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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6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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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소송과 셀카봉판결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고 - 작년 10월 18일에 대법원은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새로운 종류의 확인의 소, 즉 이미 확정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원고가 내가 지금 시효중단을 위해서 소를 제기한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말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은 판결이유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판결에 대하여 찬반의 논란도 더러 있었다. 여기서는 그 동안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문제점 몇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첫째, 이 판결 다수의견의 내용은 명백한 위헌적 발상에 터잡았다. 법원은 재판하는 곳이지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 내는 곳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상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소송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재판기관인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 입법부가 할 일을 사법부가 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 침해다. 물론 법원은 법률에서 규정한 내용대로만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범의 흠결이 있을 때에는 법의 해석을 통해서 흠결을 메울 수 있고, 그렇게 하여 새로운 법형성 내지 법발견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역할은 입법의 흠결이 있을 때에 현행 법규를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 즉 현행 법규의 규정 취지를 참작하여 같은 방향으로 법규를 해석해서 규범의 흠결을 메우는 것이지, 현행 법규의 취지를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흠결을 메우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법부에서는 대법원이 ‘정책법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여왔다. 마치 대법원이 법률과 재판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이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아마도 미국 연방대법원에 붙는 ‘policy making court’에서 온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불문법체제인 common law 국가에서나 통용될 수 있지, 성문법체제인 civil law 국가에서는 쓸 수가 없다. 대법원의 역할이 법령해석의 통일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policy가 ‘정책’을 의미하는지도 의문이다. 이 말에는 정책뿐만 아니라 원칙, 방침, 방향, 표준 등의 뜻이 있는데, 이 말을 임의로 ‘정책’으로 못박아 번역해서 쓰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 둘째, 이 판결 다수의견은 민사소송법의 기본원리를 무시하였다. 본래 재판이란 구체적인 사건이 있어서 그 사건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의 소송상 청구도 구체적 분쟁에 관한 청구, 즉 ‘사건성’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표현한 것이 권리보호요건 중 권리보호자격의 첫 번째로 등장하는 ‘구체적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일 것’이다. 단지 추상적인 법적 의문을 풀려는 소송상청구는 권리보호자격이 없고 따라서 그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해야 한다. 법원의 재판도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원고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리 법령해석의 통일을 책무로 하는 대법원이라도 그 사건에서 문제되지 않은 논점에 관하여 판시할 권한은 없다.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 이러한 신종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장한 것도, 당사자 사이에서 다투어진 적도 없는데, 대법원이 직권으로 스스로 이런 확인소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사자들이 주장하거나 다툰 것이 아니고 직권조사사항도 아닌데, 대법관들 끼리 주장하고 다툰 것에 관해서 다수결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판례’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는 하급법원이 사건을 심리하다가 법적 판단에 의문이 있으면 최고인민법원에 문의를 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재판을 한다고 한다. 법관의 독립과는 동떨어진 매우 기이한 제도이지만 그 대답은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므로 적어도 사건성은 있다고 너그럽게 볼 수는 있다. 우리 대법원처럼 직접 심리한 사건에서 문제도 되지 않은 논점을 들춰내어 스스로 선행적으로 판단을 한다면, 이는 중국의 최고인민법원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셋째, 이 판결 다수의견은 ‘소송’의 기본 개념에 반하는 판단을 하였다. 하기는 우리 실무에서는 소와 소송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심지어는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소제기’라고 할 것을 ‘소송제기’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송을 사실관계를 둘러싼 쟁송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송의 본래 개념이 ‘법적 쟁송’이다. 다수의견은 원고가 시효중단을 위하여 소를 제기한 것을 확인해달라는 것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권리, 법률관계 확인이라고 열심히 주장하지만, 이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시효중단이라는 소제기의 효과는 문자 그대로 권리행사라는 법적 행위의 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시효중단을 위한 소’라는 소의 형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행의 소든 확인의 소든 통상적인 권리행사 방법의 하나로 소를 제기하면 법규정에 의하여 시효중단이라는 효과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그 내용이 실체법상의 권리행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에 지나지 않다. ‘시효중단을 위하여’라는 목적이 있다고 해서 사실의 확인청구가 권리나 법률관계 확인청구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소는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가 아니므로 위에서 말한 권리보호자격이 불비되어 부적법, 각하되는 전형적인 경우이다. 넷째,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송에서는 채권자의 채권 존부 등 실체적 심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점은 얼핏 보면 학설, 판례에서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학설과 판례가 이렇게 보는 것은 전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판력의 시적 범위 밖에 있는 변제 등 전소송 변론종결 이후에 생긴 새로운 사정을 이유로 해서는 당연히 실체적 심리를 할 수 있다. 채권자의 후소 제기가 시효중단이라는 목적이 있더라도 그 후소송에서 채무자는 변제 등 채권의 소멸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원고의 소제기 목적에 피고가 구속되어 방어권 행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채권자의 시효중단이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어 후소송에서 채무자인 피고가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했음을 주장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후소송에서 이러한 쟁점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 신종 확인소송을 구상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변제한 채무자는 이런 신종 후소송에서는 방어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른 기회에 청구이의의 소로 대항하란 말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 채무자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언제나 청구이의의 소로 대항할 수 있는데, 후소송으로 통상적인 이행소송이나 확인소송을 허용하면 채무자가 그 소송에서 바로 변제 등의 항변을 해야 하므로 채무자에게 이른 시기에 방어를 강제하는 부당함이 있다고 한다. 본래 채무자는 이행지체에 빠지는 순간 채무불이행으로 위법한 상태가 되고, 채권자는 바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민법의 기본인데, 이런 채무자에게 무슨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 이 두 태도를 종합하면 다수의견은 시효중단을 위한 채권자의 후소송에서 이미 변제한 채무자가 방어할 기회를 가져서는 안 되고, 채무자 스스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시기를 선택할 여유는 주겠다는 말인데, 이것은 우리 소송법 체계와 너무 멀리 동떨어진 발상이다. 반대의견은 원고가 소를 제기하면서 자기가 소를 제기하였다는 확인판결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순환논법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점잖은 표현이고 요새말로 ‘셀카소송’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소를 제기하는 목적이 지금 소를 제기한 것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니 셀카와 다를 것이 없다. 반대의견의 말대로 이러한 확인은 법원의 판결로 받을 것이 아니라, 통상의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법원 사무국에서 증명서만 발급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송상 청구는 당연히 권리보호자격이 없어서 부적법하다. 반대의견에서는 이러한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비판하나, 확인의 이익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피고가 방어할 아무런 기회도 이유도 없는 이러한 절차는 소송이 아니라 오히려 비송에 가깝다. 형식적으로 소장에 피고가 적혀있어도 과연 두 당사자 대립 구조가 성립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이런 셀카소송을 허용하겠다고 했으니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셀카봉판결이라 할 수 있겠다. 반대의견 중에는 이 문제는 입법사항이고 법원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입법으로도 이런 우리 소송법 체계를 파괴하는 기형적인 소의 형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법조인이나 법학자 어느 누구도 우리 대법원에서 이러한 새로운 획기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자랑삼아 외국에 소개하는 것도 삼갈 일이다. 호문혁 명예교수 (서울대)
소멸시효
지연손해금
대여금
호문혁 명예교수 (서울대)
2019-03-20
헌법사건
형사일반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에 관하여
-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 1. 사실관계 청구인(변호인)은 2016년 4월 경 피청구인(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 참여없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여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검찰청 수사과 2호실에 도착하였다. 청구인이 피의자 옆에 앉으려고 하자 피청구인은 내부 운영 지침에 따라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청구인이 항의한 후 피청구인이 요구한 위치보다는 피의자와 좀 더 가까운 곳에 앉아서 피의자를 조력하였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요구에 따라 피의자의 오른쪽 뒤에 위치하여 피의자신문에 임하였고, 당시 다른 수사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별지 1호 서식인 변호인 참여신청서 작성을 요구하여 이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끝난 뒤 피청구인에게 피의자와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으나 수사관은 정식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변호인인 청구인은 후방착석 요구행위, 참여신청서 요구행위, 접견불허행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제5조 제1항이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점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신설되었으나,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사유를 ‘정당한 사유’라고 규정하여 제한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입법론적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던 중 2017년 11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검찰수사관이 피의자신문 단계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는 변호인의 기본권인 변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판시를 하였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수의견을 통해 변호인이 피의자신문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구할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따라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가하고, 현행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3. 판결 요지 및 평석 법정의견은 후방착석행위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강제수단의 발동이 가능한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퇴실을 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로 인정하였다. 이는 대법원의 2008. 9. 12. 선고 2008모793 결정에서 보듯이 변호인의 착석위치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 퇴실을 명한 경우도 있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피의자신문 전 수사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피의자를 위해 변호하려는 변호인과 피의자 보다 정보적으로 또는 수사 기술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의 상호작용에 의해 수사기관과 변호인의 지위 역시 대등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후방착석행위와 같은 내부지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변호인들이 이를 불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부득이 따르고 있었다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위치 지정에 관해 법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더라도 시정요구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결정에 대해서 환영 성명을 내면서 '헌재 결정은 수사편의만 생각하는 수사기관의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한편 후방착석 요구행위가 단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변호인의 변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규정을 정비하고 전근대적인 수사관행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변론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 왔음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의 법정대리인과 같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집중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변호인의 변호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최근 형사사건 수임 과정에서 피의자 접견을 신청한 ‘예비변호인’에게 검찰과 구치소가 접견을 불허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19. 2. 28. ‘2015헌마1204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등’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인이 되려는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변호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 보장은 물론, 피의자가 가지는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비교법적 검토 형식적으로 보았을 때, 일본의 경우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의 참여권을 법률상 보장하지 않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접견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도 체포 또는 구속피의자, 피고인에 한해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실무적으로는 경찰이 피의자신문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고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미국의 경우도 Minnick v. Mississippi 사건 이후 피의자가 일단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한 후에는 변호인의 입회 없이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여러 제한규정을 통해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정당한 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퇴거 또는 후방착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비교형량 하여 그 기준을 달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무부와 경찰청 등은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에 대한 실제 사례를 축적하고, 변호인 참여의 과도한 참여권 행사로 인해 수사가 방해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대처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수사절차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은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발견’, 그리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필연적으로 대립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피의자신문에서의 변호인 참여권을 명문으로 규정한 제243조의 2가 신설되었으나, 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에도,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이는 피의자들이 변호인을 대동하고 함께 조사받는 것에 대한 무지와 수임료 부담, 수사기관의 촉박한 소환일정으로 미처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채 조사에 임하는 경우, 수입대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사정상 변호사들 스스로 참여를 꺼리는 점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현재 실무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는 ‘원칙’이 아닌 ‘예외’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는 변호인 참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는 현행 형소법 규정의 본래 입법취지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즉, 정부와 입법부는 추후 형소법 개정작업을 통하여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사전통지 규정 등을 신설하는 한편, 피의자 옆 좌석규정을 명문으로 규정하며, 예외적인 참여제한 역시 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 법무부, 경찰청 등은 수사기관과 일반 국민에게 수사절차에서의 변호인 참여제도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검찰수사관
신문변호권
피의자신문
변호인
헌법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03-18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교장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문제
-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판결 - Ⅰ. 사실관계와 하급심의 태도 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1.9.1. 교감으로 승진임용되어 A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한다. B광역시교육감은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을 평정하여 그 평정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승진후보자의 순서대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2014.1.31.자 ‘교육공무원(초등학교교장) 승진후보자 명부’에 갑이 순위 10번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4년 3월 1일 B광역시교육청 관내 초등교장 18명을 대통령이 신규 승진임용하였는데, 갑은 포함되지 않았다. 갑이 제기한 교장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소에서, 피고 교육부장관이 “원고에게는 자신을 교장으로 임용 또는 임용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신청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하급심은 이를 수긍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1.22. 선고2014구합63909판결, 서울고법 2015.7.9. 선고 2015누33839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동일하였다. Ⅱ. 판결요지 [1] 항고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2조, 제35조), 불이익처분의 상대방은 직접 개인적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2]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1항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3배수의 범위 안에 들어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임용권자 등이 자의적인 이유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이러한 승진임용제외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상 승진후보자 명부에 의한 승진심사 방식으로 행해지는 승진임용에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후보자를 승진임용인사발령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임용제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교육부장관이 임용제청을 한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반드시 승진임용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공무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Ⅲ. 쟁점과 문제점 자유권이 국가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갖기에 불이익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수범자(상대방)이론인데(김중권, 행정법, 2019, 731면). 대상판결은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한 수범자이론(상대방이론)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수범자이론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제3자효 행정행위를 다투는 경우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독일의 통설과 판례). 따라서 사안이 거부처분의 상황이라면 수범자이론에 의하더라도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급심과 상고심의 접근태도가 다르다. 하급심은 사건명칭처럼 사안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한 데 대해서, 상고심은 사건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면서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증하지 않았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의 공식에 입각하지 않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논거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행정처분으로 보았다. 교원소청심사는 물론 하급심의 태도가 기왕의 판례에 의거한 의당 자연스러운 점에서 권리구제의 보충성을 내세워 논증한 대상판결의 접근이 사안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한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Ⅳ. 사안이 승진임용거부의 상황인가? 교장임용절차는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교장임용절차는 2원화되어, 하나는 승진후보자명부에 의한 승진심사방식으로 행해지고, 다른 하나는 공모절차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공모절차는 지원(응모)에 의해 개시되기에, 일종의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인 데 대해서 승진임용절차는 행정청의 직권적인 절차진행이다. 승진임용절차인 사안에서 대상판결이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다. 승진임용제외로부터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의 발생이 논증되는 한, 이상의 수범자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반면 공모절차를 밟는 총장임용절차에서의 임용제청제외 및 임용제외는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신청권의 존부를 검토하지 않고, 처분성을 논증한 대법원 2018.6.15. 선고 2016두57564판결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상론 김중권, 법조 제733호, 2019년 2월 28일). Ⅴ. 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논증의 문제점 1.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 처분성을 논증하는 데 대상판결은 절차적 기대(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거부처분의 인정에서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연유한 신청권의 의미에 대해 판례는 그동안 순전히 절차적 의미로 접근한다. 신청권을 순전히 절차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남소의 우려와 함께 법률관계의 왜곡을 가져다준다(김중권, 행정법, 734면). 대법원 1991.2.12. 선고 90누5825판결의 응답신청권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실체적 법효과와 유리되게 이해한 것이 그 예이다. 승인임용에서 제외(탈락)된 상황은, 공직취임의 저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배제라는 사실적 효과가 아니라 불임용의 법효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심사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의 문제점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지 않는 법적 행위로 인해 빚어진 결과적 상황에 즈음하여, 그 법적 행위(다른 사람에 대한 승진임용)를 직접 다투지 않고, 자신에게 빚어진 결과적 상황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을 자신의 법률상 이익(권리)의 침해에 설득력 있게 연관지울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단적(묵시적) 행정행위의 존재이다. 행정의 추단적 용태로부터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공법적 의사표시가 도출될 수 있을 때, 추단적 행정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14면). 가령 보조금반환요구(결정)는 보조금지급결정의 묵시적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여러 명이 한정된 허가를 신청하여 일부에 대해 허가가 발해진 경우 다른 이에 대한 거부처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종종 (후속) 행정사실행위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추단적 행정행위가 사실행위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예: 경찰관이 행한 수신호). 물론 표시행위에 대해 법률상 일정한 형식(서면, 공증증서, 고시 등)이 규정된 때는 추단적 행정행위는 배제된다(판례는 공공용물의 성립과 폐지에서 묵시적 공용지정(개시)행위나 공용폐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5다25524판결 등). 추단적 행정행위의 존재는 후속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녀서, 경우에 따라서는 명시적 처분에 담겨질 수 있다. 대상판결처럼 굳이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처분성을 논증할 필요가 없다. Ⅵ. 맺으면서-배타적 경쟁자소송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사안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자가 제기하는 배타적 경쟁자소송이다. 법정요건이나 자격을 구비한 이상, 원고적격은 문제되지 않는데, 소송대상, 소송형식, 취소판결의 효력 등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김중권, 행정법, 742면). 특히 공무원법상의 경쟁자소송에서는 임용처분이 내려지면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다. 독일은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변경(BVerwGE 138, 102) 을 통해 잠정적인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탈락된 지원자가 타인에 대한 임용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교육공무원법
승진
승진심사
임용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3-04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행정사건
-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4두11601 보상금 증액 -
하천수 사용허가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인가
1. 대법원의 판시 내용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하천법 제33조에 의한 하천점용허가권과 마찬가지로 특허에 의한 공물사용권의 일종으로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양도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민사집행법상의 집행 역시 가능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권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6조 제1항이 손실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 2. 평석 1) 하천수 사용허가의 법적 성격과 재산적 권리성 하천법 제50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하천수 사용허가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일정 기간 하천수라는 일종의 자연공물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설정해 주는 형성적인 특허처분이다. 하천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는 하천점용허가에 비하여 제55조의 하천수 사용허가에 대한 판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하천점용허가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례를 근거로 하여 하천수 사용허가를 형성적 특허처분으로 정의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다만, 필자는 기존에 판례와 학설상 특허처분으로 인하여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형성된다는 일종의 교조적(敎條的)인 법리가 가지는 타당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가 댐건설사업 과정에서 원고의 용수시설을 포함한 발전설비 일체를 토지보상법에 따라서 수용하였는데, 원고의 이 사건 댐을 구성하는 지장물 및 영업권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으나 하천수 사용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금이 산정·지급되지 않았다. 원고는 그에 관한 재결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처분이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권을 설정하는 특허처분으로서 강제집행의 대상으로서 독립된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권리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미시적으로는 양도가 자유로운 권리와 민사집행법과 같은 민사법 영역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또는 공공부문이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인의 권리를 수용하고 그에 따라 제기되는 보상이 원인이 된 헌법과 토지보상법 등의 공법적 문제임을 간과할 수 없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법원은 하천수 사용허가가 권리이며 민사집행의 대상이 되는 가의 문제와 동시에 하천수 사용허가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해당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우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댐건설을 위한 헌법상 공공필요와 토지보상법의 수용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하천수 사용허가에 따르는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라는 재산적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사적 유용성과 임의적인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헌법상 재산권의 개념은 보다 세부적으로 ‘사적 유용성’, ‘임의적 처분권’, ‘구체적인 권리’라는 세 부분의 구성요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하여 발생한 법적 지위는 특정한 하천수의 물량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유용성을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권리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임의적인 처분과 관련하여서는 하천수 사용허가를 대상으로 하여 이를 매매하거나 담보제공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시장이나 장외거래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는 이를 임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개념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천수 사용허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허가신청자가 상당한 액수의 부담금 등을 하천관리청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이는 일종의 자기기여금(自己寄與金)으로서 하천수 사용허가가 재산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천관리청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하는 경우 신청인은 행정업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수수료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이 실무상의 관행이다. 향후 입법적인 조치에 따라서 호주나 미국의 텍사스주 등과 같이 하천수 사용허가권을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시장이 법제화 되어 일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르되, 단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허가량을 사용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하천관리청이 공익의 실현자로서 하천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자원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의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데 그 제도적인 설계의 중심이 두어질 뿐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인에게 재산권과 같은 고착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는 취지를 달리한다. 하천수 사용허가는 기득화된 권리의 보장보다는 미래의 수자원 예측에 따르는 행정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의 원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천법 제53조에 따라서 환경부장관은 가뭄의 장기화 등으로 하천수 사용 허가수량을 조정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등 하천수의 적정관리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자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하천수 허가수량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향후 기후변화와 건천화(乾川化)에 따르는 수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산업활동에 필요한 수자원의 전반적인 이용배분을 재조정하려고 하여도 하천수 사용허가를 재산적 권리로 인정하는 경우 손실보상에 필요한 국고부담은 물론 기득하천사용권자의 저항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2) 하천관리청의 허가 없이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한가? 대법원은 하천법 제5조와 제33조 제1항을 거론하면서 하천수 사용허가를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천법 제5조는 ‘권리·의무의 승계’라는 표제 하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허가 또는 승인으로 발생한 권리·의무를 가진 자가 사망하거나 그 권리·의무를 양도한 때 또는 그 권리·의무를 가진 법인의 합병이 있는 때에는 그 상속인, 권리·의무를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이 그 지위를 승계한다(제1항). 제1항에 따라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는 국토교통부령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 또는 환경부장관에 신고하여야 한다(제2항). 물론 이 규정에는 ‘양도, 양수’라는 용어가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양도와 양수는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권리와 의무가 상속이나 법인의 합병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것이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법적 지위를 매매하거나 임대차의 대상으로 하는 등 적극적인 양도나 양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가수리권이 거래되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허가수리권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담보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상황이 아니다. 하천법 제5조의 제목 자체도 ‘권리·의무의 양도’가 아니라 단순 ‘승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가 실무상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라는 회사가 하천관리청으로부터 공업용수의 사용을 위하여 하루 10톤의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회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공정에서 물사용을 효율화한 결과 상당 부분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고 남는 물 전부 또는 일부를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B회사와의 계약을 통하여 유상으로 양도하였다. B회사는 하천법 제50조에 의한 하천수 사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고 하천관리청에 신고만하면, 양자 간의 계약은 유효한가?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긍정적인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긍정한다면 사인간의 약정으로 하천수 관리라는 국가의 자원관리행위를 우회하고 잠탈하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며, 하천관리행정은 무력화되고 강행규범인 하천법 제50조는 형해화된다. 3. 맺는 말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만 할 생각은 없다. 법원은 국회나 정부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일정한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은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당해 소송사건에 집중하여 심리하고 법률적인 판단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헌법상 권한과 의무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하천수 사용허가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에너지원과 자연자원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허가나 특허처분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과도한 법적 지위를 설정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는 전향적인 입장선회를 기대한다. 굳이 공공신탁이론(公共信託理論)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헌법 제120조 제2항에 따라서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므로 그 누구도 이를 독점하거나 과용(過用)할 수 없으며, 미래세대와 자손만대를 위하여 세대 간의 정의와 형평성을 우리 기성세대가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허가
수자원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02-11
민사소송·집행
신의칙 및 형평의 관념에 의한 변호사 보수금의 감액 여부
1. 판결요지 가. [다수의견]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나.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신의칙과 관련하여서는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할 뿐 이를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민법 제2조의 신의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 등 일반 원칙에 의해 개별 약정의 효력을 제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시장경제질서 등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2.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변호사로서 전국교수공제회 직원인 소외인의 500억 원이 넘는 횡령과 그로 인한 공제회의 파산으로 퇴직금 등을 불입했던 피고들(교수들) 367명이 손해를 입은 것과 관련하여 피고들을 대리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제회 등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원고는 위 소송의 1인당 청구금액을 100만원으로 정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3억 67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고, 1인당 착수금을 10만원으로 정하여 총 착수금을 3670만원으로 정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들 367명으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아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소송을 수행하였는데, 결국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라. 원고가 제기한 소송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를 다투는 것으로서 쟁점이 단순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었고, 소송기간도 1년 5개월이 걸렸고, 준비서면을 7회 제출하였고, 서증을 5회 제출하였으며, 9회의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착수금 3850만원(착수금에다가 부가가치세 포함)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20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85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3. 소송 경과 가. 원심은, 원고와 피고들이 소송위임계약에서 약정한 변호사 보수(착수보수금과 부가가치세) 3850만원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변호사 보수를 2000만원으로 감액한 다음, 감액된 변호사 보수 채권이 모두 변제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은,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파기환송 판결을 하고, 결국 원고는 착수금 전액에 대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다. 4. 대법원 판결의 이유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전제한 다음 가. 이 사건 소송위임계약에서 약정한 착수보수금은 1인당 10만원으로서 과다한 금액이 아니다. 나. 원고 제기 소송에서 원고는 결과적으로 패소판결을 받았으나, 다른 변호사들도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아서, 특별히 원고의 소송수행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착수보수금은 소송결과와는 무관하게 소송위임사무를 완료한 경우 전부 청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라. 따라서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5. 김신·조희대 대법관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근거하여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계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어 우리 민법의 기본 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법원 즉 국가에 계약을 수정할 권한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 원리에 어긋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나.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고,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의해서는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보수금을 감액할 수 없음을 밝힌다. (1)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하여 시장경제질서를 기본 이념으로 선언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가 되는 헌법상의 원리이다.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이 법률행위의 영역에서 나타난 형태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 (2) 물론 사적자치의 원칙 또는 계약자유의 원칙은 무제한의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과 관련하여서는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할 뿐 이를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민법 제2조의 신의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3)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법원의 사명이다.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거나 전가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이를 감수하여야 한다. (4) 또한 다수의견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이란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보수가 적정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6. 평석 이 사건은 민사사건에 관하여 착수금을 적정한 범위 내에서 감액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적정한 금액으로 착수금을 감액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약정된 착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이므로 판결요지와 판결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다. 위 사건은 민사사건의 착수금에 관한 판결이지만 민사성공보수금에 대하여서도 같은 원리로 감액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성공보수금은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급하기로 한 착수금에 비하여 의뢰인이 불리한 위치에서 보수약정을 하였을 가능성이 많아 민사 성공보수금에 대하여는 사적자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더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의 요지는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착수금 약정이 무효라는 판례는 보이지 않지만, 과다하다면 위와 같은 판례취지에 비추어 무효는 아니더라도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민·형사를 막론하고 착수금 약정이나 성공보수금 약정은 모두 당사자 사이에서 사적자치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정이 사회질서 위반,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 등 불확정 개념에 의하여 사적자치의 원칙이 침해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별개의견이 더 법리적으로 합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현호 변호사 (대구회)
변호사
보수
소송위임
약정
황현호 변호사 (대구회)
2019-01-28
형사일반
대법원 2018도10823 판결
망인의 생전의사에 부합하는 처분의 횡령죄 성립여부
1. 사실관계 A는 2004년 12월 경부터 B와 동거하면서 그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B는 2015년 1월 암 진단을 받았다. B는 2016년 3월 간암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자 그 무렵 A에게 “트랙터 등 차량 2대를 팔아 내가 죽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한편, 차량매매상인 C에게 전화하여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A를 통해 차량의 매도위임장과 신분증 등 서류를 전달해주었다. B는 그 직후인 2016년 4월 사망하였다. B의 사망 다음날 C는 위 차량 3대를 4200만원에 매도하였고, 그 대금은 A의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A는 위 돈을 생활비 등으로 소비하였다. 한편, B의 상속인으로 딸 D가 있었는데 B는 암 진단을 받고 딸 D에게 간 이식 절차를 요청하였으나 D는 이를 거절하였다. D는 B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으며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A는 D의 상속재산인 차량 매매대금을 보관 중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혐의로 공소 제기되었다. 위 사건에서 1심은 횡령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시 무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1심 판결(무죄) 망인(B)이 생전에 C에게 차량의 매도를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C의 차량 매도와 그 대금의 처분행위는 유효한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피고인(A)이 망인으로부터 위 차량 대금을 증여받은 것이거나 사인증여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므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횡령행위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단정하기 어렵다. 나. 2심 판결(유죄) 이 사건 차량 매도에 관한 망인의 위임이 있었다거나 위 차량 매도가 망인의 생전 의사에 합치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위임은 민법 제690조에 의하여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고, 위 차량을 포함한 망인의 재산은 상속인인 피해자에게 상속됨으로써 C 내지 피고인은 더 이상 이 사건 차량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매도대금을 송금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이 상속인에게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위 돈을 인출한 것은 상속인에 대한 횡령행위가 된다. 다. 대법원(무죄) (1) 불법영득의 의사의 판단기준과 증명의 정도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데, 이는 내심의 의사에 속한다.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처분행위의 법적 성격 망인이 이 사건 차량 또는 처분대금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무렵 망인과 피고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에게는 이 사건 각 차량이나 그 처분대금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망인이 2016년 4월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상속인인 D가 이사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D는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이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하였다. 3. 평석 가. 판결의 쟁점 이 사건 판결은 언뜻 보면 망인의 사망 다음 날 이루어진 차량 매매행위가 법적으로 위임행위인지 증여의 이행인지 여부가 쟁점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따라 매매대금이 피고인 자신의 돈인지 아니면 상속인을 위한 보관금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임에 해당한다면 보관금을 횡령한 것이 되고 증여에 해당한다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1심과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영득 의사의 존부와 형사판결에서 입증의 정도를 언급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법리적으로 증여에 해당한다면 그것으로 횡령이 성립하지 않음이 충분하고,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가 차량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인인 D에게 망인으로부터의 증여를 원인으로 대금지급 청구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였다면 법원에서 이를 과연 증여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는데 이 사안은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매도위임장과 차량매매업자 C의 진술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정도의 증거로 민사소송에서 증여사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항소심 판결은 아마도 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런 점을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사사건은 권리의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그리고 범죄사실의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를 요구한다. 즉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는 말의 의미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을 수 있다. 나.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제출된 증거자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 또는 그 매매대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횡령 혐의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되어야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은 형사재판에서의 증명력과 내심의 의사에 대한 평범하지만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고 생각된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피고인이 망인과 10여년간 사실혼 배우자로 생활한 점, 망인이 딸에게 간이식을 요청하였으나 딸이 거절한 점, 사망 당시 망인의 곁에는 피고인만이 남아 있었던 점 등의 정황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4. 결어 어떤 사건이 민사냐 형사냐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사건의 구조적 일체성에 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도출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그 목적과 취지가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이고,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그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피고인의 이익과 재판제도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은 형사재판의 정의(正義)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횡령
사실혼
증여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9-01-14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두44753 판결 -
워크아웃절차 진행을 위한 주식취득이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요지 ]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무상감자를 위해 주식을 취득한 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하고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하는 등 주식취득 경위와 목적, 워크아웃절차의 진행경과를 종합해보면, 주식비율의 증가분만큼 회사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은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에 대한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으로 평가될 경우 과점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사실관계 A사는 전자부품제조 및 조립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소외 1은 A사의 대표이사, 원고는 소외 1의 처이다. A사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구조조정법’)에 따른 기업구조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 절차에서 A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A사의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등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고, 재무적 투자자이자 대주주들(이하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특별약정 체결 이전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 등의 의안을 가결하였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위와 같은 협의회의 요구를 거부하자, 원고는 협의회의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보통주 등(이하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이로 인해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 소외 1, 원고의 모친 소외 2의 주식보유비율은 59.96%에서 76.2%로 16.24% 증가하였다. 그 후 원고와 소외 1은 주채권은행에 주식포기각서, 주식처분위임장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각 작성하여 교부하고, 협의회와 A사, 주채권은행, 소외 1은 주요주주 동의서, 경영권포기각서 등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며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은 즉시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A사는 경영정상화에 실패하여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피고는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주식보유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이유로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7조 제5항에 따라 A사가 소유한 부동산 및 차량 등 과세대상 물건의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원고에게 주식증가분(16.24%) 상당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은 협의회에서 가결한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직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함과 동시에 협의회와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의회는 A사의 경영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 주식 비율의 증가분만큼 A사의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간주취득세 납세의무 제도의 의의와 취지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여부는 해당 주식 취득 전후의 제반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3. 평석 가. 관련규정 구 지방세법 제7조 제5항 본문은 ‘법인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기본법 제47조 제2호에 따른 과점주주가 되었을 때에는 그 과점주주는 해당 법인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구 지방세기본법(2013. 1. 1. 법률 제11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호에 정한 바와 같이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은 “이미 과점주주가 된 주주가 해당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여 그가 가진 주식의 비율이 증가된 경우에는 그 증가분을 취득으로 보아 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취득세를 부과한다. 다만 증가된 후의 주식 비율이 그 증가된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 5년 이내에 해당 과점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최고비율보다 증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간주취득세 제도의 취지 부동산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한 당해 법인에 부과하는 취득세는 그 법인이 실물부동산을 취득한 데 대한 과세이다. 그런데 간주취득세는 법인의 주식 등을 인수함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과세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의 과점주주에 대해 그 법인의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점주주가 되면 해당 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임의처분하거나 관리·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되어 실질적으로 그 재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담세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다.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과점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이때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라 함은, 실제 법인의 경영지배를 통하여 법인의 부동산 등의 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행사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두19501 판결). 그러나 실질과세의 원칙 중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는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입장에서 취득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주명부상의 주주 명의가 아니라 그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1두26046 판결). 그런데 구 회사정리법에 의한 정리절차개시결정으로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처분권 등이 관리인에 전속하는 경우에는 과점주주가 되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취득세 납부의무가 있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그러나 경영권이 대표이사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사실상 이전되었다는 사정은 법인 내부의 경영권이 이동된 것에 불과할 뿐 지배력 행사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고, 또 부도가 발생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는 사정도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될 뿐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5354 판결). 한편, 주식취득과 함께 지배권까지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면 주주나 과점주주가 되는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두24842 판결). 그러나 주주권의 실질적 증가 없이 주식취득의 형식이나 외관만 갖추고 있다면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 곧바로 과점주주로서 납세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의 원심은 구조조정법에는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약정체결을 강제하거나 주주권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워크아웃절차 진행은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과점주주가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주식취득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주식포기각서의 제출 등 그 후의 사정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구조조정법에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제반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 법률상 절차 내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지배와 관련 없이 주식을 취득하고 그 후 주식취득의 목적이 실현되었다면 간주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주식비율의 증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간주취득세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고 있다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법률상 주주권 행사제한 여부는 물론 주식취득 전후 제반사정까지 두루 살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2008두849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주식취득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과점주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대상판결이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대상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간주취득세 납세의무자를 부담하게 될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워크아웃
취득세부과처분
과점주주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2018-12-27
민사일반
사립대학교 신입생 모집실적, 교수연봉에 반영 적법한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07854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윤모씨가 A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확인소송(2018다207854)에서 "A법인은 윤씨에게 79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파기해 사건을 최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 제31조 4항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으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며 이는 교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므로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해 성과급적 연봉제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항목과 기준이 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의 남용·일탈로 평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이나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규모 유지가 대학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학교 측이 이를 교원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 사건의 경위 윤 교수는 2016년 2월 연구실적 미달로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학교를 상대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위법한 교원연봉 계약제 시행으로 삭감된 보수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재임용 거부는 적법하다면서도 "가족수당 등 일부 봉급이 부당하게 삭감된 점이 인정된다"며 "학교는 유 교수에게 55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교원연봉 계약제가 위법인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신입생 모집인원 또는 충원율을 교원 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교원연봉 계약제는 교원의 임무를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한 고등교육법과 그에 따른 이 학교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에 따라 덜 지급된 봉급 248만원을 포함한 7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모집실적을 성과로 평가하는 교원연봉 계약제를 둘 수 있고 이를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3. 대상판결의 검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그 자격을 국공립학교의 교원과 동일하게 요구하고(사립학교법 제52조), 복무에 관하여도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사립학교법 제55조),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강화된 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이 적용되고 있으나(사립학교법 제4장 제2절), 그 지위의 근본적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대상판결이 다소 냉소적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관계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흥미롭게도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이 사건의 원심과 같이 사립학교 교원의 법률관계, 보수의 내용에 관한 분쟁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하나인 법원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는 사법 자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법인과 그 교원이 일단 성과급적 연봉제 형태의 임용계약에 합의한 이상, 보수 지급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나아가 그 적용은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의 남용, 일탈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그 이유에서 인용하는 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마282, 763(병합) 결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국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교원들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법상의 고용계약을 기초로 한 사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위와 같이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인정되고 나면 그 성과의 평가대상과 기준, 평가방법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교원의 신입생 모집실적이다. 대상판결이 이유 중에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전반적인 학령인구의 감소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기조에 따라 신입생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사립학교가 적지 않고, 그에 따라 교원들에 대하여 신입생 모집 등 입학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학교법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원심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원심은 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에서 ‘학생을 교육, 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교원 본연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위와 같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보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교원의 실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고등교육법 등 강행법규나 학교 정관에 위반되어 전면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사립학교가 처한 위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였다. 즉 “신입생을 충원하거나 재학생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학의 유지,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에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대학의 유지, 존립을 위해서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등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거나 교원이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학교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이 학교법인이 처한 현실을 원칙적으로 긍정하고 대학의 자율성, 사적 자치의 원리를 토대로 한 학교법인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법심사를 전면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신입생 모집실적이 교원의 실적평가에 따른 보수등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거나’, ‘교원이 신입생 모집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여 교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방해를 받을 정도’가 되면 교원실적의 평가항목과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을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근거로 사립학교 교원의 보수 지급 기준에 관한 사법 자제의 태도를 선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립대학이 현실적으로 처한 입학생 모집의 어려움에서 이러한 사법 자제의 타당성을 끌어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원심이 학교법인이 마련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보수기준에 대해서 너무 쉽게 그 효력을 부인하였다면, 대상판결은 사법 자제라는 명목으로 그와 정반대 방향의 극단적 신호를 하급심과 다른 학교법인들에게 준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대상판결이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규범적 차원에서까지 정당화시키는 논거로 삼음으로써 이미 시작된 일부 사립대학들의 일탈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대한 실질적 사법심사라는 제동장치까지 제거하여 더 많은 사립대학과 교원들이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까지도 왜곡시키는 데 일조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교원임용계약
사립학교
재임용거부처분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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