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부호 1,2,3,4,5,6,1을 순차로 연결하는…” 부동산 소송 중 경계나 면적에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 자주 만나는 표현이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는 영화 제목처럼 대부분 원점으로 회귀한다.공사방해금지 등 소송이 제기되어 피고가 된, 점잖은 부부의 사건을 돕게 되었다. 원고는 부부 소유의 대지와 경계를 이룬 두 필지(A, B)를 매수하여 길이 20m, 20㎝ 두께(이 사건에서 1,2,3과 4,5,6은 20m를, 3,4와 6,1은 20㎝를 축소한 직선이다)의 벽돌담을 쌓았다. 창문에 페인트가 튀고 수도관이 파손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담이 만들어졌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詩句)대로 “좋은 담장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는 상태가 되었다.그런데 쌓은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담을 원고가 허물겠다고 한 것이다. 원고의 토지 측량 결과 A 부분은 자신의 대지 위에만 담을 쌓았고, B 부분도 1.5㎝ 정도만 부부의 땅이 담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담장이 대부분 자기 땅에 자리한 것을 알고는 철거공사의 방해 배제와 담장에 대한 소유권 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의 주장이 틀리진 않은 것 같아, 부부께 1.5㎝ 정도는 측량의 오차 범위 내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부부께서는 아마 2㎝ 이상 될 것이라고 하였다. 소송에 대응하겠다는 말씀이다.조정을 거치기로 결정되어 첫 조정기일에는 원고 쪽에서 감정을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조정하기로 하였다. 두 번째 조정 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받았다. 새로운 측량 감정 결과에 따른 경계선(1,2,3을 연결하는---) 위에 폭 0.4㎝, 높이 100㎝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는 결정이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인 토지 소송에서 윈 윈(win-win)을 유도한, 상임조정위원의 지혜로운 조정이다. 이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의 건강이 최고법이 되어야 한다(Salus populi suprema lex esto).” 로마의 자연법사상가 키케로의 말이다. 그동안 이 일로잠을 못 이루셨다 하는데, 건강하게 일상을 회복하시면 좋겠다.대체휴일을 맞아 남산에 올랐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한적했다. 안개 낀 둘레길을 걷다가 구절초 군락지를 만났다. 새삼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이는 구절초가 국화과인 줄은 알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란 꽃말은 새롭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상철 이사장 (성년후견지원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