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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에 대하여

    최세영 변호사(전북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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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4월로 법조인이 된 지 54년, 변호사 개업을 한 지 34년이 된다.

    법조인은 좋든 싫든 판결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판결을 쓰는 사람이 있고 그 판결을 받아보고 희비가 엇갈리는 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판결이 성숙되는 절차를 송달·심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심리에 집중심리절차를 도입하여 많은 재판기일이 단축되는 장점은 있지만 재판이 장기화되어 보통 지방, 고등법원을 통하여 1년 이상 때로는 3년이 초과 진행되어 전국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판결을 받아보고 승소하였을 때 안도감과 패소하였을 때의 실망감이 교차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무엇보다도 상고심에서의 이유 없는 심리불속행기각은 승패 간에 아쉬움과 허탈감이 드는 것이 재야법조인의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가 30년이 넘는 재야생활을 통하여 처음으로 최근 간이 신속한 심리불속행 판결을 받았다.

    제1심 2년 심리 전부승소, 항소심 2년 심리 일부패소 판결을 받아 패소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는데 상고이유서 제출 후 45일 만에 피상고인의 답변서 제출 없이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받은 사례를 경험하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필자의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의 경험에 의하면 주심 대법관 및 재판부 배당(이 사건 2022. 11. 22.) 후 20여 일 만에 상고기각판결이 있었는데 재판연구관 보고, 대법관 4인의 심리를 거쳐 20여 일 내 결론을 내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사건 전체 기록이 2000여 페이지에 달하고 상고이유서만 46페이지인데 주심 대법관은 물론 나머지 3인 대법관이 다 읽을 여유가 있었느냐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있었다.

    대법원이 이유 기재 없는 재판을 넘어 기록 검토를 하지 않는 재판을 한다면 - 피상고인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석명준비명령 없이 - 그 재판을 국민이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법원의 위신이 많이 실추된 현재의 대법원의 개혁의 하나로써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였던 고등법원에 상고심을 설치하고 대법원의 상고심 심리를 제한할 것을 제안하여 본다.

    상고 이유의 당부에 대한 설시는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판결


    판결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법적 분쟁에 대한 법원의 공권력적 판단이므로 그 주문은 물론 이유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242조가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를 절대적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결에 이유의 기재가 없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의 당부에 대한 친절하고 정확한 이유의 설시는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판결이고 당사자에게 납득이 가는 재판, 나아가 분쟁 해결의 기준의 하나인 대법원 판례의 형성에 적극 기여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어떤 형식으로라도 불평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이번 이유없는 간이 신속한 대법원판결에 대하여는 심리불속행기각제도의 폐지를 과감하게 제안하여 본다.


    최세영 변호사(전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