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의 초청을 받은 전·현직 미국 검사들이 미국 형사사법제도와 실무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일부 해명됐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 담론은 지난 정부 시절 한국 형사사법제도를 휩쓸었다. '검수완박'을 포함해 검찰 수사권을 줄이는 다수의 법개정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근거가 틀렸고, 디테일은 실종됐던 것이다.미국 한인검사협회(KPA) 소속 전·현직 검사들은 8~9일 대검이 주최한 '교류협력 세미나'에서 미국 검사에게 수사는 주요 업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한 첩보·정보수집 부서가 존재하고 기능도 활발하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사와 기소 실무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유죄를 이끌어내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다만 검사는 법과 증거에 기반한 분석적 사고와 사건 지휘에, 수사관은 범죄사실과 증거확보에 초점을 두는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때문에 서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검사나 수사관 모두에게 중요한 스킬로 여겨진다. 한 미국 검사는 한국 정치권에서 틀린 주장의 예시로 미국 검찰을 인용해 답답했다고도 말했다. 12일 대검에서 '미국 형사사법절차상 검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 김준현 전 뉴욕남부지검장 직무대리는 한발 더 나아가 "검사를 거치지 않고는 사건이 기소될 수 없기 때문에 유능한 경찰 수사관들은 초기부터 먼저 사건을 검사에게 들고 가 협력을 요청한다"고 했다. 법정에 제출할 증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면 사건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경 간에 높은 담을 쌓고, 검찰권 축소 등에만 매진한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형사사법제도는 잘못 바꾸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건 적체, 범죄 대응 공백 등 부작용의 범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검사를 청와대와 국회에 초청해 들어보기라도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 제대로 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는데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