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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사무실 경영의 오답노트(3) : 수임에 대한 고민

    이세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서화담·CSO)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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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업의 3요소
    4년 반 전 개업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했던 세 가지는 비용 시스템 그리고 수임이었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규모 있게 지출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의뢰인이 맡겨준 사건을 일관된 수준으로 처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할 것인가.

    이렇게 세 가지는 개업한 변호사에게 지속적인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용과 시스템, 그리고 수임을 고민하는 일은 변호사 본연의 업무이기보다는 경영이라고 생각했다.


    2. 전문직? 현업 = 경영진!
    보통 회사를 보면 실제 상품이나 용역을 창출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흔히 '현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대표이사를 보좌하면서 인사, 기획, 재무, 홍보, 보안, 총무, 구매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스텝 조직'이라고 하고 각 업무의 리더 내지 팀장들은 '경영진'으로 분류가 된다.

    문제는 내가 전문직이기 때문에 나는 현업이면서 동시에 경영진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건을 처리하고 자문을 수행하는 변호사로서의 본연의 업무는 회사로 치면 현업의 역할이다. 비용과 시스템, 그리고 수임을 고민하는 일은 회사로 치면 경영진의 역할인 것이다.


    3. 변호사의 본질은 서비스업 : 의뢰인의 만족
    《덜 파괴적 혁신》이란 책은 메이요 클리닉 혁신센터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의 모습을 아주 인상 깊게 그리고 있다.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노키아나 모토로라를 제친 것이 크리스턴슨(R. Christensen)이 주창했던 파괴적 혁신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깝다면, 병원에서 파괴적 혁신을 실천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본래적 의미보다는 다소 완화된 성질이 있다는 취지에서, 이 책 제목이 '덜 파괴적 혁신'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사무실도 서비스업에 속하는데,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도 제조업의 초격차를 강조하는 장면에서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은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변호사업이 서비스업이라면 비교우위의 관점은 의뢰인의 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4. 변호사와 의사의 차이 : 전문 분야의 본질
    변호사와 의사는 흔히 비슷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개업을 해보니 활동의 공간적 범위와 전문 분야, 이렇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은평구에서 개업하셨던 치과 원장님이 이전 개업을 하셨다. 병원은 이렇게 지역을 옮기는 일이 상당히 큰 의사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은 아주 큰 종합병원이 아닌 한 동네 장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지방 재판을 가보면 아직도 변호사 사무실이 법원과 검찰청 근처에 많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서울만 하더라도 중앙지법이 있는 서초구 뿐만 아니라 도봉구, 송파구, 마포구, 양천구 등에 8개나 법원이 산재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법원 근처에만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 있는 경향을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병원과 비교하면 변호사 사무실은 원래 알던 변호사나 소개를 받은 변호사를 찾아가는 경향이 매우 높고, 게다가 형사를 제외한 모든 사건이 전자소송의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되면서, 과연 반드시 법원 근처에서 개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충분히 할 수가 있다.

    오히려, 의뢰인이 사무실을 잘 찾아올 수 있고 주차 편의성이 높은 위치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것이 고객 만족도 차원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 위치에 대한 관점을 이런 식으로 변화시키다 보면, 변호사는 어느 지방변호사회에 등록을 했건 전국적으로 활동 범위를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가령,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가 전주지방법원 앞에 개업하고 있지 않더라도 전주지법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 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의사와 변호사는 더욱 결정적인 차이점을 보여준다. 〈강철비〉라는 영화를 보면, 총상을 입은 채 북에서 넘어온 1호가 일산 시내 산부인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의사는 아예 전문의 자격 자체가 진료과목별로 세분화되어 있어서 출산이 임박한 환자가 정형외과를 간다거나 하는 일은 웬만해선 상상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병원과 비교하면 변호사 사무실은 특정 전문 분야를 표방하는 것이 참 애매한 측면이 있다. 민사, 형사, 가사, 부동산 등의 분야는 너무 방대해서 전문 분야로 삼는 게 실익이 있는지 하는 고민이 된다. 상대적으로 변협에서 정해둔 기준에 따르면, 노동, 조세, 도산, M&A, 공정거래 등의 분야는 전문 분야 등록요건을 갖출 정도가 되면 이미 자타가 그 변호사를 그 분야의 전문 분야로 인식하는 수준이 되는 거 같다.

    간혹 어떤 의뢰인들은 전문 분야를 표방하는 변호사더러 다른 분야도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거나 아예 지레 다른 분야는 못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도 생긴다.

    의사의 처지에 빗대어 변호사를 설명하자면, 변호사는 평소에는 잘 안 하던 산부인과 진료도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어야 의뢰인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This is Marketing》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온라인 마케팅 바람몰이를 했던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제는 더 이상 온라인 마케팅 시대는 끝났다고 하면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식의 소규모 팬덤 마케팅을 강력 추천하고 있다.

    5. No Marketing is Marketing
    인터넷에서 아무런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 있는 우리 사무실에는 잊을 만하면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와서 블로그 마케팅 도와드려요, 노출 광고 도와드려요 등등의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어쩌다 읽게 된 책 《This is Marketing》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온라인 마케팅 바람몰이를 했던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제는 더 이상 온라인 마케팅 시대는 끝났다고 하면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식의 소규모 팬덤 마케팅을 강력 추천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마치 나에게 유리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종래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새로운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진정 강력한 마케팅이다[No Marketing is Marketing]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급적 이 생각을 유지하고 실천하려고 애쓰게 되었다.

    변호사 사무실은 김밥천국이 아니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변호사는 철저히 의뢰인과 신뢰를 공유한 채 위임계약을 맺고 사건을 진행하고 자문을 수행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으니 변호사 입장에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의뢰인을 찾기도, 의뢰인 입장에서 신뢰를 할 만한 변호사를 찾기도, 서로 어렵고, 그런 상황 속에서 변호사들끼리의 레드오션을 면할 길이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반면에, 세스 고딘이 새롭게 강조하는 방식의 마케팅은 신뢰가 중요한 마중물인 변호사에게 적합한 방법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획일적이지 않고 이건 사람마다 변화무쌍하게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스펙트럼이 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에, 온라인 마케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스럽지 않나 싶기도 하다.


    6. 인맥이 다 고객인가? Yes & No!
    내가 개업한 직후인 2016년 9월 26일 자 HBR에 데렉 코번(Derek Coburn)이 기고한 글이 있는데, 그 글의 제목은 'Don’t Waste Your Time on Networking Events'이다. 데렉 코번이 강조하는 내용은 첫째,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둘째, 아는 사람의 친한 사람을 함께 만나기, 그리고 셋째, 만난 지 오래된 사람을 다시 만나기, 이렇게 세 가지이다.

    인맥이 많으면 의뢰인이 많아질까? 예전에는 이건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내 휴대폰 안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나를 잘 알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면 충분조건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7. 변호사 숫자? 문제는 전문성!
    우리는 한동안 변호사 1명당 수임하는 사건의 수 혹은 변호사 1명당 올리는 매출 규모가 모두 동일하다는 전제 속에 살아온 거 같다.

    2022년 초 법률신문이 흥미로운 통계를 보도했는데, 10대 로펌 중 법무법인이 아닌 김앤장을 제외한 나머지 9개 로펌을 대상으로 2020년 1년간 법인 매출액을 법인 소속 파트너 수로 나눈 다음 파트너 1인의 연간 매출액이 많은 순서로 로펌 순위를 다시 매긴 결과를 담고 있었다. 법무법인들의 순위가 새롭게 뒤바뀐 것도 이채롭지만, 이런 통계를 내는 시도 자체가 변호사 개인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새로운 지표의 등장으로 생각되었다. 냉정하게 본다면, 전문성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비용과 시스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느냐 여부에 따라서 대형로펌도 비유컨대 비둘기집과 벌집으로 양분할 수가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2023년에도 2024년에도 법률신문이 동일한 통계를 계속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인해 조성된 일종의 아노미 상황 속에서, 많아진 변호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시도들과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의뢰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법률시장의 모습을 가끔씩 엿볼 수 있는 만화경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서화담·C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