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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 소액주주 소송, 본격적인 ESG 법적 분쟁의 서막

    최영진 외국변호사·김정현 변호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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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진 외국변호사 · 김정현 변호사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소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표면적으로는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 회사 경영 데이터를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허위로 조작하는 이른바 '그린워싱' 행태와 관련하여 미국증권거래위원회와 기업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각종 조사 및 법정 다툼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이 ESG 경영 기법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법적 의무의 위반인가의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지난 2022년 10월 3일 각종 상거래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 델라웨어 주 형평법 법원에서 원고 맥리치가 피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및 이사회 임원들과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 쟁점이 정면에 부각된 소송이다.

    이 소송을 제기한 원고 맥리치는 메타의 소액 주주이다. 원고는 메타 주식을 포함하여 자산 여러 개에 분산 투자하고 있는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메타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블랙락, 뱅가드, 피델리티, 스테이트 스트리트, 티 로우 프라이스 등 이름있는 분산 투자 펀드 운용사들로 이 다섯 기관이 합하여 메타 지분의 약 27.84%를 소유하고 있다.

    원고는 마크 저커버그 CEO 등 메타 이사회 구성원들이 원고와 같이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유한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메타의 수익만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을 추구하여 시장에 막대한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ies)를 일으켰고 이로 인하여 이에 원고를 비롯한 각종 기관 투자자 등 다른 소액 투자자들이 소유한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주주가치극대화(SVM)→주주복지극대화(SWM)’
    패러다임 전환 시발점

    앞으로 시작될 ESG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패배 고통 따를 것


    원고는 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분산되었을 경우, 투자자의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포트폴리오 내에 포함되어 있는 회사들이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였을 때 얼마나 더 비교적 좋은 실적을 올리는지의 여부(알파)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얼마나 좋은 실적을 올리는지의 여부(베타)임을 지적한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산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에 있어 베타의 중요성이 무려 약 91%에 달하는 데에 비해 알파의 중요성은 약 9%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메타의 알파 극대화만을 추구하며 주주들을 위한 베타 관리를 무시한 행위는 원고를 비롯하여 각종 기관 투자자 등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유한 다수의 소액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원고는 주장한다.

    원고는 메타가 제공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거짓 뉴스와 청소년 유해정보의 확산을 방조하고 심지어는 여론 조작, 제노사이드, 인신매매, 성착취, 범죄 조직원 모집 등 각종 인권 침해나 범죄에 악용되고 있음을 피고들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에 지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앞장서서 각종 ESG 경영 관련 주주제안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이러한 주주제안들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그 통과를 저지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원고는 피고들의 승인 하에 메타가 2017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미화 590억 달러(한화 약 82조22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잉여 현금을 자사주 매집에 투입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메타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발생한 사회적 폐해로 인해 시장에 일어난 막대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막고 완화시키기에 충분한 회사 내 자금 여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소수의 메타 대주주들의 이익만을 극대화 시키는 데에만 사용하며 자신과 같이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다수의 소액 주주들이 입은 피해는 방관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보는 것과 같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들이 소수의 회사 내부자 및 지배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투자 및 경영 행위에 집중하는 것을 막고 많은 소액주주들의 이익도 증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2022년 3월 2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일부개정법률안(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하버드대의 올리버 하트 교수와 시카고대의 루이지 진갈레스 교수는 과거 최적의 기업 경영 선택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데에 있어 지배적이었던 기존의 주주 가치 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 SVM) 모델은, 국경을 넘나들며 사회 각 영역간의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아진 21세기 현재 시점에서는 주주들의 기대 효용 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경영 선택을 더 이상 예측하고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하트와 진갈레스는 그 대안으로 ESG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주주투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반영하여 주주들의 실제 기대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주주복지극대화(Shareholder Welfare Maximization, SWM) 모델을 제시한다.

    이번 메타 소송 사건은 기존의 SVM 패러다임이 SWM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시발점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으로 발생할 ESG 경영 관련 법적 분쟁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곧 이 전쟁은 본격적으로 불을 뿜으며 격렬해질 것이고 점차 전 세계로 번져 나갈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시작될 ESG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는 기업들은 필히 패배의 고통과 쓰라림을 맛보게 될 것이다.


    최영진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캘리포니아주·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법무실)
    김정현 변호사(법무법인 로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