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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는 와인 맛

    “니들이 OO맛을 알아?”

    석정희 jsjh7621@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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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무엇인가?”라고 묻곤 한다. 이 질문은 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가장 좋아하는 와인 10가지 혹은 20가지를 뽑으라’하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와인의 세계는 끝없는 탐구 여정(hedonistic journey)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것들이며, 내가 왜 그 와인들을 좋아하는 것인가?’ ‘나는 왜 어떤 와인이 더 좋고 어떤 와인은 덜 좋게 느끼는가?’ ‘나의 좋은 와인 기준은 무엇이고 남들의 기준과 어떻게 다른가?’ 등등 끝없는 질문을 하고 나름 탐구하였다.

    나의 인생 여정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예측 불가능의 미스터리, 변화무쌍함, 어두움과 밝음, 기쁨과 슬픔 등이 공존하는 인생이 힘은 들어도 항상 기쁨만 가득한 꽃길 인생보다 더 의미 있다고 느낀다. 30여 년 전 나는 학위논문의 서두에 ‘나의 유학 시절은 고난과 환희의 연속(continuous repetition of frustration and intellectual delight)’이었다고 했는데, 그 후 인생을 살아보니 (나의) 인생은 99%의 고난과 1%의 환희가 서로 엉키고 반복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99%의 고난을 헤쳐 나가도록 해 주는 원동력이 1%의 환희라는 것도 함께…

    내가 만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관찰한 결과, 어떤 와인을 좋아하게 되는 연유는 대부분의 경우 처음 마셨을 때 ‘어! 이 와인 참 좋다!’라는 첫 느낌에 좌우되는 것 같다. 특히 많은 분들이 보르도 와인을 마시다가 부르고뉴 와인으로 취향을 바꾸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보르도 와인은 강하고 묵직하고 복잡함이 ‘진입장벽(entry barrier)’으로 작용하는 데 반하여 부르고뉴 와인은 밝고 화려하고 부드러운 단순함이 ‘진입촉진제(entry facilitator)’가 되기 때문이다.

    보르도 와인은 궁금증과 탐구본능을 자극한다. 많은 분들이 '굳이 와인을 마시면서까지 머리 복잡하게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그저 좋으면 좋은 거지!'라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그 탐구가 시작되면 그 과정의 강한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는 성격이 집중하여 파고드는 면이 좀 있어서 그런지, 어떤 와인을 마셨을 때 단지 첫인상이 ‘좋다!’라면 이 좋은 느낌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맛과 향이 나오게 되었는지, 과거에는 어땠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모할지, 다른 와인들과 세부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등이 궁금하여 계속 분석과 연구를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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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제2외국어를 선택해야 했고 대학 본고사에 제2 외국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프랑스어를 선택했는데, 다행히 프랑스어가 싫지 않아서 대학시절 한때 프랑스 문학작품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프랑스 작가 생떽쮜뻬리(Antoine de Saint Exupery)는 어린왕자(Le Petit Prince)에서 인간관계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을 ‘서로 길들여지기(apprivoiser)’로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도 결국 그 맛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처음 김치를 맛보았을 때 거의 모든 경우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김치의 오묘한 맛에 길들여지고 결국 중독(?)되게 되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문학작품의 첫 챕터만 읽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보다 끝까지 모두 곱씹으며 정독하고 나면 훨씬 그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되듯이. 독자분들도 보르도 와인의 진입장벽을 넘어 보르도 와인에 길들여져서 그 오묘한 마력에 오랫동안 흠뻑 빠져보시기를 바란다. (물론 나는 부르고뉴 와인도 무척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