 침해”다. 행정기관인 경찰이 헌법적 통제를 벗어나 사법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사법권 행사를 통제하겠다는 위헌적 주장이다.

    사법권이 독립하면 수사권의 독립은 사라진다. 수사권이 독립하면 사법권의 독립은 사라진다. 양자는 함께 공존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948년 헌법제정자들은 사법권의 독립을 선택했다. 2020년 입법자들은 수사권의 독립을 선택했다. 그 결과 헌법과 법률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입법자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고, 입법권 행사에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있다. 하지만 입법자도 헌법에 위반하는 법률을 제정할 권한은 없다. 오히려 위헌적인 법률을 헌법에 맞추어 개정할 의무가 있다. 위헌적인 형소법에 따라 매일 헌법에 위반하는 수사와 불송치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속한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김성훈 부장검사(대전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