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가족부의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이혼, 미혼 한부모 중 18.3%만 지난 1년 동안 양육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혼 시 또는 비혼 상태로 자녀를 양육하면서 상대방과 양육비를 주고받지 않기로 약정한 비율이 51.7%에 이른다. 지난 12월 2일 열린 한국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양육비 정책’이 특별 세션으로 논의되었는데 이 부분이 하나의 쟁점이었다. 회의 참가자들의 추측은 이렇다.
우선 이혼 한부모의 경우 재판상 이혼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고 이혼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더 이상 혼인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상대방이 혼인관계 유지를 고수하는 경우 과연 상대방에게 이혼에 책임있는 사유가 있다고 재판부가 인정해줄지 고민스럽다. 부부관계의 특성상 발생한 일들에 증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혼을 거부하는 상대방과 지난한 싸움을 하는 것이 두렵다. 이혼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양육자가 될 수 있다면 양육비를 받지 못해도 좋다. 이렇게 이혼에 대한 두려움과 이혼 후 자녀를 키울 수 없다는 걱정이 양육비 논의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비혼 한부모의 경우에도 상대방이 인지를 해서 성을 변경하고 친권자, 양육자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불안에 양육비 청구를 하지 않는다.
양육비는 빈곤 감소, 학업·인지·정서 발달 등 아동복리와 밀접
사적 채권·채무지만 그 이행확보는 공공정책의 영역에 속해
정부, 양육비 이행확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살필 책무있다
하지만 건국대 정이윤 교수가 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양육비는 빈곤 감소, 아동의 인지 및 정서발달, 학업성적 향상에 매우 중요한 인자이고 아동의 복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법원도 가정법원이 재판 또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해진 양육비 부담 내용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등). 협의이혼시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기로 하였더라도 다시 양육비를 부담할 수도 있다.
양육비는 사적 채권, 채무지만 그 이행 확보는 공공정책의 영역이다. 정이윤 교수의 지적처럼 만약 국가가 양육비 이행확보를 여느 민사사건처럼 인식한다면 가장 친근한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은 특성상 고조될 위험이 커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행청소년의 범죄원인을 찾기 위해 소년 411명에 대해 40년을 추적조사한 영국 캠브리지연구는 부모의 보호력(가족의 해체, 형편없는 양육, 가난)이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아동, 소년에 대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모든 정부 부처가 양육비 이행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여성가족부를 비롯하여 법무부와 행전안전부, 경찰청은 여느 부처보다 가사소송법과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규정대로 양육비 이행확보가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볼 책무가 있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