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8월 15일 프랑스 북부 도시 루베에서 5살 남자아이가 납치된 뒤 강간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3회에 걸쳐 아동강간죄로 총 27년의 구금형을 선고받고 18년을 복역한 뒤 출소 직후 범행을 저질렀는데 수사 과정에서 40여 회의 추가 동종 범행을 자백해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8년 2월 특정중대범죄자에 대해 치료감호 성격의 보안유치(rétention de sûreté)를 할 수 있는 재범 방지 특별법이 입법되었다. 살인, 강간, 유괴 등 법률에서 규정한 특정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15년 이상 구금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형기 종료 이전에 1차로 전문의료진과 정신병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와 2차로 고등법원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거쳐‘위험성이 특별히 남아있고 재범할 염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는 때’는 석방하지 않고 폐쇄수용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치기간은 1년이고 심사를 거쳐 무제한 연장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현재 수감 중인 재소자에 대한 소급효 인정 여부였다.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15년 이상 구금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실제 법률 적용 시점이 15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법무부는 보안유치가‘형’이 아닌‘보안처분’이므로 형벌불소급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보안유치가‘보안처분’이지만 실질적인 구금으로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므로 현재 수감중인 재소자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고 위헌으로 판단했다. 또한 특정중대범죄를 범한 모든 재소자가 자동적으로 심사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형 선고 시 법원이 출소 전 재범위험성 심사를 받도록 결정한 경우로 제한하였다. 위 법률에서는 보안유치와 별도로 재범위험성 있는 자에 대한 보안감시(surveillance de sûreté) 제도를 도입하여 전자감시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는데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보안감시처분의 경우 현재 재소자에 대한 소급효 규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감시기간 중 중대한 의무위반이 있을 경우 최대 3개월간 긴급 임시보안유치를 할 수 있도록 했고 결국 15년 이상 특정중대범죄를 범하고 현재 수감중인 수형자는 1차로 전자감시처분을 하고 중대 의무 위반이 있을 경우 최대 3개월간 보안유치를 할 수 있게 하였다.
2007년 아동 납치·강간 사건 후
프랑스, 특정중대범죄 특별법 입법
헌법위 거쳐 전자감시·보안유치 정비
김근식 등 유사사건 잇따랐지만
사건 때마다 급조된 대책·입법만
근본적인 재범 방지 정책 추진해야
별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으나 아동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의 출소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후유증이 가볍지 않다. 정부가‘제2의 김근식을 막아야 한다’며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의정부시장은 출소하는 김근식이 의정부에 소재한 시설에 거주하기로 하자 이를 막겠다며 이송 구간의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미봉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연쇄 아동 성폭행범 김길태, 조두순 사건이 있었고, 20여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들 사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대책을 세우고 특별법을 입법했지만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또다시 김근식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효과적인 재범 방지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쟁적으로 급조된 대책과 입법을 해왔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범실태에 관한 정확한 통계와 분석도 없다. 재범 위험성이 있는 중대 범죄자들이 사회에 나와 활보하지 못하게 하자면서도 보호수용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쟁만 계속된다. 님비현상으로 35년 된 낡은 공주치료감호소는 국립법무병원으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이들을 수용할 시설 하나 새로 건립하지 못하고 있다. 제2, 제3의 김근식은 계속 나올 것이다. 법무부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재범 방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무조건 배척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 확보를 위해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