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독일 공법의 역사》는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지난 500년 동안의 독일 공법, 즉 헌법, 행정법 및 국제법(유럽법)의 역사를 당시의 정치 상황, 법학계 및 출판시장의 동향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리고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간 독일의 법과 법학이 우리나라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보면, 이 책은 사실상 우리의 공법과 법학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작업과도 바로 맞닿아있다. 이 책을 번역해서 소개하자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미하엘 슈톨라이스(Michael Stolleis) 교수는 책의 모두(冒頭)에서 법에 대한 자신의 역사적 접근방법론을 밝히면서 중세 로마법의 발전과 공·사법의 구분, 대항해시대에 즈음한 자연법과 국제법의 전개에 이어서 느슨한 동맹체로 형성된 독일민족의 신성로마제국과 이 동맹에 가담하는 군소 영방국가들의 법적 지위를 밝혀내는 것에서부터 독일 공법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성공한 시민혁명이 없었던 가운데 혹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국가가 국민을 창조해온 독일적인 특수한 길(Sonderweg)을 답습하면서, 법치국가론(Rechtsstaat), 국가주권론, 국가법인설 등으로 공법학이 이를 정당화하고 뒷받침해온 이력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근대 초기에 전개된 'Gute Policey'(훌륭한 치안) 개념에서부터 이후 치안법(Policeyrecht), 관리법(Administrativrecht) 그리고 오늘날의 행정법(Verwaltungsrecht)으로 발전해온 역사를 추적하면서 본격적인 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개입국가, 급부국가와 생존배려와 같은 개념의 등장을 서술하는 대목 또한 흥미롭다. 양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를 통해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의 격동적인 ‘체제 전환’(Systemwechsel)을 겪어온 가운데 최초의 민주공화국인 바이마르공화국의 성립과 쇠락, 나치불법국가의 등장, 동·서독 분단과 재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공법과 공법학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대목, 더욱이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단 이후 동독 쪽의 동향과 저간의 사정을 서술하고 있는 대목은 여전히 분단 상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여러 유익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체제 전환의 과정에서 학계 내부에서 불거졌던 주요한 여러 방법론 논쟁들이 상세하게 잘 소개되고 있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와의 대화이자 동시에 미래의 거울이라고 말하듯 공법학자이자 법역사가인 저자의 혜안과 통찰이 가장 빛나는 대목은 책의 말미에서 그간 있었던 수차례의 ‘세계화’를 분석하면서 공법과 헌법국가의 미래를 진단하는 데에 있다. 좌고우면 없이 이 책의 일독을 강추드린다. 이종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