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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의 깊은 국물맛을 아는가요

    정경진 부장검사 (서울고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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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차다. 하얀 눈이 오면 설레는 마음보다 출퇴근을 걱정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런 날씨면 따끈따끈한 우동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졸업식 후 아버지는 짜장면을 사주셨다. 짜장면의 향기에 흠뻑 취해 있는 내 눈에 아버지의 우동 한 그릇이 들어왔다. ‘이 맛있는 짜장면을 안 드시고 왠 우동?’ 우동 국물을 후루룩 드시면서 흐뭇해하시는 아버지가 이상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짜장면을 먹고 있는 아들 앞에서 우동 국물을 들이키며 시원하다를 연발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이제는 아버지의 세대가 되었고, 꼰대의 철학을 공유하며 꼰대의 지혜를 대변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픔과 오해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던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동에 대한 인식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우동 국물의 깊은 맛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판사, 검사는 많은 부모님들의 우상이었다. 내 아들, 딸이 열심히 공부해서 억울한 사람을 구해주고, 나쁜 사람을 처벌하는 판·검사가 되기를 바랐다. 일전에 시골 할아버지들이 검판사가 높냐, 판검사가 높냐 하며 싸우시던 모습을 보고 웃은 적이 있다. 그럼 요즘은 어떨까?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한 산업혁명을 수회 거쳐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 크게 변함이 없던 생산량은 1차 산업혁명을 거쳐 3차 산업혁명 후부터는 수직 상승할 정도로 많아졌다. 그런데 검사라는 직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직 하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검사뿐이겠는가만은 검사에 대한 시각은 역 3차 산업혁명을 거친 듯하다. 이유가 뭘까?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은 검사들 스스로 자초하였거나, 외부의 부당한 공격에 기인한 것이거나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인데 네 편, 내 편의 논리도 한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검사는 어떤 사건이든 간에 기소, 불기소라는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의 결정에 수긍하지 않으면 항상 네 편, 내 편의 논리가 적용된다.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특별한 근거 없이 ‘검사가 상대방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자신을 불리하게 처리했다’ 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 검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감이 있는 사람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크게 확대한다. 일인 방송도 많은 요즘 같은 미디어 시대는 그 파급효과가 훨씬 심각하다. 이 때문에 ‘왜 검사를 그리 싫어하세요?’라는 질문에 ‘영화 보면 뇌물 받고 비리 저지르는 검사들 나오잖아요. 검사는 다 그래요’라고 막연히 확신하시며 검사를 비난하시던 분도 보았다. 우동 국물의 깊은 맛을 모르면 우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검사의 업무와 일상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짜장면과 우동이 모두 맛있는 이유는 뭘까?


    정경진 부장검사 (서울고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