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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해외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판결 후 개시절차(postjudgment discovery)]

    김정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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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미국에서 판결 확정 이후 강제집행을 위해 채무자(피고) 혹은 그와 관련 있는 제3자의 재산 상황을 파악하거나 강제집행과 관련한 후속 절차에서 활용할 증언 등을 획득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개시절차를 판결 후 개시절차(postjudgment discovery)라고 하며,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제69조에서 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판결 후 개시절차는 많은 부분에서 증거개시절차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증거개시절차와는 달리 판결이 확정된 후에 판결 후 개시절차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판결 후 개시절차는 개시가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절차가 매우 빨리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채권자(원고)가 채무자(피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함에 있어 채무자(피고)가 소유한 해외에 소재한 재산에 대해서도 판결 후 개시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이는 개시절차의 소위 역외 적용(cross-border discovery)의 문제로서 증거개시절차에서도 아울러 문제되는 부분이며, 미국 외의 다른 국가에서 특정 자료(정보)에 대한 개시를 금지하는 법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권의 충돌과도 관련이 있다. 증거개시절차의 경우 미 연방대법원에서의 Societe Nationale Industrielle Aerospatiale v.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사건{482 U.S. 522 (1987) - 이하 ‘Aerospatiale 사건’이라고 한다} 이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이 가능한지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기준 아래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정리되었으나 판결 후 개시절차의 경우 그 특성을 고려함이 없이 Aerospatiale 사건에서의 연방대법원의 판시를 그대로 적용함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이후 2014년에 Republic of Argentina v. NML Capital 사건(이하 ‘NML 사건’이라고 한다)에서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과 행사기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리가 이루어진 상황이다. 이하에서는 증거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간략히 살펴보고, NML 사건 이전의 판결 후 개시절차에 관한 판례의 태도와 그 문제점을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NML 사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증거개시절차와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적용에 관한 판례의 태도 - NML 사건 이전
    증거개시절차의 역외적용에 관한 대표적인 사건인 Aerospatiale 사건은 미국인인 원고가 항공기 사고를 이유로 프랑스에 있는 항공기 제작회사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1970년 민사 또는 상사의 해외에서의 증거조사에 관한 헤이그 협약(Convention on the Taking of Evidence Abroad in Civil or Commercial Matters, 이하 ‘헤이그 협약’이라고 한다)에 가입하고 있었으나 원고가 연방민사소송규칙에 근거한 증거개시의 요구를 하자 피고는 해외의 증거조사에 대해서는 헤이그 협약이 우선하여 준수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증거개시는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① 헤이그 협약이 해외에 소재한 증거조사에 있어서 우선하여 적용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② 헤이그 협약에 따른 증거조사절차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며, ③ 헤이그 협약으로 인해 연방법원이 해외에 소재하는 증거에 대한 개시절차를 인정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각각의 사건마다 헤이그 협약에 따를지 아니면 연방민사소송규칙에 근거한 증거조사절차에 따를지를 결정해야 하며, 그 기준으로 ① 요구된 자료(정보)의 중요성과 ② 자료(정보)제출 요구의 특정성, ③ 해당 자료(정보)가 미국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④ 해당 자료(정보)를 취득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 ⑤ 해당 자료에 대한 요구에 응할 경우 미국과 해당 자료가 소재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지를 제시하였다.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 경우에도 Aerospatiale 사건의 기준이 특별한 수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그대로 적용되었다. 다만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 여부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다소 상이하였는데 Richmark Corp. v. Timber Falling Consultants 사건{959 F.2d 1468 (9th Cir. 1992)}처럼 ‘미국인인 원고가 확정된 판결을 집행하는 것은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며’, ‘외국의 피고를 상대로 한 사건에서 원고는 외국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판결 후 개시절차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태도로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을 인정한 예가 있는 반면 Reinsurance Co. of Am., Inc. v. Administratia Asigurarilor de Stat 사건{902 F.2d 1275 (7th Cir. 1990)}과 같이 ‘미국인인 원고가 확정된 판결을 집행하는 것은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지만 상대국가의 이익 또한 마찬가지로 중대하며’, ‘외국에 있는 채무자가 판결 후 개시절차의 요구를 따를 경우 자국의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이는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하여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을 부정한 예도 존재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증거개시절차와 판결 후 개시절차의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증거개시절차에서의 기준을 그대로 사용함으로 인해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였다.

    NML 사건과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적용
    벌처 펀드(vulture fund)사인 NML Capital은 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로 인해 이전에 구매한 국공채(public bond)가 부도 채권이 되자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맨해튼 연방지방법원(Manhattan federal district court)에 채권추심소송(collection action)을 제기하였고 24억 달러(USD)를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얻게 되었다. 이후 강제집행을 위해 여러 국가에 산재해있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산을 찾기 위해 판결 후 개시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① 해외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판결 후 개시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적법하지 아니하며, ② ‘외국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원칙적으로 미국 법원은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외국주권면제법(Federal Sovereign Immunities Act of 1976, FSIA)의 규정에 비추어보아도 이러한 판결 후 개시절차는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였고 이러한 주장이 1심과 2심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7-1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다수의견은 외국주권면제법(FSIA)이 외국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미국 법원은 재판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지만, 판결 후 개시절차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며, 외국주권면제법의 성격상 해당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판결 후 개시절차는 외국주권면제법이 규정하는 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이 원칙적으로 항상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판결 후 개시절차의 경우에는 판결의 강제집행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 법원의 판결은 미국 내에서 일어난 사건과 미국 내에 있는 재산에 미치는 것이 원칙이므로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였다.

    나가며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이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 범위를 매우 확대했으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함이 없어 문제라는 평가가 있다. 즉 앞으로 하급심에서 외국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판결 후 개시절차 신청이 증가할 것이므로 신속히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렇지 아니하다면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판결 후 개시절차가 목적한 바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NML 사건에서 판결 후 개시절차에 대해 명시적으로 다루었지만, 이후 판결 후 개시절차의 역외 적용에 관한 하급심 판결이 기존에 비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으며 앞으로 이에 대해 관찰해보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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