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적어도 무변촌에 지소를 설치하는 것, 비록 한 명에 불과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일으켜주고 법률구조를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국민의 권익보호와 법률복지를 위해 지난 1987년 문을 연 대한법률구조공단이 9월 1일로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공단은 지난 25년간 1860만건의 법률상담과 137만건의 소송을 대리했다. 구조금액은 21조 8276억원에 달한다. 황선태(64·사법연수원 5기·사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23일 서울 서초동 공단 본관 5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87년도에 문을 열었을 때의 열악한 환경에 비하면 25년간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할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본부와 11개 지부, 36개 출장소로 출범한 공단은 현재 18개 지부, 40개 출장소, 54개 지소와 법문화교육센터로 조직이 확대됐다.
초기보다 인력 10배 늘어
임직원 숫자도 변호사 10명, 일반직 46명 등 91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변호사 79명, 일반직 415명, 공익법무관 151명 등 852명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황 이사장은 "하지만 여전히 출장소 13곳에는 아직 변호사가 한 명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변호사와 직원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 더 높은 품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공단의 과제다. "법률구조의 질이 일반 사선 변호사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앞으론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법률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고 싶습니다." 사실 공단 변호사들은 몇년간 경력을 쌓으면 판사나 검사, 로펌 변호사 등으로 나가는 일이 많았다. 이 때문에 변호사 평균 재직 기간이 3년9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첫 배출되는 등 법률시장이 크게 바뀌어 인재유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그런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번 연수원 출신 변호사 모집의 경우 경쟁률이 30 대 1을 기록했는데, 내년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같이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조대상자 꾸준히 확대
법률구조공단은 더 많은 국민들이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창립 당시 월평균 수입 40만원 이하였던 법률구조대상자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08년부터는 전 국민의 약 50%에 해당하는 월평균 수입 26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기존 민사·가사사건에 한정되던 법률구조 대상 사건은 1996년 형사사건, 2000년 행정사건과 헌법소원사건, 2004년 행정심판사건으로 넓혔다. 법률보호 소외지역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09년부터 오는 2013년까지 5년간 변호사가 없는 시·군법원 소재지에 67개 지소를 개소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54개 지소가 추가로 설치된 상태다.
현재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이동법률상담 버스를 한 대 더 늘리는 것도 황 이사장의 작은 바람이다. 법률구조공단은 2010년부터 노약자·장애인 등 이동이 어려운 이들과 산간벽지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동법률상담 전용버스 한 대를 운영하고 있다.
법률소외지역 해소 노력
황 이사장은 "지난 25년 동안 공단은 국민의 지지와 사랑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품질의 법률서비스와 법률보호 소외지대 해소, 법문화교육사업 등 법률복지 중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선태 이사장 약력
△경남 고성(64) △부산고·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5기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지검 특수2부장 △서울지검 2차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검 감찰부장 △대전지검장 △광주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