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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보는 로펌 뉴스레터

     리더의 ‘미션’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리더의 ‘미션’

      #후회  죽음을 앞두고 ‘좀 더 일했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했더라면…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좀 더 마음을 썼더라면…’하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헤럴드 쿠시너의 말이다.#관계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산다. 관계는 종종 갈등을 낳는다. 얽힌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내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 있다.”라고 니체가 말했다던가. #제나라 선왕 책에서 읽은『맹자』의 고사 하나. 맹자가 아주 인자한 왕으로 알려진 제나라 선왕(宣王)을 찾아갔다. 어떤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문은 이런 것이었다. 선왕이 행차 길에 소를 끌고 가는

     90초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90초

      지금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그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자. 첫인상은 관계도 운명도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데는 ‘9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안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니콜라스 부스먼이 〈90초 첫인상의 법칙〉을, 이케가미 아키라가 〈90초 스피치〉를 쓴 이유다.A/B 테스트가 있다. 웹 사이트 방문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기존 사이트와 새 디자인 사이트를 따로따로 보여준 다음, 두 집단 중 어떤 집단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이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VOD의 커버 이미지에 대한 A/B 테스트였다. 넷플릭스의 A/B 테스트도 ‘90초’ 법칙에 따랐다. 90초 안에 이용자의

     프로타고라스의 재판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프로타고라스의 재판

      프로타고라스는 소피스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아들뻘 되는 소크라테스가 찾아와 맞짱 토론을 할 만큼 학식 높은 당대의 저명한 철학자였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겼다. 사물에 대한 가치 판단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그의 상대주의 사상을 축약한 말로 이해된다. 기원전 445년부터 429년까지 아테네 최고 권력자로 귀족정을 무너뜨리고 민주정을 꽃피운 페리클레스와도 교분이 깊어 그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배심재판도 페리클레스의 민주적 제도 개혁 중의 하나다. 프로타고라스는 변론술에 뛰어나 강좌를 열었는데, 수업료가 그의 명성만큼이나 거액이었다. 어느 날 에우아틀루스라는 청년이 찾아왔다. 청년은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싶지만, 수업료가 없으니 수업을 마치고 재

     가짜뉴스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가짜뉴스

      헌법 제1조는 국가가 지향하는 최상위의 가치를 표방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정하고 있다. 우리가 ‘국민주권’, 독일이 ‘인간의 존엄’, 프랑스가 ‘법 앞의 평등’, 일본이 ‘천황제’를 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요즘 각별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수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Freedom for the Thought That We Hate)》라는 책이다. 이 제목은 올리버 웬델 홈스 대법관이 판결문에 표현의 자유를 풀어쓴 문구 그대로를 따온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라는 부제가 있다. 저자 앤서니 루이스는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저널리스트다. 책 속 몇 군데 대목이 새

     "일터는 깜깜했습니다"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일터는 깜깜했습니다"

      # ‘예방’, ‘대응’, ‘개선’문제 해결의 솔루션으로 꼽는 세 단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막는 ‘예방’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래도 문제가 생겼다면 합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나아가 예방과 대응에 빈틈이 없었는지 살펴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고쳐 나가는 ‘개선’ 또한 중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예방’‘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중대재해가 거듭거듭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누군가 강한 처벌을 받는’ 점을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무엇을 문제 상황으로 삼느냐에 따라 예방의 초점은 달라진다. ‘어떻게 하면 중대재해 발생을 막을 수 있는가

     재판 이야기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재판 이야기

      ‘낸시’라는 변호사가 한 남자의 변호를 맡는다. 그 남자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체포된 후 범행을 자백하고 6년 동안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인 ‘슬라히’다. 낸시는 슬라히가 심한 고문 끝에 자백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군검찰관 ‘카우치’는 슬라히의 유죄를 확신한다. 그가 흉악한 테러범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기고, 그런 자를 변호하는 낸시에게 적개심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조국에게 그토록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변호합니까?”관종 아니냐는 뉘앙스다. 그러나 낸시는 차분하게 응수한다.“나는 테러범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조국의 법을 변호하는 겁니다.”실화에 바탕을 둔 미국 법정 영화 〈모리타니안〉에

     논리인가 경험인가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논리인가 경험인가

      “‘1841년에 태어나 1935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861년 하버드 로스쿨 졸업, 1866년부터 15년간 변호사 생활, 1882년 하버드 로스쿨 교수에 이어 주 대법관 부임, 61세인 1902년 공화당 소속의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임용되어 30년간 재직하고 91세에 퇴임했다. 미국 법조인이 무척 존경하는 법률가 중의 한 사람이다.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명문의 소수의견을 많이 내어 위대한 반대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씨, 귀하의 프로필을 간략히 소개해 보았습니다.”“나쁘지 않군요. 다만, ‘반대자’라 하여 꼴통으로 오해하지 말길 바랍니다. 법 자체에 매몰되지 말

     왜 법관은 증명하는가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왜 법관은 증명하는가

      법률가는 일상적으로 증명하는 일을 한다. 법관이 판결문에 이유를 적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증명이 없으면 판결도 없다. 권리도 책임도 없다. 소송이나 자문 변호사의 실력은 증거를 제출하고 주장이나 의견의 논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밝히느냐에 달려있다. 로펌 후배변호사가 신입 시절 선배변호사에게 호되게 꾸지람 들은 이야기. 소송서면 초안을 써 선배에게 보내고 검토를 받으러 갔는데, 선배가 대뜸 ‘네가 대법관이야? 왜 서면에 논거가 없어?’라고 힐난하더라는 것.   이 후배가 증명에 소홀했다면 이 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선배가 ‘네가 대법관이야?’라고 말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비틀어 보면 ‘대법관이면 논거 없이 결론만 내도 된다’는

     좋은 질문입니다.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좋은 질문입니다.

      영화 <두 교황>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온다. 교황 재위 중 사임을 결심한 베네딕토 16세. 이 교황에게 추기경 사임을 청원했다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골리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베네딕토 교황에게 들려준, 담배를 좋아하는 두 신학생 이야기다. 한 신학생이 지도신부에게 질문한다. “신부님, 기도할 때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까?” 지도신부는 당연히 “안 될 말”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다른 신학생이 질문이 잘못되었다면서 지도신부에게 다시 질문한다. “신부님, 담배 피울 때도 기도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요?”   “질문을 바르게 하면 절반은 이미 해

     반가사유(半跏思惟)

    [김지형의 추상과 구상] 반가사유(半跏思惟)

    때론 하나의 문구나 한두 마디 말이 수천수만 마디의 글이나 말보다 더 강렬하고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소크라테스의 “Know Yourself”, 애플의 “Think Different”, BTS의 “Love Yourself”가 그 예이다. 하지만 때론 완전한 묵언이 수천수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경이로운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국보 반가사유상이 그러했다.   한쪽 무릎 위에 다른 쪽 다리를 올려 가좌(跏坐)를 반(半)만 취한 자세. 살짝 고개 숙인 얼굴의 한쪽 뺨에 손가락 끝마디를 살짝 대어 사유하는 자세.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은 살짝 올라간 다문 입 꼬리로 미소 짓는 모습 아닐까? 도대체 이 반가사유 보살상은 1400년을 뛰어넘은 긴 세월의 묵언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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