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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촌

    발주자의 도급계약 임의해제의 가능 여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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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1. 20.]



    1. 들어가며

    발주자에 의하여 공사도급계약의 해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해제가 적법한 해지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급계약상 적법한 해제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법적 판단의 문제로서 해제의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추후 소송 등에서 적법한 해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도급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고 오히려 발주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발주자의 도급계약 해제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발주자는 일정한 경우 계약상대자의 채무불이행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도 해제(이른바 ‘임의해제’)를 할 수 있으므로 해지 요건과 관련하여 그와 같은 임의해제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해제의 의사표시에 민법 제671조에 의한 도급계약 해제의사도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하여 일의 완성 전 도급인의 해제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도급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해제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도급인은 그러한 해제가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가 문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의사표시에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대법원은 그 이유로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반면, 민법 제673조에 기하여 도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오히려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므로 도급인이 임의해제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은 도급인의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의사표시의 일반적인 해석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재개발조합인 피고는 원고와 도급계약의 일종인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지정 및 설계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용역계약 해제통지를 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에는 임의해제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재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종전에 대법원은 ‘위임계약’과 관련하여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하였으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해지의 의사표시에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위 대법원 2022다246757 판결은 그와 같은 법리가 도급계약 해제에 있어서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선언하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3. 공공발주 공사에 있어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의 인정 여부

    한편, 공공발주 공사에 적용되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계약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한 계약해제와 별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그러한 사유로 정부정책 변화 등에 따른 불가피한 사업취소, 관계 법령의 제·개정으로 인한 사업취소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발주기관이 그에 따른 도급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원은 위 규정에 따른 해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해지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해지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해지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여야 합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20 판결).


    최근 하급심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재활용 선별장치의 공급계약을 발주하여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재활용선별시설 부지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공주택부지로 지정됨에 따라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국토교통부의 신규택지 추진계획이 공급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발표가 이루어졌고 공급계약 체결 이후에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업부지를 포함하여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제안한 점에 비추어 공급계약 체결 당시 계약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해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17. 선고 2021가합514328 판결).


    한편 위 사안과 유사하게 지방자치단체가 도로공사를 발주하였으나 그 도로부지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사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사계약 해지가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해지에 해당하여 적법하다고 판단한 예가 있는바(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다202605 판결), 결국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해제가 인정되는지는 개별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되어야 합니다.


    발주기관의 해제 사유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i)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거나 (ii) 그러한 사정변경의 발생에 대하여 해제권을 주장하는 발주기관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는 경우에는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계약 해제가 적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높습니다.



    4. 시사점

    계약 당사자간에 계약 해제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질 경우 그 결과에 따라서 계약의 유효 여부가 달라지고 당사자들의 손해배상의무 등 법률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앞서 살펴본 판결례들은 도급계약의 해제의 의사표시가 적법한 요건을 갖춘 것인지에 관하여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도급계약의 계약 당사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유의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주봉 변호사 (jbpark@yulchon.com)

    송민경 변호사 (mksong@yulchon.com)

    조원준 변호사 (wjcho@yulchon.com)

    김종철 변호사 (jckim@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