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리좡(李庄) 변호사는 북경의 캉다() 변호사 사무소 소속의 능력있는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다. 리좡 변호사는 2009년6월 중국 충칭()시에서 전개되었던 범죄와의 전쟁 중에 기소된 한 피고인의 변호사로 선임되어 변론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10일 피고인이 리좡 변호사를 고소한다. 즉 리좡 변호사가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자신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이 수사관의 강압에 의한 임의성 없는 자백이었다고 허위진술을 하라고 교사하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리좡 변호사는2010년 2월 9일 항소심에서 최종적으로 1년 6월 형을 선고 받고 2011년 6월 11일 만기 출옥한다. 리좡 변호사는 자신이 충칭으로 압송된 지 꼭 2년이 되는 2011년 12월 12일에 재심을 신청한다. 사례#2 : 2010년 9월 26일, 중국 광씨() 변호사 위증 사건을 촉발시킨 페이진더(裴金德)등 5명의 피고인의 고의 상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2009년 11월 베이하이(北海)시 삼중로에서 피해자 황환하이()와 시비가 붙어 피해자를 폭행한 후, 페이진더의 지시로 피해자를 수산부두로 끌고가 다시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 그 시체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위 제1심 재판기일에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고 베이하이 삼중로에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 사실은 모두 부인한다. 2011년 1월, 베이하이시 공안국은 피고인들을 은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는 3 명의 증인을 불러 재조사했는데 증인들이 피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증을 했고, 피고인들은 변호사들의 교사를 받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고 발표한다. 2011년 6월 13일 베이하이시 공안국은 입증 방해죄 명목으로 위 4 명의 변호사에 대해 형사 구류 내지 거주감시 조치를 내려 중국 변호사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된다. 이 후 천광우(), 주밍용(朱明勇) 등 중국 각지의 변호사들이 베이하이 사건 변호인단을 조직하여 위 4 명의 베이하이 변호사와 5명의 피고인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선다. 이 사건은 아직 계속 중이다. 위 두 사례는 최근에 중국에서 형사 변론에 종사하는 변호사의 권리와 관련해서 변호사계,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건들이다. 2012년 3월 14일 제11기 중국 인민 대표 대회 제5차 회의 폐막식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 형사소송법은 1979년에 제정되고, 1996년에 개정된 후 이번에 16년 만에 재개정되었는데, 이번 개정법에는 증거, 강제조치, 변호제도, 수사, 재판절차, 집행절차등 형사 소송의 각 단계마다 많은 개선이 이루어 졌고, 특히 인권의 보장과 존중 이념이 형사소송법에 도입되었다. 한편 이번 개정법에서 중국에서 형사 변론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권리 및 지위와 관련해서 개정 작업 과정 중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조항이 형사소송법 제38조이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항이 형법 제306조 규정이다. 우선 1996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중국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아 변론을 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1996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상황이 달라 졌다. 당시 개정에 추가된 형사소송법 제38조는 "변론 변호사나 기타 변호인은 범죄 피의자나 피고인이 증거를 은닉, 훼멸, 위조하거나 통모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되고, 증인을 위협, 유인하여 증언을 번복하게 하거나 위증을 하게 해서는 안되며 그 외에 사법 기관의 소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전항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는 법에 따라 법률 책임을 추궁한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현행 형법 제306조는"형사 소송 중에 변호인, 소송대리인이 증거를 훼멸, 위조하거나 당사자가 증거를 훼멸, 위조하는 것을 돕거나, 증인을 위협 또는 유인해서 사실에 반하게 증언을 번복하게 하거나, 위증을 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이나 구역(拘役,중국 형법상의 형벌, 1월이상 6월이하의 단기 자유형)에 처하고, 죄상이 엄중한 경우는3년 이상 7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특별히 형사 소송 절차에서 변호사의 일련의 행위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였다. 비록 형법 규정에는 변호사를 직접적으로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형사변론 업무가 변호사들의 중요한 업무 영역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규정은 궁극적으로 변호사를 겨냥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형법 제306조를 속칭 "변호사 위증죄"()라고도 한다. 중국 변호사들의 머리 위에 걸린 다모클레스의 검이라 할 만하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8조 규정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변호사가 범죄 피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증인이 증언을 번복하게 하는 경우도 변호사로 하여금 법률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게 규정하고 있는데 증인이 증언을 번복하는 경우라 함은 허위로 증언한 것을 진실되게 번복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규정의 적용 범위가 모호한 점이 있었다.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금번 개정법에서는 증언을 번복하는 경우는 삭제를 하였다. 그리고 주체 부분도 현행법에 "변론 변호사나 기타 변호인"이라고 규정되어 있던 부분을 "변호인 또는 다른 어떤 사람이라도" 라는 문구로 바꾸고,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변호인이 이 조항에 연루된 경우는 변호인이 변론하던 본래 사건의 수사기관외의 수사기관이 그 사건을 처리하게 하고, 변호인이 변호사인 경우는 그 소속 변호사 사무소나 소속 변호사 협회에 통지하도록 하도록 규정하였다(개정법 제42조). 한편 현행 변호사법 제37조도"변호사가 소송 활동 참여 중에 범죄 혐의로 법에 따라 구류나 체포되는 경우 체포한 기관은 구류나 체포한 후 24시간 이내에 그 변호사의 가족, 소속된 변호사 사무소와 소속 변호사회에 통지한다"라고 규정하여 변호사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사후적인 조치만으로는 형사 변론 변호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금 중국에서는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북경 변호사 협회는 <북경 변호사 발전 보고 2011>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거기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북경 변호사들이 형사 사건을 수임하는 비율이 2004년 1인당 0.94건에서 2010년에는 0.37건으로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전국적으로도 2004년에는 1인당 2.20건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1.60건으로 떨어졌다. 지금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는 형사법적으로 수사권 내지 기소권과 변론권의 대립이 야기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의 현재의 특수한 상황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중국의 특수한 정치, 경제적 상황때문에 변호사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개념 정의가 아직 명확히 정립이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변호사의 정의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즉, 1980년 8월 26일 통과된 변호사잠행조례() 제1조는 변호사를 "국가 법률 공작자"라고 규정하였고, 1996년 5월 15일 통과된 변호사법에는 변호사를 "법에 의해 변호사 집업증서를 취득하고 사회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사회"라는 의미가 애매하여 2007년 10월 28일 개정 통과된 변호사법에는 변호사를 "법에 의해 집업증서를 취득하고 위임 또는 지정을 받아 당사자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현행 중국 변호사법상의 변호사에 대한 정의는 우리의 상식과 별로 다르지 않는데 최근 들어 변호사에 대한 정치적인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미 2009년 리좡 변호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국의 고위급 인사는 "변호사도 정치를 알아야 하고, 전체적인 국면을 고려해야 하고, 기율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여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고, 2010년 9월 중국 공산당 중앙 사무처, 국무원 사무처가 전달한 사법부의 변호사 업무를 진일보 강화하고 개선하는데 관한 의견()에 의해 중국에서 변호사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률 공작자"로 자리매겨진다. 이렇듯 현재 중국에서 변호사의 지위에 관한 이원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중국에서의 변호사의 지위와 역할 정립에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중심의 사회주의 체제와 경제적으로는 시장 경제질서를 채용한 중국의 독특한 정치,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중국이 스스로 자신들의 체제를 일컫는 말이지만 이제는 중국 모델, 베이징 컨센서스, 시장 권위주의 모델, 수직적 민주주의 등 중국 학자들은 물론 서방의 학자들에 의해서도 이를 명명하는 많은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13억의 인구가 다같이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완전한 사회주의 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아직은 사회주의가 초급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단계에서의 법률체계 내에서(중국은 2011년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률 체계의 완성을 대내외에 선포한바 있다)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많은 중국 학자들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될수록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채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에 편입될 것이라는 주장을 해온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을 속단할 수는 없으나 지금 단계에서 본다면 위와 같은 서방학자들의 예상이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중국은 지금까지 어느 국가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정치적, 경제적 실험을 해오고 있고, 지금까지의 그 외형적인 성과는, 그러한 외형적인 성과가 가져온 내부적인 부조리, 부작용등을 모두 가감해서 논의한다고 해도 그리 가볍게 평가될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의 지금 단계에서의 법률체계, 법집행, 사법 절차를 볼 때도 이를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체득해온 것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폄하하고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중국이 더 경제가 발전하고 개인들 간의 거래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면 필연적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변호사의 기능과 역할은 논외로 해도, 중국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본래 의미의 변호사들의 지위와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앞으로 중국에서의 변호사의 역할과 지위는 변호사법상의 당사자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전문가로서의 변호사, 정치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률 공작자로서의 변호사의 지위가 서로 다투고 화해하면서 끊임없이 접점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그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중국 변호사 동료들의 더 많은 발전과 성공을 기원한다. 리좡 변호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