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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위원회의 통합과 분산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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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기관은 독임(獨任)제 기관과 위원회 형태의 합의제 기관으로 구분된다. 정부위원회는 행정부 산하의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7일 각 부처 별로 장기간 구성되지 않고 실적이 저조하거나 그 기능이 유사 중복되는 정부위원회 636개 중 246개(39%)의 폐지·통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위원회 정비방안을 확정하였다. 후속 조치로 행정안전부에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정비를 위한 법률개정안을 마련하여 정부안으로 다수 법률안을 9월 말에 국회에 제출하였다.

    먼저, 이러한 위원회 중에는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 폐지되는 분쟁조정기구가 보인다. 행정부처 소속의 행정형 분쟁조정위원회는 약 70개 정도가 있다. 그 중에 부처에서 판단하여 실적이 없거나 기능이 유사한 것을 통폐합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의 실적이 적어 통폐합을 하게 되면 앞으로 조정기구가 폐지되지 않도록 실적을 올리려고 조정위원이 적극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행정형 분쟁조정위원회는 당사자가 자기결정권을 갖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조력하는 조정(Mediation)제도의 본래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차제에 국가는 정부위원회의 통폐합차원을 넘어 민간 조정인을 양성하여 자율적으로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민간형 분쟁조정기구의 법제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위원회는 위원장이 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하여서는 위원 중의 한 사람으로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것을 넘어 위원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위원회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위원회에서 결의된 사항임에도 부처의 장이 개입하여 위원회의 회의를 다시 개최하면서 의사결정을 변경하는 것은 법적인 규정이 없는 한 일사부재의 원칙에도 반하고 책임회피와 정당성 확보를 위하여 위원회를 의사결정의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 된다.

    방만한 설치로 ‘위원회 공화국’ 오명
    636개 중 중복·유사 246개 통폐합 추진
    英 ‘행정적 정의’ 제도화 벤치마킹 필요


    정부위원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여 상호 토론을 통하여 집단적 지성에 의한 신중한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전문적 식견과 경험이 있는 위원이 위촉될 수 있도록 하고, 조정위원의 경우에는 조정교육을 받거나 조정능력을 갖춘 사람이 위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부위원회의 개혁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 출범시 인수위원회를 통해 무리하게 통합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개혁 방향을 전망해보기로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방지, 고충민원 및 행정심판이라는 상이한 기능을 수행하는‘한지붕 3가족’의 기형적 통합형 위원회 조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기능 중에 고충민원은 옴부즈만(Ombudsman)의 일종으로 그 기능을 계속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고충민원은 종래 대통령 소속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유럽 행정법상 ‘좋은 행정(good Administration) 원칙’을 지향하는 옴부즈만의 특성상 국회 소속으로 하는 것도 무방하다. 부패방지와 고충민원은 상호 이질적이고 부패방지는 국민의 권익구제와 직접 관련이 없어 고충민원과 통합하여 국무총리소속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관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앙행정심판업무는 종래대로 법제처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종래 법제처장이 위원장이 되었으며 법제처 공무원의 순환보직을 통하여 행정심판업무와 법제업무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중앙행정심판기능을 관장한다고 해서 고충민원과의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거나 행정심판위원회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신장되는 것도 아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소속을 법제처로 이관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도 있지만 행정심판법 제59조에서 불합리한 법령 등의 개선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 보다는 법령심사를 맡고 있는 법제처가 적임 기관이라고 본다.

    끝으로 정부위원회의 방만한 설치로 인한 ‘위원회 공화국’의 오명(汚名)을 벗기 위한 정부의 입법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의 사후적 행정구제 보다는 행정기관에서 사실조사를 객관적으로 하고 충실한 이유를 제시하는 등 좋은 행정에 초점을 맞추는 영국 행정법상 개념인 ‘행정적 정의(Administrative Justice, 行政的 正義)’의 제도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